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급작스레 돌아가셨습니다. 장보러 가시다 교통사고 때문에 예상치도 못하게 돌아가셨어요.
마음을 추스릴 시간도 없이 정신없게 장례식도 치르고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엄마가 저를 맞아줄 것만 같은데… 이젠 빈 집만이 저를 반겨줍니다.
엄마는 요리를 참 잘하셨는데 냉장고 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엄마의 반찬들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늘 먹던 이 반찬들이 엄마의 마지막 흔적이잖아요… 이걸 정리하면 이제 정말 엄마의 흔적은 없는 거니까요.
엄마는 항상 제 꿈이 요리사라고 하면 싫어하셨어요. 요리하는 일이 힘든 일이라며 엄마는 제가 힘든 일을 하시는 게 싫다고 하셨거든요.
정작 엄마는 아픈 허리로 매일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셨습니다. 엄마도 결혼 전엔 직업이 있으셨는데 저를 낳고 나선 항상 가정주부셨어요.
다른 친구들 엄마는 일도 하고 세련되었는데 엄마는 항상 집에만 계시고 아줌마 같은 엄마가 너무 싫었어요.
“엄마 반찬 팔 생각 없어?
엄마 요리 잘하잖아!
식당 차려보는 건 어때?”
“그럼 누가 우리 딸 챙겨줘~
우리 딸이 하고 싶어 하는
요리사 되려면 엄마가
잘 챙겨줘야지~”
“나 안 챙겨도 돼! 나 다 컸어..
친구네 엄마들은 다들
회사도 다니고 그러던데…”
“에이, 누가 엄마를 써준다고…
식당 차릴 돈이 어딨어..”
“맨날 돈! 돈!
엄만 맨날 돈 얘기만 해!
돈은 아빠가 다 벌어오는데..”
그날 그렇게 엄마한테 짜증 내지 말걸 그랬어요. 이렇게 엄마가 빨리 떠날 줄 알았다면 그러지 말았어야 헀는데…
냉장고에 넣어둔 반찬은 썩어갔고, 엄마가 쓰시던 방은 냄새도 못 날아가도록 문을 꼭 닫아뒀어요. 꿈에서라도 엄마가 나를 찾아올 것 같아서요.
엄마 냄새가 나는 앞치마만 꼭 껴안고 잠들기를 몇 주가 지났습니다. 이제 엄마를 보내드릴 때가 된 것 같아요. 냉장고도, 엄마의 작은방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방을 정리하는데 작은 수첩이 나왔어요. 거기엔 엄마의 정갈한 손글씨가 써져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저에게 만들어준 반찬들과 요리 레시피가 적혀있었어요.
그리고 그 수첩 맨 뒤에는… ‘요리사가 될 우리 딸을 위해’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저는 겨우겨우 엄마를 보낼 준비를 마쳤는데 노트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엄마, 다음 생에는 내가 엄마의 엄마였으면 좋겠어. 난 엄마한테 부족한 딸이었지만, 엄마가 준 커다란 사랑을 내가 다시 돌려주고 싶어…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