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님 나 사과좀 깎아줘요” 새벽 5시에 사과 깎아달라며 호출한 환자에게 짜증낸 간호사, 3일뒤 보호자의 ‘한마디’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암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애청자입니다. 최근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는데 그 이야기를 제보하려고 합니다. 

야간 근무를 하는 어느 날 새벽 5시,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호출 벨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환자에게 말 못 할 급한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죠. 그분은 병동에서 가장 오래된 입원 환자였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간호사님~ 미안한데… 이것 좀 깍아 주세요” 

라며 환자분이 제게 사과를 한 개를 쓱 내미는 것입니다.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달라니 저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래도 큰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맥이 풀리는 순간이었죠. 그의 옆에선 그를 간호하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건 보호자분께 부탁해도 되는 거잖아요~?”

“미안한데…
이번만 부탁하니 깍아 주세요”

한마디를 더 하고 싶었지만, 다른 환자분들이 깰까 봐 저는 그냥 사과를 깍아드렸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환자는 심지어 먹기 좋게 잘라달라고까지 하는 것입니다.

할 일도 많은데 이런 것까지 요구하는 환자가 못마땅해서 저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사과를 대충 잘라놓고 침대에 놓아둔 채 발길을 돌렸습니다.

성의 없게 깍은 사과의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환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래도 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환자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며칠 뒤 그의 아내가 수척해진 모습으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간호사님..
사실 그 날 새벽에 사과를 깎아 주셨을 때
저도 깨어 있었습니다.
그날이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아침에 남편이 선물이라며
깍은 사과를 저에게 주더군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사과를 깎지 못해 간호사님께
부탁했던 거랍니다.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남편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어서|
죄송한 마음이 너무나 컸지만,
모른 척하고 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그날 사과를 깎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는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져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 새벽 가슴 아픈 사랑 앞에 나는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은 짓을 했던 건가…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 전부였던 그들의 고된 삶을 왜 들여다보지 못했던가.. 한없이 인색했던 저 자신이 너무나 실망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고마워요… 남편이 마지막 선물하고
떠날 수 있게 해 줘서…”

저는 이처럼 누군가에게 사소한 일이 또 누군가에겐 가장 절박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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