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에 부업으로 편의점을 운영했을 때 고등학생 하나가 찾아왔습니다.
“어서오세요”
“저기… 제가 형편이 안 좋은데
삼각김밥 폐기 나오는 거 있으면
주실 수 없을까요?”
난 그래도 혹시 잘못되면 문제 생길까 봐 새거 두 개를 줘버렸습니다. 그냥 이거 먹으라고… 주면서도 조금 이상했던 게 생긴 것도 멀쩡하게 생겼고 교복도 멀쩡하게 입고 있었습니다.
‘저런 애는 처음 보네… 하나도 안 부끄러운가?’라는 생각만 들었죠.
그런데 가방이랑 신발이 좀 브랜드 없는 요즘 애들 안쓸거 같은 거 쓰길래 그러려니 했었죠. 그 학생이 먹으면서 대화를 걸어왔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좀 사정이 있는 가정에 형편이 안 좋은 것 같았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몸이 좀 불편하시거든요…
집에 먹을 것도 별로 없고 그래서요…
원래 다른 폐기 주시는 곳이 있었는데
주인이 갑자기 바뀌어가지고…”
전에 다른 편의점에서 폐기 주는 데가 있었나본데 주인이 바뀌어서 좀 멀리 있는 우리 편의점에 부탁하러 온 거였습니다, 그런데 그 애가..
“저기… 저 알바 좀 시켜주면 안 될까요?”
라며 부탁해 왔지만 고등학생한테는 못 맡기겠어서
“아… 그건 안되고 대신 폐기 음식은 자주 줄게“
라고 말했죠. 나름 처음 선행 같은 거 해보는 거라… 알바들한테 남은 거 모아놨다가 그 학생이 찾아오면 주라고 했습니다.
만약 폐기 없으면 새거 두 개 넣어서 주라고 말했죠.
그 뒤로 어쩌다 한두 달에 한 번쯤 얼굴 마주치면
“어? 사장님 안녕하세요~”
라며 그렇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주었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보다가 그 애가 졸업하면서 저에게 짧은 편지를 남겨놨는데..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언젠가는 꼭 갚을게요!”
그렇게 한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우리 동네에 좀 크고 유명한 갈빗집이 생겨서 친구와 둘이 저녁을 먹으러 들렀습니다. 그런데 갈비를 다 먹고 계산하려고 나가는데 카운터에서 낯익은 얼굴과 마주쳤습니다.
“어??”
“어?!”
서로 어 했는데 나는 바로 생각이 안 나서 멈칫했고 그 애도 멈칫했습니다. 낯이 익은 얼굴이긴 한데 나처럼 바로 생각이 안 난 듯했다. 그러다 그 애가 입을 열었습니다.
“편의점… 사장님…?”
이라고 말해서 바로 떠올랐습니다. 난 너무 반가워서
“잘 지냈어? 아르바이트하는 거야?”
“아.. 여기 시아버님 가게라서 일하고 있어요.”
지금쯤이면 24살쯤 됐을 텐데… 결혼이라… 얘기를 더 들어보니 남편 대신 가게를 운영하려고 일을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계산하려고 하는데 그 애가 시어버지를 불러다 나를 소개했습니다.
“아버님~ 저 고등학교 때 편의점에서
음식 제공해 주셨던 사장님이세요.
그땐 제가 밥도 잘 못 먹고 굶고 있었는데
저한테는 생명의 은인 같은
고마운 분이세요~”
이런 게 이상한 건 아닌데.. 내가 보통 알던 가난을 부끄러워하고… 가난했던 시절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랑은 정말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나였으면 편의점 가서 폐기 달라는 말도 시아버지 앞에서 가난해서 밥 못 먹던 시절이 있었다는 말도 잘 못할 것 같은데…
가난했지만 가난이 부끄럽지 않았던 그 학생은 다행히도 나보다 때깔이 좋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오면서 갈비값은 계산했고 감사하다면서 포장된 소갈비를 잔뜩 싸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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