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폭 주제를 다룬 ‘더글로리’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2011년 대구 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 14살 A군이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해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폭 사건을 보면 항상 떠오르는 중학생의 유서’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몇 시간 전 엘리베이터 폐쇠회로 CCTV에 찍힌 모습과 유서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이 유서는 고 권모군이 남긴 것으로 당시 권군은 물고문과 구타, 금품 갈취 등 동급생의 상습적인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
권군은 집 거실에서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며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보복이 두려웠다”며 신고하지 못한 이유를 적었습니다.
유서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그동안 말은 못했지만, 매일 라면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갖가지가 없어진 이유가 있어요. 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애들이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절 괴롭했어요.
매일 라면,쌀국수,용가리,만두,스프,과자,커피,견과류,치즈 같은 걸 매일 먹거나 가져갔어요.
3월 중순에는 XXX라는 애가 같이 게임을 키우자고 했는데 협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매일 컴퓨터를 많이 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 게임에 쓴다고 제 통장을 돈까지 가져갔고, 매일 돈을 달라고 협박했어요.
그래서 제 등수가 떨어진 이유도 걔네들 때문이고, 2학기 때쯤 제가 일하면서 돈을 벌기시작했는데 애들이 계속 그 돈을 달라고 해서 엄마한테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돈을 요구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고 담배도 피우게 하고 오만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고 깜지까지 써줬어요. 게다가 매일 우리 집에 와서 때리고 나중에는 XXX이라는 애 하고 같이 저를 괴롭혔어요.
날이 갈수록 때리는 양도 늘어나고, 수업 시간에는 공부하지 말고 시험 문제 다 찍고, 돈 벌라 하고, 물로 고문하고, 모욕을 하고, 단소로 때리고, 우리 가족을 욕하고, 문제집을 공부 못하도록 다 가져가고, 학교에서도 몰래 때리고,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는 등 그런 짓을 했어요.
12월에 들어서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했는데 그때마다 엄마,아빠 생각이 나서 참았었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폭행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또 동대문 밀레에서 옷을 사라고 시켜서 샀는데 자기가 가져가고 매일 나는 걔네들 때문에 엄마한테 돈 달라하고, 화내고, 게임하고, 공부 안 하고, 말도 안 듣고 뭘 사달라는 등 계속 불효만 했어요.
전 너무 무서웠고 한편으로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어요. 하지만 내가 사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 가족이었기에 쉽게 죽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몸은 성치 않아서 매일 피곤했고, 상처도 잘 낫지 않고, 병도 잘 낫지 않았어요.
또 요즘 들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언제 오냐는 전화를 했는데 그 녀석들이 저한테 시켜서 엄마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 오시기 전에 나갔어요.
진짜 죄송해요.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남한테 말하려고 했지만 걔네들의 협박에 너무 두려웠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김 XX, 윤 XX이란 애들이 자세하게 설명해 줄 거예요.
오늘은 12월 19일, 걔네들이 저에게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리고 벌을 세웠어요. 그리고 걔네들이 저를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놓고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제 몸에 칼등을 새기려고 했을 때 실패하자 제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고 우리 가족들을 욕했어요.
저는 참아보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걔들이 나가고 난 뒤, 저는 제 자신이 너무도 비통했어요.
사실 알고 보면 매일 화내시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 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없는 우리 엄마, 나에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운 좋은 아들이었어요.
제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저는 아마 여기 없었을 거에요. 매일 장난기 심하게 하고 철이 안 든 척했지만, 속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하는 일은 어멍 큰 불효일지도 몰라요. 집에 먹을 게 없어졌거나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내실 때 부모님 원망보단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도 한번 못한 제가 너무 얇밉고 원망스러웠어요.
제 이야기는 이제 끝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탁이있어요. 걔네들이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알고 있어요. 우리 집 도어키 번호 꼭 바꿔주세요.
저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저희 가족을 기다릴게요. 모두들 안녕계세요.
우리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막내 ㅇㅇㅇ올림-
이렇게 공개된 권군의 유서는 네티즌들에게 큰 공분을 일으켯는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2021년 2월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됐고, 학교폭력 근절 법정부대책의 하나로 학교폭력전담경찰관(SPO)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학교폭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학교폭력 실패조사’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8,9%에서 12.3%로 증가했는데요. 피해장소가 ‘학교 밖’이라는 응답은 25.1% 지난해 35.7%가 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학생들의 인격과 미래를 해치는 이러한 행동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사회의 협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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