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때
아빠가 재혼을 하여
새엄마와 함께 살았습니다.
못되게 구는일은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정들지 못해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런 어색한 관계였지만,
새엄마가 저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
새엄마의 제안으로
둘이서 강에 놀러갔습니다.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따라나섰습니다.
강에 도착하자마자
새엄마를 내버려두고
혼자서 물에 들어갔습니다.
물속을 걷다가
갑자기 깊어진 물 아래로
순식간에 빨려들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괴로운 고통이였습니다.
점점 목 안쪽이 막히며
괴로워지더니..
그 이후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정신이 들었을때 저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심정지가 와서 위험했단다”
아빠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새엄마는 없었습니다.
“새엄마는?”
아빠는 숨을 고른뒤..
잠긴 목소리로 얘기했습니다.
제가 물에 빠졌을때
새엄마가 옷을 입은채로
뛰어들어 저를 구하고
힘이 빠져 하류까지
떠내려 갔다고 합니다.
그 후 다행히
구조는 되었지만,
의식이 없다고 합니다.
다음날 저는 새엄마가 있는
중환자 병실에 갔습니다.
수많은 기계에 둘러싸여
몸에 장비를 달고있는 새엄마..
그렇게 새엄마는..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새엄마의 유품을 정리하던중..
자물쇠가 달린
새엄마의 일기장이 발견되었습니다.
저는 아빠와 함께 열쇠를 찾고
일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일기장에는 저와 잘 지내보려
노력하던 새엄마의 고민과
헌신들 하나하나 빼곡히
적혀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는..
‘조금은 수줍어 하지만 정말좋은아이’
‘이 아이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지켜낼 자신이 있다’
‘윤아를 나에게 맡겨준
지훈씨에게 정말 감사하다’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새엄마는 일기를 쓴 며칠후..
목숨과 바꿔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새엄마는 언제나
다정한 눈으로
저를 지켜봐 주었습니다.
항상 제 눈높이에 맞춰
말을 걸어주었죠..
마음은 제대로 전해졌는데
저는 새엄마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사랑만 받은 채 보답하지 못했습니다.
보답은 커녕..
목숨까지 빼앗아 버린것 같았습니다.
일기를 다 읽고 처음으로
‘엄마’
라고 울부짖었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때까지
‘미안해 미안해요 엄마’
라고 울며 소리쳤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성인이 되었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도 가슴 깊은곳에
남아있습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매 여름이 되면
계속 생각납니다.
그 상냥했던 웃음과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던
그때의 후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