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갔습니다.
누굴 만나러 가셨다는 엄마는
밤늦도록 들어오시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어디 가셔서 이렇게 안 오세요?”
아버지는 주저주저하더니 대답하셨습니다.
“사실은, 네 엄마 친딸이 찾아왔다.”
엄마의 친딸….
당황한 나머지 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는 지금의 어머니와 재혼하셨지요.
오랜 방황 끝에
겨우 마음을 열고
엄마로 받아들였지만,
엄마께도 두고 온 자식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그 딸은 저와 동갑이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돌아와 제 눈치를 살피는 엄마에게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엄마, 나하고 그 애 누가 더 생일이 빨라?”
“희진이 너가 나흘 빠르지.”
“그럼 내가 언니네! 동생 한번 보고 싶어!”
“진짜 볼거야?”
“그럼! 엄마 닮았으면 엄청 이쁘겠네.”
그때처럼 활짝 웃는
엄마 얼굴은 처음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동생을 처음 만났습니다.
동생이라고 하기에는
저보다 키도 크고 늘씬했지만
언니답게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지요.
“내가 생일이 조금 빠르니까 언니라고 불러.”
서먹할 줄 알았는데
그 애도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래요, 언니. 내가 동생 할께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제가 미안한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내가 엄마 마음 고생 많이 시켰어.
니 행복 내가 뺏은 것 같아 정말 미안해.
그동안 원망 많았을텐데
이제라도 엄마사랑 실컷 누리면서 살아.
샘 내지 않을게.”
세 여자 모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습니다.
이제 동생과 나누면서 살고 싶습니다.
엄마!
애타게 그리워하던 딸에게
제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사랑 베풀어 주세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