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담임을 맡게 된
김판식이라고 합니다”
중학교 때 할아버지 과학 선생님이 우리 반을 맡았습니다. 머리가 반쯤 까진 할아버지 선생님은 우리 동네를 도시로 생각할 만큼 깡시골에서 오셨다고 했습니다.
가장 사춘기의 여자아이들은 할아버지를 무시했습니다. 자고 떠들고 깔깔거리고… 여자애들은 할아버지 선생님의 늙고 따분한 목소리를 들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래도 늘 성실하셨으며 최선을 다하셨고 수업 끝날 때마다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그런데 거의 머든 아이가 숙제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선생님을 지켜보다 보니… 계속 불쌍해졌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선생님 수업 대신에 자신이 만들어온 설문지를 돌리셨는데 자신의 수업이 왜 싫은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수업을 들을 것인지 반 친구들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여자애들은 철이 없고 버릇이 없어서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어떤 애는 할아버지가 너무 늙어 보여서 싫다고 했고, 어떤 애는 할아버지가 재밌는 얘기 하나 없이 수업만 해서 싫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 선생님이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심한 말들이 투성이었죠.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선생님은 머리를 빡빡 밀고 핑크색 모자를 쓰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빨간색, 그다음 날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오셨습니다.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가장 젊어 보이는 색의 모자와 옷차림을 보여주셨습니다. 늘 정장차림이었던 선생님 머리 위에 두건을 쓰시거나 어느 날은 야구모자를 쓰셨습니다.
그걸 보고 여자애들은 더 깔깔거리고 웃었습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철수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미술가가 좋아요?
음악가가 좋아요?
그러자 잠시 생각한 엄마가 답했다.
그야 물론 둘 다 좋지~
그러자 철수는 자랑스럽게
성적표를 내 보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미술-가
음악-가 “
선생님은 유머모음집 같은 이름의 책을 사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한 페이지씩 읽으셨습니다. 매일 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말이죠.
그러자 그 버릇없던 애들이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숙제를 꼬박꼬박 해오는 애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선생님 이후로 여태 그런 어른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춘기 여자애들의 생각 없는 말들을 진심으로 수용하고 노력하신 선생님…
분홍색 재킷을 사 입고, 빨간 두건을 두르는 것은 결코 선생님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그 이후로도 선생님은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닮고 싶은 어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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