“참사 후 통장을 찍어보니 아들이 7년 3개월을 장애인 일터에 기부하고 있었더라고요. 기부는 아들의 꿈이에요.”
1년 전 이태원 참사로 소중한 막내를 잃은 유가족이 조의금으로 모인 8791만원을 전액 기부했습니다. 기부금은 고인이 졸업한 모교의 저소득층 지원에 쓰일 예정입니다.
막내 아들을 잃고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가족들은 기부를 통해 신씨를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신씨는 평소 장애인 일터에 매달 기부하는 등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어머니 송선자(61)씨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아들에게 온 조의금을 기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송 씨는 “아들이 많진 않지만 매달 3만원씩 초등학교 때 체험학습을 했던 장애인 일터에 기부하고 있었다”라며 ” 해당 장애인 일터는 (아들이) 초등학생 때 체험학습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통장을 찍어보니 (기부를) 7년3개월 동안 하고 있었더라”고 전했습니다.
아버지 신현국씨는 “한철이가 어릴 때 엄마와 길을 가다 죽어가는 지렁이를 본 적 있다. 엄마가 ‘지렁이는 흙에 있어야 하는데 거의 죽었네’라고 무심코 말하자 지렁이를 들어 올리더니 가까운 화단에 옮겨주는 아이였다”며 “커서는 방송에 어려운 이들에 대한 얘기나 ARS를 통한 기부 안내가 나오면, 꼭 버튼을 누르곤 했다. 기부는 한철이의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철씨 가족의 기부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었습니다. 생전 기부를 실천해오던 한철씨의 뜻을 가족이 이어가기 위해서였죠. 어머니 송선자(61)씨가 참사 이후 통장을 열어보니 한철씨는 강서구 장애인 일터에 7년3개월 간 매월 3만원씩을 기부해왔다고 합니다,
27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철 씨의 조의금을 기부하며 가족들은 마음을 담아 기부 약정서에 한 자 한 자 편지를 남겼습니다.
“항상 행복하고 힘차게 살자 했던 아들. 왜 집에 안 오는 거야. 지금도 친구 만나고 있니. 뭐가 그리 급해 그리 빨리 간 거니. 못 지켜 주어 너무 미안해. 그곳에서는 아무 고민 없이 행복만 가득하길 바래. 하늘의 별이 된 아들아. 너무 슬프고 또 슬프다. 그리고 한없이 보고 싶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 잊지 않고 꼭 기억할게 우리 아들 사랑해.”
기부금을 받은 서울시교육청은 “기부금 8,791만 5,000원 중 단 1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늘의 별이 된 아들 한철 씨가 자신에게 온 조의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이는 걸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 씨 가족의 따뜻한 뜻이 담긴 기부금은 모교인 발산초, 신월중, 광영고에 일정 비율로 나눠 전달됩니다. 특히 결식 아동이나 저소득층 학생 등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