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꺼면 빚은 남기지말고 가버려” 술과 도박에 찌들어 살아온 아빠가 한심해서 암에 걸려도 찾아가지도 않았는데, 아빠가 떠나기전 내게 남겨둔 ‘이것’에 난 그만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습니다

우리 아빠는 늘 술과 도박에 찌들어 살았고 엄마는 그런 아빠와 이혼했습니다. 아빠는 이기주의자에 남 배신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아빠는 병원비 아까워서 안 가다가 병세가 심각해서 진료받았는데 암이라고 하더군요. 그땐 저도 별 생각 안 했어요. 아빠도 자신이 죽을 거 알았는지 무덤덤했고 난 그냥 집 안에만 박혀 살았죠.

근데 갑자기 든 생각이… 아빠 병문안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고요. 나밖에 없었어요. 근데 난 아빠가 너무 미워서 할아버지 집에서 지냈어요.

아빠는 없는 형편에 그냥 치료를 포기하려 하는 건지 병실에서 하루하루 쇠약해지는 거 같았어요. 병원에서는 정말 심각하다고 연락 왔었는데 난 이때동안 왜 아빠를 안 찾았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속으론 그게 믿기지 않았었나봐요.

3개월이 지났을까… 아빠를 보러 병원에 찾아갔어요. 그때 본 아빠는 평상시 제가 알던 아빠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정말 시체 같아 보였죠. 그때서야 실감이 나더라고요..

저는 아빠에게 이때까지 치료도 안 받았냐고 물으니까 아빠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냥 담배 피우고 싶다며 중얼거리더라고요.

평생 아빠라는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려본 적 없었는데. 그때는 왠지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빠 왜 그렇게 살았어”라고 말하니까 x 같은 인생 x같이 사는 게 그리 나쁜 거냐며 웃더라고요…

난 아빠에게 빵이라도 사 먹으라며 손에 돈을 쥐어주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났습니다. 그전에 돌아가실 거라 생각했는데 아빠는 뭐 그리 가기 싫은지 끈질기다고 생각하면서도 속으론 또 제발 죽지 말라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새벽에 전화가 왔어요. 아빠가 고비라고… 그리고 난 울면서 병원에 달려갔어요. 정말 죽은 것 같은 남자의 손을 잡으면서 펑펑 울었는데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할 말은 많은데…

멍하게 풀린 죽어가는 눈이 깜빡이지도 않고 우는 내 얼굴을 쳐다보는데 말이 안 나왔어요. 저는 아빠의 초침 없는 눈빛을 바라보며  “오래 살았잖아… 당연한 거잖아….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라고 말했어요.

울면서 말해서 발음도 뭉개졌는데 아빤, “다 알아들었어 가시나 이럴 때까지 말 삐대하게 하는 거 봐” 라며 쉬어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그러게 말했어요.

아빠는 “지금이 두시 다 돼 가…. 새벽 두 시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야” 하면서 힘없이 웃는데 정말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아서 말하지 말라고 소리 질렀어요.

그런데도 아빠는 제게 할 말이 많은지.. “지은아… 지은아 아빠가… 아빠가 많이…” 끊어서 쉬엄쉬엄 저 말만 반복했고 뒷말은 없었고 그냥 죽은 듯이 눈감고 내 손을 힘없이 잡았어요.

그제야 난 아빠한테 말할 수 있었어요. 많이 미웠다고… 운동회 때 안온 아빠가 밉고 급식비 안내서 내가 쪽팔렸던 유년기가 밉고 돈 때문에 시달리던 인생이 밉고 아빠 딸로 태어난 내가 밉다고… 몇 시간 동안 아빠한테 떠들어댔던 것 같아요.

“아빠… 무서워하지 마.. 내가 옆에 있잖아. 아빠 센척해도 사실 찌질이에다가 울보인 거 다 알아. 무서워하지 마”

저는 그렇게 옛날얘기. 행복했던 얘기를 하면서 아빠 밉다고 얘기하면서 내가 많이 미안하다고 내가 많이 사랑했다고… 아빠한테 사랑받고 싶었다고 아빠 손을 꼭 붙잡고  앞에서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잠시나마 행복했다고… 다음생에는 아빠가 내 아들로 태어나 달라고 말했어요. 내 말을 들던 아빠의 힘없이 감은 눈사이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리고 계셨어요.

그렇게 아빠는 그날 돌아가셨어요. 내가 사랑한다고 했을 때 아빤 조금이나마 웃었던 것 같아요.

“아빤 거긴 어때? 이제 안 아파?   

아빠… 그렇게 힘들고 아프면서 치료도 받지 않고… 뭐가 그리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숨 쉬면서 뭘 기다렸던 걸까.. 나를 기다렸던 걸까…? 내가 아빠 옆을 지켜줬어야 했는데… 못난 딸이라 정말 미안해…

아빤 새벽 두 시가 세상에서 서 제일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했지? 아빠 그거 알아? 새벽 두 시는 내가 태어났던 시간이야.. 이거 알고 또 하루종일 울었어..

그리고 아빠 도박 때문에 돈 다 날려서 치료도 못하고 죽어간 줄 알았는데 내 이름 앞으로 이천만 원이 들어있더라… 할아버지가 나한테 통장전해 주면서 학수가 너한테 많이 미안해했다고 그래서 눈도 못 감았다고 그러더라.. 

아… 아빠한테 글 쓰는데도 자꾸 눈물이 나네… 아빤 하늘에서 뭐 하고 지낼까… 거기선 행복해? 난 행복하지 않은데…

갑자기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사실 나 아빠 운동회 일대문에 못 오고 운동회 다 끝난 오후3시즘에 운동장 가운데서 혼자 있던 거 봤었어.

다른 아빠들은 양복 입고 멋있게 오는데 아빤 공사장에서 일하다 와서 추한 몰골에 먼지 끼인 얼굴이 쪽팔렸었어. 난 지금 딱 하나 후회하는 게 있어.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그 세상에서 제일 멋진 뒷모습을 꽉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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