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의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사업을 실패해 벼랑끝에 서있던 나는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아내와 제가 부모님 집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어요.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어요. 한번도 바꾸지 않았던 현관 비밀번호가 갑자기 바뀌어 있었어요.
다시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것인지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부르며 제가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문을 두드려댔어요.
“여보… 우리 그만 가자.
아무래도 집에 안 계신가 봐. “
아내가 절을 말리며 고개를 저었어요. 계속 두드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부모님은 집안에 계신 게 분명했지만, 아마도 제 사업이 잘못됐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안면 몰수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저는 지푸라기 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부모님 집에 찾아갔던 것 입니다.
저는 40대 초반이고 아들 둘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인지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대박이 났고 승승 장구했어요.
구두나 신발 같은 것을 싼값에 수입해서 국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사업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고 아내는 더 이상 가계부를 보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아들들도 걱정 없이 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평소 워낙 알뜰했던 아내는 절대로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어요. 대부분은 적금을 넣었고 우리 부모님께 매달 용돈도 드렸습니다.
덕분에 본가 가족들도 많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있었습니다. 물론 처가에도 매달 똑같이 용돈을 보내드렸습니다. 저는 전혀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족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한 몇 년쯤 같이 동업하던 친구가 사업을 더 크게 키워보자며 무리한 투자를 요구하면서 저를 설득했습니다.
저는 반대했지만, 친구가 자신 있다면 큰소리를 쳤기에 사업을 더 키워볼 생각으로 무리하게 투자했어요. 그러니까 엄청 많은 물량의 상품을 수입했는데 그게 그만 잘못되고 만 것이죠.
한마디로 완전 쫄딱 망했습니다. 한순간에 모래성이 처참하게 무너져버렸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살려보고자 미친 듯이 뛰어다녔습니다.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먼저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엄마 혹시 돈 좀 있어?
지금 급하게 자금이 좀 필요해서..”
“뭐? 왜? 사업이 잘못됐어?
그동안 아무 문제 없었잖아.”
“얼마 전에 투자한 게 좀 잘못돼서
지금 좀 어려워. 미안한데…
돈 좀 빌려 알려줄 수 있어?
최대한 빨리 갚을게…”
제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회사가 그렇게 어려운 거야?
얼마나 어려운 건데?
지금 조금 심각한 상황이야?”
“웅…그래서 우선 급하게
막을 돈이 필요해”
“우리가 돈이 어딨어.
네들 그동안 모아놓은 돈 없어?
네 처가 모아놓았을 거 아니야.”
엄마의 목소리는 마치 남의 집 일을 말하듯 무심해 보였어요.
“집사람이 모아놓은 돈이랑
우리 집까지 담보로 대출받아서 다 땡겼지.
근데도 돈이 조금 부족해서 그래. “
엄마의 무심한 말투에 화가 났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돈이 어딨어.
우리 돈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네들 일은 좀 알아서 해”
“엄마.그동안 집사람이 생활비 하라고
돈도 많이 보내드렸다고 하던데
지금 돈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에요?”
제가 놀란 기색으로 물었어요.
“그래. 우리가 돈이 어딨어.
나중에 통화하자.”
엄마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으나, 엄마가 막무가내로 전화를 뚝 하고 끊어버렸어요. 제 입장에서는 어찌나 당황스럽던지요.
그동안 아내가 생활비라고 꼬박꼬박 보내드린 돈만 해도 꽤 되는 걸로 알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우리 본가가 그리 못 살지도 않았는데 저는 그저 기가 막힐 뿐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돈 앞에서 부모 자식도 없다고 했던가요. 우리 부모님은 냉정하리만큼 단호하게 행동하셨어요.
그 뒤, 우리의 전화뿐만 아니라 부모님 집에 찾아갔으나 비밀번호까지 바꾸신 채 문도 열어주지 않았거든요. 그날 부모님 집 문 앞에서 어찌나 비참하던지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 주셨더라면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우리는 장인 장모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장인어른, 이런 말씀 드리기 너무 죄송스럽지만
제가 지금 사업이 어려워져서 그런데…
혹시 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그래? 얼마나 필요한데?”
“죄송하지만…
여건이 되시는 금액까지만
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아닐세… 그동안 자네가
우리한테 보내준 생활비만 해도
꽤 큰돈이지 않았나.
덕분에 우리도 모아놓은 돈이 좀 있어.
내가 지금 은행 가서 금방 보낼 테니
조금만 기다리게나.”
장인 장모님께서는 우리 부모님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셨어요. 그렇게 얼마 뒤 돈을 입금하신 장인어른이 다시 전화를 하셨어요.
“최서방, 내가 지금 돈은 보냈네.
근데 말일세, 자네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말고
내가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자네 집까지 담보로 다 대출 받았다며
그런데도 해결이 안 된 거면 말일세
회생이 불가능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
물론 자네가 잘 알아서 하겠지만,
자네가 지금 워낙 경황이 없는 상황이니
“차근차근 잘 생각해 보란 말일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지 말이야.”
장인어른이 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말씀처럼 한번
차근차근 잘 따져보겠습니다. “
장인어른은 한마디에 문득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뒤 저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꼼꼼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확인을 해봤어요.
그런데 몇 분을 따지고 또 따져 봐도 승산이 없어 보였어요. 물론 속이 쓰릴 만큼 아깝기도 했고 잘 나가던 때를 생각하면 절대 손을 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장인어른의 말씀처럼 돈을 더 쏟아부어봤자 이미 끝난 게임이었어요. 그러니까 혼자만의 욕심으로 붙들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무리하게 들여온 많은 재고 상품들을 큰 손해를 보면서 떨이로 처분했고 추가적인 상품 수입도 중재한 채 사업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는 삐쩍삐쩍 말라갔어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으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내의 얼굴을 봤는데 얼굴이 말이 아니더라고요.
남편 잘못 만나서 이게 무슨 고생인가 싶어 마음이 쓰리고 아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장인 장모님이 우리 집으로 찾아오셨어요.
“내 말 잘 듣게, 사업은 이미 그렇게 됐고
지금 집도 빚 때문에 내놔야 한다고 들었네”
장인어른이 심각한 얼굴로 아내와 저를 바라봤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잘했어야 하는데
면목이 없습니다.”
제가 고개를 떨군 채 묵묵히 앉아 있었어요.
“내가 자네를 나무라겠다는 건 아니네.
사람이 살다 보면 실패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죄인처럼 굴지 말게나.
우리도 그동안 자네가 보내준 돈으로 아주 잘 살았으니까.
단지 운이 없었던 걸세.”
장인어른께서 제 등을 토닥토닥 해 주셨어요. 장인어른 말씀에 제가 고개를 깊이 숙였는데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거든요. 그리고는 마치 울음보가 터진 것 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어버렸어요.
그동안 마음고생한 것까지 겹쳐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
그동안 자네 혼자 다 짊어지려고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잘해보려고 하다가 이렇게 된 건데..
억울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겠지.”
장인어른께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봤어요. 그때 당시 그토록 서럽게 눈물을 흘렸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저를 낳아주신 우리 부모님은 제 사업이 망하자마자 마치 남처럼 바로 등을 돌려버려서 었기에 더욱 서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장인 장모님께서는 가지고 계시던 또 다른 통장까지 건네셨거든요.
“그동안 우리 딸이
매달 꼬박꼬박 돈을 보내왔었네.
그런데 우리가 귀한 돈을 어찌 쓰겠나.
혹시 몰라 그대로 모아뒀었네
급한 대로 돈이라도 쓰게나.”
“장인어른, 감사합니다.”
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자네 잘 듣게나.
지금 그렇게 돼서 빚도 팔고 빚도 갚아야 하고
이래저래 힘들게 됐지 않나,
그래서 말인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내려와서 나랑 같이 일해보는 건 어떻겠나?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하는 일이
잘만 하면 돈도 꽤 만질 수 있거든.
거기다 자네가 옆에서 도와주면
더 괜찮을 거 같기도 한데…
물론 강요하는 건 아니네.
근데 지금은 딱히 방법이 없으니까.”
혹시나 제 마음이 상할까 싶어 장인어른이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장인어른과 함께요?
근데 제가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자네한테 강요하는 건 아니네.
근데 딱히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사돈들하고는
아직도 연락이 안 되는 건가?”
장인어른께서 푹 한숨을 쉬셨어요.
“네… 아예 연락이 끊겼습니다.
사업 잘못되자마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망 가득한 목소리로 제가 대답했어요.
“그럼, 우리랑 같이 내려가자고
거기 가서 다시 시작해 보자고
난 지금 하던 농사 그대로 지을 테니
자네는 농작물 유통에 대해 알아보란 말이야.
요즘은 인터넷인가 뭔가를 많이들 하던데
자네 장모랑 나는 그쪽으로는 영 깜깜이 아니던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장인,장모님이 돌아가신뒤, 우리 부부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장인어른 말씀처럼 딱히 방법이 없었기에 처갓집으로 내려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애들 학교에 이것저것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아이들이 내려가자며 저를 응원해 줬어요.
그렇게 우리 가족은 처갓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장인어른이 특수 작물을 크게 하셨던지라 옆에서 열심히 일을 배워 나갔어요.
그리고 장인어른 말씀처럼 농작물 유통 관련에 대해 공부도 시작했고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금방 적응이 되었어요.
그렇게 한 2년쯤이 지났을 무렵 많이 안정이 되었어요. 아내와 제가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상당히 좋았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온 첫째가 저를 빤히 바라보더니,
“아빠 농사짓 하는 거 말이야.
그거 유튜브 한번 찍어서 시작해봐.
외할아버지가 엄청 재밌으시잖아.
그런 거 그냥 자연스럽게 찍어서 올리는 거지.
수확하는 장면부터 여기 생활까지 말이야.
요즘 그런 거 인기 많거든~!”
그냥 흘리듯이 제게 말했어요.
“유튜브 그거 어려운거 아니야?
그리고 이런 평범한 생활을 누가 좋아해?”
제가 어림도 없다는 듯이 그냥 웃었는데요.
“아빠! 무슨 소리야!
요즘 그런 거 인기 되게 많아.
그러니까, 이런 거지
할머니가 가마솥에 삼계탕도 끓이고 그러시잖아?
그런 것도 그냥 자 자연스럽게 찍는 거야.
혹시 알아 그게 대박 날지?
내가 보기에 아빠는 착해서 잘 될 거야.
나도 좀 도와줄게”
아들이 배시시 웃었어요. 급히 짐을 싸서 내려올 때 아들들이 제일 걱정이 되었었는데 아내를 닮아서 그런 것인지 다행히 아들들은 낙천적으로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해줬어요.
그렇게 아들과 저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그냥 일상적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촬영해서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농사일을 하시면서 큰 목소리로 흥얼거리시는 장인어른의 모습과 옆에서 추임새를 넣고 있는 제 모습 같은 것들을 말이죠. 그리고 장모님께서 솥뚜껑에 삼겹살을 굽는 모습과 가족들이 다같이 식사하는 모습 그런 것들이었어요.
물론, 처음에는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 가족의 따뜻한 모습이 통했던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구독자가 많이 늘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장인과 사위가 함께 농사짓는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이었어요. 바람에 우리 장인어른은 농사를 지으시다가 갑자기
“아따! 구득 좋아요. 꼭 좀 눌러줘요.
이거 공짜니까 부담 갖지 말고
그냥 꾹꾹 눌러줘요.
우리 사위가 구독 좋아요. 되게 좋아해요!”
라며 장인어른께서 쑥스러운 듯 큰소리로 웃으셨어요. 또 어느날은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 장인어른의 모습에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농사뿐만 아니라 유튜브도 승승 장구에 나갔습니다.
참 세상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더라고요. 그렇게 우리 가족은 남부럴 것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맨날 학원에 찌들어 살던 우리 아들들의 얼굴도 조금은 편안해 보였고요. 장모님께서 사지사철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들을 해 주시니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날도 장모님께서 생선을 구워 다 같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장인어른께서
“사돈들한테는 아직도 연락이 없는 건가?”
“장인어른, 저한테 부모가 어딨습니까
앞으로 저한테 부모님은 장인 장모님밖에 없습니다.”
예전부터 형하고 그렇게 차별했었어요. 근데 제 사업이 잘되고 나니까 저한테 관심을 좀 갖더라고요. 아무래도 아내가 매달 용돈을 꽤 많이 드렸으니 그랬겠죠.
사업 한참 잘 나갈 때 본가에 갔더니, 어머니가 생선을 구워놨더라고요. 근데 제 앞 접시 위에 가장 큰 생선구이 한 마리를 통째로 떡하니 올려놔주셨는데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옛날부터 저는 항상 형이 먹다가 남긴 것들만 먹었으니까요. 형한테는 맛있는 부위만 주고 전 주구장창 생선 대**만 줬거든요.
원래 생선은 대**가 젤 맛있는 거라면서요… 그래서 저는 한동안 생선은 절대 안 먹었습니다. 서러웠던 옛날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마음이 먹먹해져서 막걸리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저도 이후를 한참 나중에 알았는데 제가 돌아가신 우리 친할머니를 빼다 박았대요. 우리 친할머니가 엄마한테 그렇게 시집살이를 시켰고요.
그래서 저만 보면 할머니가 떠올라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푹 하고 한숨을 쉬었어요. 그런 제 이야기를 듣고 장인어른께선,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래 자네가 좀 착하고 성실한가.
난 우리 딸이 결혼하겠다며 자네를
데리고 온 순간부터 자네가 아주 마음에 들었구만.
근데 역시나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었던 거지”
장인어른께서 껄껄거리며 웃으셨어요. 그리고 처음 인사드리던 날 장모님은 저한테 생선 대**를 안 주시더라고요. 맛있는 것들 만 제 접시 위에 가득 올려놔 주셨어요.
그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길가에 차를 세우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제 사업이 잘못되고 나서 부모님이 바로 연락 끊어버렸을 때도 별로 놀랍지도 않았어요.
형한테 전화해보니 형이 그러더라고요.
“그동안 네가 엄마 아버지한테 준 돈
나한테 다 줬는데, 엄마 아버지 돈이 어딨겠냐?
그러니까 다시 연락하지 마라.
망할 하려면 너 혼자 망해야지.
왜 우리한테까지 피해 주려고 해?”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그냥 부모 없는 셈 치고 살아야겠구나 하고 말이죠. 차라리 연락 안오는게 속 편합니다.
제가 씁쓸한 표정으로 다시 막걸리잔을 비웠습니다. 그 뒤로 우리가 하는 농사는 더욱 승승장구했고 집안 식구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하고 있는 유튜브를 형이 본 모양인데 전화가 왔더라고요.
“야, 너 완전 유명하더라?
우리 직원이 네 거 유튜브 보면서
엄청 재밌다고 난리야~!”
제 사업이 그렇게 된 뒤 저한테 막말만 일담던 형이 다짜고짜 말했어요.
“그러게, 나도 그렇게 잘될 줄은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제가 웃음기 하나 없는 말투로 대꾸했어요.
“야 보니까, 너 돈도 꽤 많이 버는 것 같던데
어떻게 연락 한 통이 없냐?”
형이 서운하다는 듯이 제게 말했어요. 말을 듣던 제가 그만 흥분을 하고 말았는데요. 사업 잘못되고 막말만 일삼으며 연락까지 끊어버렸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일까요? 제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어요.
“뭐? 그때 나 사업 망했을 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며?”
제가 형에게 쏘아붙이듯 말했어요.
“아니 그때야 네 사업이 그렇게 됐으니까.
그런 거고. 이제는 다들 살만하잖아.
그럼 연락을 해야지. “
“장난해? 어려울 땐 연락하지 말라 하고
이제는 살만하니까 연락하라고?
완전 개차반 집구석이구만”
저도 모르게 말에 툭 하고 튀어나왔어요.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형한테 무슨 말버릇이 그래?”
형이 흥분한테 소리쳤어요.
“왜? 이제 내가 돈 좀 버는 것 같으니까
다시 돈 좀 뜯어내려고?
제발 혼자 알아서 자립 좀 해라.
맨날 엄마 아버지한테 빌붙어 살지 말고
내가 돈이 넘쳐 흘러도 그쪽 집안에는
절대 돈 안 줄 거니까 앞으로 연락하지 마.
사람들이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네”
라며 제가 전화를 확 끊어버렸어요. 너무나 어이가 없으니까. 말도 제대로 나오질 않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뒤 형이 엄마 아버지까지 모시고 우리 집으로 쳐들어왔어요.
“얘, 형한테 들어보니 네들 요즘 돈 엄청 잘 번다며?
근데 왜 연락도 안 하고 이건 아니지.
우리 전화는 왜 안 받는 거냐?”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따져 버렸어요.
“진짜 어이가 없네?
먼저 연락 끊은 건 우리가 아니라 엄마 아버지 아니었어?
집 비밀번호까지 바꾸고 전화도 계속 안 받았잖아.
근데 지금에 와서 왜 이러는 건데?”
“어머,얘봐라? 이렇게 생각이 없어?
그럼 어차피 망할 것 같은 네 사업 때문에
온 가족이 거리에 나앉았어야 했다는 거니?
그때 우리가 그렇게 연락을 끊었으니
네가 지금 이만큼 성공한 거야.
근데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고마운 줄도 모르고”
엄마는 오히려 우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그런 표정이었어요.
“와… 진짜 대단하다 가족이 아니라
그냥 남이네 남이야.
그냥 남들도 그렇게 안 하겠다.
어떻게 곧바로 연락을 끊어버려?
엄만 아들 걱정도 안됐어?
최소한 엄마라면 힘들어하는 자식에게
꼭 돈이 아니더라도 따뜻한 말로 위로라도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난 그때 이미 정 다 떨어졌어.
그때 우린 이미 인연 끊어진 거야.
그러니까 다시는 찾아오지마”
제가 가족들을 문 밖으로 밀어내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뭐야? 네가 엄마 아빠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엄마가 악에 받쳐 소리쳤어요.
“이렇게 하긴 뭘 이렇게 해?
잘난 엄마 아들 여기 있네,
그러니까 형이랑 잘 살아.
제가 형을 쏘아봤어요.
“너 진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형이 저를 노려봤어요.
“맞아요. 서방님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근데 가족하고 연을 끊겠다니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했다.”
옆에 있던 형수님도 한마디 거들었어요.
“다 필요 없으니까. 당장 나가!
가족이 가족 같아야 가족인 거지.”
제가 가족들을 문 밖으로 내쫓으며 중얼거렸어요. 문 밖에서 한동안 뭐라고 시끌시끌하더니, 가는 듯했는데요. 뒤에도 계속 전화해 대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다시 조용해졌어요. 그런데 본가 사람들이 그랬던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형이 중소기업에서 상품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해고를 당했다고 하네요.
평소에도 회사 사람들한테 평판이 좋지 않았었다는데 얼마 전에는 회사 상품을 몰래 빼돌려서 다른 곳에 티 나지 않게 조금씩 싸게 상금 받고 팔아먹다 걸렸다고 하는데요.
평소에 형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던 직원 한 명이 회사에 신고를 했다네요. 평생을 엄마 아버지한테 빌붙어 살더니, 아주 꼬시더라고요.
결국엔 회사를 그만뒀다는데 나이가 있어 재취업도 어렵고 하니 집에서 빈둥빈둥대고 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형수님이 전화를 해서 먹고 살기 힘드니까 돈 좀 빌려달라고 했답니다.
아마도 우리 아내가 마음 약한 거 알고 접근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내 또한 본가의 실망을 많이 했던지라 딱 잘라 거절했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아내를 보며 잘했다고 칭찬해줬어요. 언제까지 끌려만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그 뒤, 본가 가족들이 몇 번 더 내려오기도 했지만, 맘 단단히 먹고 모른 척 외면했습니다. 양심이란 것이 없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리 집은 다시 평온해졌네요.
형수님이 그런 우리 부부한테 독한 사람들이라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저는 앞으로 더 독한 사람이 될까 합니다. 물론 본과 사람들한테만요. 다시는 우리를 찾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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