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행 목적이 자신의 아이를 한국에 버리고 가려고 했기 때문인데요. 30대 아빠는 한국 보육 환경에서 아들이 잘 자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8일 검찰은 중국인 아빠 30대 남성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경찰에 접수된 건 지난 25일, 9세 B군이 아버지 A씨가 남긴 편지와 함께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공원에 버려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신고자는 B군은 공원 화장실 인근에서 아빠를 찾는 모습을 목격하고 112에 전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B군은 A씨와 공원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니 A씨가 사라졌다고 털어놨습니다.
A씨가 남긴 편지에는 영어로 “나의 생활고로 인해 아이를 더 이상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 삶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고, 아이를 낳은 것은 나의 잘못이다”라며 “아이에게 미안하다. 중국보다 환경이 나은 한국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또 “감사합니다”는 한국어가 말미에 서툰 글씨로 작성됐고, ‘failed father(실패한 아버지)’라는 문구도 기입했습니다.

A씨의 동선을 추척한 경찰은 유기 다음날인 26일 서귀포 시내에서 긴급체포했습니다. A씨는 “처음부터 아이를 유기할 목적으로 입도했다”라는 취지로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피의자 신분이 된 아이 아빠 A씨는 경찰 진술에서 개인 생활고와 한국에 유기를 택한 사유를 털어놨습니다. 그는 6년 전 이혼 후 아들을 홀로 키웠습니다.

자신의 밥벌이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육아와 아이에 행복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고 아이를 유기할 나라를 한국으로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 한국인과 일을 하면서 체감한 특유의 ‘정’때문이었습니다.
A씨는 과거 중국 청도의 한 공장에서 일하면서 한국인 동료를 만나게 되었는데 자상하고 따뜻한 정을 느꼈다고 진술했습니다. 친절한 한국인 성품이라면, 아이가 한국에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A씨는 아들에게 “너를 한국에 버릴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줄곧 했고 아들도 자신이 처할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굶어 죽더라도 아빠와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A씨는 올해 8월 14일 아들을 데리고 중국 상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3박 4일 동안 제주시 내 한 호텔에서 묵다가 경비가 떨어지자 서귀포시로 넘어와 공원을 떠돌았습니다. 이들 부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공원에서 하루 한 끼를 먹으며 노숙했는데 그마저도 빵이나 국수가 전부였습니다.
이후 노숙한 지 8일 차가 되던 지난달 25일, A씨는 곤히 잠든 B군 옆에 짐가방과 편지를 두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B군은 잠에서 깬 뒤 아버지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이전부터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짜로 믿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도내 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진 B군은 주제주 중국총영사관과 서귀포시청, 경찰 등의 도움으로 중국에 돌아갔습니다. 이혼한 엄마를 수소문했지만 행방을 알 수 없어 A씨 형제 측에 인계돼 지난 7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