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송중동에서 남매가 공부방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펌프장 위에 덮고 있던 하수구 철판 위에서 또래 아이들이 뛰어놀던 장면을 본 허건(7)군은 자신도 그 위에서 뛰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철판 위에서 놀던 아이들이 떠나마자마 동생은 그 위로 올라가 뛰기 시작했고 누나인 허민 양(11)이 이 광경을 잠시 지켜보다가 동생의 손을 잡아끌며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철판이 구부러지며 동생은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고 손을 잡고 있던 누나도 함께 철판 밑으로 끌려 내려갔습니다.
두 남매가 빠진 7m 깊이의 펌프장은 깊은 우물 속처럼 어둡고 고요했습니다., 수심이 130cm, 키 153cm인 누나는 목까지만 물이 차올랐지만 140cm인 남동생을 업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오물이 둥둥 떠다니는 얼음장 같은 물속에서 허민 양(11)은 남동생 허건 군(8)이 물에 잠기지 않게 까치발을 한 채 20분 째 업고 있었습니다
누나 허민 양은 7m 허공을 향해 “살려주세요”라고 고함을 쳤지만, 주변은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누나는 동생에게 “어른들이 구해줄 거야”라며 안심시켰지만 추위와 공포에 몸이 바들바들 떨렸습니다.
동생과 함께 아래로 추락할 때 아깨와 허벅지를 심하게 부딪혀 허민 양은 통증이 느껴지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업고 있는 동생이 흘러내릴까 봐 몸을 움직일 수 조차 없었죠.
그러던 그때, 11살의 허민 양의 어깨를 받치고 있던 8살 남동생이 허건 군이 눈물을 글썽이며 누나에게 말했습니다.
“누나. 그냥 나 내려줘, 이러다 누나 죽으면 안 되잖아.”
하지만 누나는 동생을 내려 놓을 수 없었습니다. 추위와 통증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입술을 파래졌지만 혹여나 동생이 흘러내릴까 봐 허민 양은 동생이 흘러내지 않도도록 정신을 꽉 붙잡고 있었습니다.
40분이 지날 쯤, 부상의 통증과 동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던 차에 허민 양을 깨운 건 예닐곱 개의 손전등 불빛이었습니다.
허민 양의 살려달라는 외침에 한 중학생이 인근 공부방 교사에게 알려 주민들이 구조하기 위해 나온 것이죠. 이들은 ‘정신 차리고 있어라, 소방관 오고 있으니 걱정 마’라며 용기를 북돋우며 안심시켰습니다.
몇 분 뒤 남매에게 굵은 동아줄이 내려왔고 남매는 기적처럼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구출된 누나 허민양은 동생이 오랫동안 턱을 어깨에 괴고 있어 어깨가 좋지 않은 상태였고 동생 허건 군은 머리를 다쳤지만 모두 큰 상처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후, 인런과 인터뷰를 통해 허민 양은 “떨어진 뒤 동생이 허우적거려 얼른 업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동생을 놓으면 발이 안 닿아서 죽을 것 같았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학교 갈 때도 동생을 항상 데리고 다니는 데 많이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생 허건 군은 “(내가)무거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누나에게 괜찮다고 나 내려놔달라고, 뛰면 된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여전히 사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남매는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며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이번 사건계기로 인해 허건 군은 누나에게 약속 하나를 했다고 합니다.
“다시는 누나 허락 없이 위한 곳 안 갈 거야! 누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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