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택시라 탔는데 조수석에 사람이 있더라고요…” 택시 조수석에 의문의 여성을 태우고 다니는 택시기사, 잠시 뒷자석 의자에 붙혀진 ‘메모’를 본 순간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말았습니다.

몹시 피곤한 날이었습니다.
힘든일을 마치고
여유 있게 걷고 싶었으나

다음 날 일정을 생각해
얼른 귀가해 등이라도 펴야 했었죠.

택시 뒷자리에 앉는 순간
저도 모르게 ‘아차!’ 했습니다.

조수석에 누군가 앉아 있었습니다.

순간 갑작스레 괴담이 떠올랐다.

어떤 여자가 택시를 탔는데
앞자리에 이미 누군가 있더라는 이야기.

인적 없는 길로 들어섰을 때
그 사실을 알아차렸고,
그들은 납치 공범이었다는
불경스러운 이야기…

몸집이 작은 사람인지
왼쪽 팔만 보였는데..
그냥 내려야겠다 싶었습니다.

누가 이미 탑승한 택시라니..
불쾌하고 미심쩍은 기분에
문고리를 잡으려는데
앞자석 머리 받침에
붙은 메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치매를 앓고 있는 제 아내입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

택시는 이미 출발했고
저는 잠깐이나마
그런 의심을 한 게
미안해서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궁금해지는 것이었죠.

‘치매 아내를 어쩌자고 옆자리에 태우고 다닐까. 보살펴 줄 다른 가족이 없나. 저렇게 내내 같이 다니는 심정은 어떨까.’

​갑자기 택시가 꿀렁거렸습니다.

방지턱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택시기사가 여자의 손등을 다독이며
나지막하게 물었습니다.

“놀랐어?”
여자는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궁금증이 튀어나왔습니다.
“아내분 태우고 다니신 지 오래됐나요?”

“네. 좀 됐습니다.”

“힘들어하진 않으세요?”

“좋아해요”

“다행이네요. 그런데 말씀이 없으시네요.”

“말을 다 잃었어요”

“기사님이 신경 많이 쓰이시겠어요.”

“어쩌겠어요. 마누라인걸. 어디로 자꾸만 사라져서 찾아다니 것만 서른 번도 넘어요.”
.
.

​메모지의 글씨체만으로도
느껴지는 게 있었는데
음성을 들으니 단순히 택시만
하신분이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차 안이 깔끔합니다.

눅진하게 밴 냄새도 없었습니다.

아내가 사라지면 경찰에 신고하고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집에서 나오는 CCTV를 시작으로
이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가서
찾은 적도 있었다니…

그럴 때는 새벽 서너 시를
훌쩍 넘긴다고 합니다.



….

“이렇게 지낸 지 십 년이 넘었는데 증상은 더 오래전부터였겠죠.”

담담히 말하는 기사의 말투에
채념과 숙명이 담겼습니다.

‘겠죠’라는 말에서
그 상태를 알아채지 못한 시간을
미안해하는
반려자의 속내가 느껴졌습니다.

저렇게 말하기까지
저 남자의 속이
얼마나 오래 절망적으로 긁혔을까.

남편은 안쓰러워도
저 아내는 다행입니다.

꼭 붙들고 있는 저런 남편이
곁에 있으니 참 다행입니다.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사의 인사가 서글픕니다.

CTS News-  택시기사 맹성섭씨와 아내 문순례씨

이 상황을
불쾌해하는 손님이 많아
어려움이 큰것 같습니다.

아내를 데리고 다니면서
영업한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손님도 있었고,

실제로 신고 건으로
경찰과 시청에서
여러 차례 연락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런 메모지를 붙였던거죠.

남편이 이렇게라도 노력하는 걸
고마워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불쾌해서 신고한다는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그런 사람들 신경쓰지 말라고
내리기 전에 꼭 말하고 싶었는데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아무 영양가 없는 소리를 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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