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길거리에서 분식집 장사를 하는 6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여 일평생 기적이란 남한테만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저에게도 기적 같은 일이 생겨 사연을 보내려고 합니다.
저와 제 아내의 이야기부터 얘기하자면, 저희 부부는 동갑내기로 은행에 첫 취직했을 때 같은 동료 사원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와이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었고 적극적으로 대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녀를 만났던 그 순간이 가장 후회가 됩니다.
제가 그녀에게 대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불행은 찾아오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죠. 저와 아내는 2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사랑스러운 딸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의 이름은 “연지”입니다. 연지를 낳고 저희 부부는 지극정성을 다해 키웠어요,.,
그렇게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났고 8살이 되던 어느 날,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는데 눈이 정말 많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지연이가 동네 친한 친구가 생겼다며 떡볶이를 먹으러 나간다고 집을 나갔어요.
그렇게 점심때 나갔는데 오후 6시가 지나도 집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보통 친구들이랑 놀러 나갈 때는 저녁을 먹을 때쯤엔 항상 돌아왔는데… 전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같이 놀러 간다고 했던 지윤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죠.
“안녕하세요. 연지 아빠인데요.
연지가 지윤이랑 떡볶이 먹으러 간다고 했다가
아직까지 연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데
돌아왔을까요?
“아 네~ 저희 지윤이는
아까 집에 들어왔습니다.”
“혹시 지윤이한테 어디에서 헤어졌는지
물어봐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윤이 말로는 제 딸과 오후 4시쯤 서로 헤어졌다고 합니다. 저는 딸이 실종되었음을 직감하고 바로 경찰서로 달려가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cctv가 동네 1개 있을까 말까 했던 상황이어서 아이를 찾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부부는 연지가 돌아오길 하루… 한 달.. 1년… 2년.. 수년동안 기다려왔습니다.
5년째 되던 해 아내는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아이를 잃고 거의 밥도 먹지도 않고 힘겹게 살아가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저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혹시나 연지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으러 오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수년 동안 늘 같은 자리에서 연지를 찾기 위한 마음으로 손님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장사를 하곤 했습니다.
비가 많이 쏟아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희 가게에 누군가 계속 서 있길래 나가봤더니 한 아이가 유리문 앞에 서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꼭 제 딸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제 딸의 쌍꺼풀이 없는 눈매에 볼록한 귀가 꼭 닮았죠.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왠지 모르게 잘해주고 싶었습니다.
“애야 떡볶이 먹고 갈래?”
“어.. 저도 떡볶이 너무 좋아하는데
돈이 없어요. 아저씨”
“괜찮아~ 오늘은 네가 마지막 손님이라
아저씨가 특별히 공짜로 줄게!”
저는 그 아이에게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라고 주었습니다. 아이가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먹는 모습도 아찌나 제 딸과 많이 닮았던지….
하지만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기 때문에 그 아이가 제 딸 연지일리는 없었죠. 그 뒤로도 그 아이는 저희 가게를 자주 들렸고 그때마다 저는 그 아이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마치 그 아이를 보려고 장사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 아이의 이름은 희수라고 합니다. 그 희수라는 아이는 어느 날 어떤 남성을 아빠와 함께 떡볶이를 먹으러 찾아왔어요.
“어서 오세요~”
“아이고~ 사장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제 딸이 매번 신세를 많이 졌죠?”
“아닙니다~괜찮아요!
희수가 어찌나 이쁘던데…
마치 제 딸과 많이 닮아서요.
딸 생각이 많이 나서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값 주고 팔아드리려고
제가 일부러 왔습니다”
“아이고~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희수 아버님께도 특별서비스 드릴 테니
편하게 드시고 가세요!”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
매번 이렇게 저희 아이가 신세 지는 것도
너무 실례인 것 같아서요..”
“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언제 한번 저희 집으로 초대드릴게요!”
그렇게 저는 희수 아버님의 부탁에 못 이겨 초대받은 집으로 갔습니다. 희수 아버지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셨다고 하셨는데 그런 것 치고는 집이 정말 깔끔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식탁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희수 아버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저… 실례가 안 된다면 희수 어머님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네.. 제 아내는 희수를 낳았을 때
그만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랬군요.. 제가 괜한 실례를 한 것 같네요”
“아닙니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요.
희수가 참 불쌍한 아이죠….”
“사실.. 제 딸이 희수만 할 때 실종되었어요.
그래서 희수한테 정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이제는 30년도 넘은 일이죠..
제 딸 연지가 살아는 있을는지…”
“연지요?”
“네.. 왜 그러시죠?”
“죽은 제 아내 이름이 최연지예요”
“최연지요? 제 딸도 최 씨인데..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그것보다 연지도 사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어버린 후 고아원에서
계속 자랐다고 들었어요..”
“설마… 혹시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아 네~! 잠시만요”
희수 아버지는 저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 속에는 희수 엄마의 어릴 적 보육원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정말로 믿기 힘들었습니다.. 그 사진 속 어린 여자가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애타게 찾아 헤매던 잃어버린 제 딸이었으니까요.
“연지야…! 연지야…!”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희수라는 아이도 제 손녀였다니… 저는 말도 안 되는 인연으로 만나게 해 준 제 손녀 희수… 마치 우리 딸이 저에게 보낸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음날 연지의 납골당으로 갔어요. 그리고 아빠가 이제 와서 미안하다고 다음생에 만나면 꼭 그때는 행복하자고 전해주고 왔습니다.
그렇게 제 손녀딸 희수와 사위를 만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희수는 이제 10살짜리 초등학생이 되었고 저는 희수를 보며 연지가 저 나이엔 이랬구나..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아직도 제 딸 연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 오지만 그래도 이렇게 제 딸의 보물인 손녀를 만난 게 된 행운에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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