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된 외동딸이 50대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합니다…” 홀로 키운 딸이 결혼하겠다고 찾아와 의절했는데 사위의 정체에 저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꾸준하게 올려주시는 사연 잘 듣고 있는 단골 애청자입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이혼하고 나서 홀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60대 남성입니다.

아주 예전에 우리 아이가 좀 어렸을 때 와이프와 자주 다퉜습니다. 끝내 대화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관계는 더 악화되어 와이프는 무작정 캐리어를 들고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때 저 혼자 아이를 키워야 했기 때문에 막막하기만 하고 어떻게 가정을 꾸려나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죠. 

그때 제 딸은 초딩학생이었는데 아이는 엄마가 더 이상 우리 앞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듯 엄마를 내내 기다렸는데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딸이기도 하고 혼자서는 도무지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 보육원에라도 맡길까, 친척집에라도 맡길까 고민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 어느 날부터 딸이 아침밥을 해놓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반찬 입맛에 안 맞으면 언제든 말해줘. 내가 다시 해줄게…” 라며 말하는데 저는 딸이 안쓰러워서 꼭 안아주고야 말았습니다. 딸은 아빠가 엄마처럼 자기를 등지기라도할까봐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딸이 너무 안타까워 딸을 다른 곳으로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딸은 속한 번 썩이지 않고 무럭무럭 잘 자라주었습니다.

딸은 공부도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장학금을 타고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 딸은 저의 자랑이었고 저의 전부였지요.

하지만 그렇게 착하고 예쁘기만 했던 딸이 대학교에 들어간 지 몇 달 만에 변하기 시작했어요. 제일 달라진 건 귀가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초저녁에 들어오던 딸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밤 10시가 되어도 들어오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사춘기 때도 안 하던 반항이랑 말대꾸가지 제 앞에서 하더라고요.

저는 속상해서 딸을 타일렀을 뿐인데 딸에게는 그 마음이 보이질 않았나 봅니다. 

“지희야. 너 요즘 왜 그러냐? 어? 대체 지금이 몇 시인데.
아빠한테 연락도 안 주고 그렇다고 연락도 안 받고
지금까지 뭐 하고 다닌 건데…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어제도 동아리 애들이랑 스터디하다가 온 거예요
다른 애들은 다 놀러 가는데 것도 아빠 걱정할까 봐 
저만 빠져나왔다고요”

“아니 무슨 스터디를 그 밤늦은 시간에 해?
아빠는 그 스터디한다는 말도 솔직히  믿기가 어렵구나.
이렇게 연락도 없이 매번 아빠 실망시키면,
걱정하고 참견할 수밖에 없다”

원래는 차분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습니다. 말하다 보니 저는 저대로 화나서 언성이 높아지고 말았었죠. 딸은 딸대로 기분이 상했던지 한숨을 푹푹 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딸과의 잦은 다툼이 계속되던 어느 날, 그날도 제가 아침에 딸이 나갈 때 꼭 통금시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밤 10시가 됐는데도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자 저는 집밖으로 나가서 딸을 기다렸습니다.

저는 딸에게 계속 전화를 걸며 주변을 서성거렸는데, 딸은 끝까지 제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화가 나기보다는 속상해서 눈물이  차오르더군요.

머릿속에서는 온갖 상상이 들어 아침까지 연락이 안 되면 경찰에라도 신고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러다 집에서 딸아이를 한참을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깜박 잠이 들었고 그라다 누가 저를 부르는 듯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저는 정신이 번쩍 들며 황급히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전 잎을 다물지 못했는데…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딸과 그 곁에는 어떤 남자가 옆에 있었습니다.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제 앞에서 언뜻 보기에 나이가 들어 보였는데, 딸은 어쩌자고 아무 예고도 없이 그 사람을 제 앞에 들이밀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지희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남자는 누구지? 
어떻게 아빠한테 연락 한번 없이

낯선 사람을 데리고 들어와?”

저는 다짜고짜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딸의 돌발행동에 당황하기까지 했었는데 설마… 만약 내가 생각한 짐작이 제발 아니기만을 바랬죠.

당장이라도 그 남자의 얼굴을 후드려 패고 싶은 시정이었습니다. 제가 큰소리로 그 남자 누구냐고 묻는데도 제 반응에 놀랐는지 그 남자가 딸의 옆으로 바짝 다가와 앉더라고요.

저는 딸이 제 말에 대꾸하지 않자, 이번에는 곁에 있던 그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한눈에 봐도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 자세히 보면 볼수록 제 또래처럼 보였습니다.

“당신 누구요? 지금 우리 딸이랑 내 앞에 있는 이유가 뭐죠?

우리딸이랑 무슨 관계입니까?”

그때 딸이 고개를 서서히 들더니 저를 쳐다보고 얘기를 하더군요.

“아빠. 저 할 말 있어요. 제 곁에 있는 이 사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어제 같이 있었던 사람인데,
이미 제 맘을 결정한 이상 하루라도 빨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무턱대고 찾아온 거예요… 죄송해요”

딸은 손을 덜덜 떨며 울기 시작하면서 얘기하는데 듣는 내내 저는 눈이 뒤집힌 상태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그리고는 딸이 입을 여는데..

“아빠… 죄송해요. 저 아이 가졌어요…”

딸이 임신을 했다는 말에 저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고 말았고,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남자의 멱살을 잡으며 후드려팼습니다.

딸은 온몸으로 그 남자에게 손끝하나 대지 말라며 막아섰고 그 남자는 괜찮다며 딸을 안아주더군요. 

“울지 마 지희야.. 아버님이 화가 난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야.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 꽃다운 너를 책임지겠다고 
아버님 앞에 섰으니 얼마나 화가 나고 기가 막히시겠어?

난 아버님 이해할 수 있으니까…

가슴 아파하지마.. 내가 널 지켜줄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저는 온몸이 뒤틀렸고 저는 한동안 이성을 잃고  손에 잡히는 물건들을 와르르 던져버렸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야.. 다들 내 딸련이며 당신이며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지금 결혼허락받으러 온 거요?
뭐 임신? 얘 지금 스무살 밖에 안 됐는데!!!
내가 어떤 마음으로 키웠는데 감히 너 같은 게…”

그 자식은 제 앞에서 무릎을 꿇은 후 싹싹 빌며 사정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저희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만난 지 오래되었고요.
지희랑 잘 살겠습니다. 아이 낳고 잘 살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밤늦게 스터디한다고 할 때마다 이 놈과 연애했다는 것을 진작에 알챘어야 했는데, 어설프게 딸을 간수 못한 게 스스로에게 참으로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가 좀 많긴 하지만, 이제 50이 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쉰? 쉰이라고? 당신 나이가 쉰이라고?
쉰씩이나 먹은 어른이면서…
내 딸한테 겪지 않아도 될 고통까지 짐지우고
이렇게 하고 싶었어?  당신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안돼! 나 이 결혼 도저히 허락 못해.
지희, 너 아빠말 잘 들어라
나랑 의절하고 이 남자와 나가 살던지,
아니면 이 남자와 헤어지던지 둘 중 하나 선택해”

우리 딸이 이제 갓 스무 살인데.. 서른 살이나 차이나는 남자를 어떻게 사위로 받아들이 수 있겠습니까? 아비로써 억장이 무너졌을 뿐이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너를 얼마나 어렵게 키웠는데 
고작 이딴 인간한테 주려고 여지껏 공부시키고 한 줄 알아?
다른 말할 거 없어! 당장  헤어져!

지희야..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 겪을 수 있어.
이런 일도 금방 지나가기 마련이야
아빠랑 지금 당장 병원 가자, 
제발 이번만 아빠말 좀 들어줘,, 부탁이다..”

저는 정신을 차리고 딸의 손을 부여잡고 딸이 정신 차리길 바랐습니다. 그런데도 딸은 그 남자 뒤로 숨어버렸고 그 남자가 딸을 대변해 주더군요.

“아버님, 죄송합니다. 아버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희를 놓아주려고 했지만
근데 그게 안 됐어요. 너무 사랑하니까.. 헤어질 수가 없었어요.
저 그래도 초혼이고 돈도 좀 있습니다.
아버님한테는 실망스러운 사위겠지만,
우리 지희 고생 안 시키고 행복하게 해 줄  자신 있습니다
결혼 허락해 주십시오”

“지금 방금 사위라고 했어? 돈이 있다고?
그래 뭐 어디 여느 재벌 총수처럼 수조 원이라도 있냐?
초혼이고 돈 있음 니 또래의 여자를 만날 것이지,
어디 서른 살이나 어린 여자애를…
제발.. 당신이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내 딸 좀 놔두고 이제라도 정신 차리게끔 도와주쇼”

저는 그 남자를 붙잡고 통곡을 쏟아내자, 계속 죄송하다고만 하며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고 딸은 주저앉아 우는 저를 위로한답시고 곁으로 다가와 제 손을 가져다 자기 배에 가져다 대었습니다.

몰랐는데… 딸아이의 배가 제법 불러있었더라고요. 손을 가져다 대니 미세하게 뱃속 생명이 톡톡 움직이는 게 느껴졌고 저는 화들짝 놀라 배에서 손을 거뒀습니다.

“아빠, 이미 늦었어요.
뱃속의 아이 이제 4개월만 있으면 태어나요…
저 엄마 될 자신 있고, 이 사람도 사랑하고 존경해요.
아빠가 설사 결혼허락 안 해주시더라도
전 이미 이 사람 아내예요”

딸은 불편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더니 제게 혼인신고까지 해버렸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미 혼안산고까지 저들끼리 다 마쳤으면서…

딸은  울먹거리며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가뜩이나 없는 기운이 쫙 빠져버려 더 이상 말할 힘도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 소동이 이어지다가 끝이 났고, 이후 저는 병원을 나간 후 바로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딸과 연락을 끊었습니다. 어찌 보면 딸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정말로 행복할 수도 있는데, 제가 나서서 오히려 그  행복이 무너질까 봐 괴롭지만 서로 안 보는 게 낫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제게는 더 안 좋은 일이 터지고 말았죠.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명예퇴직자  후보에 오르게 도었고, 결국 일자리까지 잃게 된 것이었습니다.

딸도 떠나고 직장까지 잃게 되니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더군요. 한동안 집안에 틀어박혀서 밖에도 안 나가고 살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가끔 딸 생각이 나서 집에서 혼자 훌쩍거리도 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저에게 또 다른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혼자궁상떠는 저를 보러 온 친구 녀석이 집에 오더니 위로해 준답시고 찾아왔는데  술에 진탕 취해 한참 동안 딸 때문에 울던 저를 위로하다가 본인 얘기를 시작하더군요.

자기 사업에 투자하라면서 자기가  수익을 엄청 보고 있다고 우쭐댔었는데 제 상황이 너무 안 돼서 말해주는 거라고… 돈 있으면 자식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 안 난다며 저를 꼬드겼었죠. 

저는 술김에 그 친구가 저를 위로해 준 게 고맙기도 하고 믿음직스러럽게 얘기하는 게 신뢰가 가서 술기운에 명예퇴직금으로 받은 1억을 친구의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것도 모질라 통장 비밀번호까지 떠벌렸던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안에 통장이 사라졌고 그 친구가 비밀번호를 알았으니 그걸 가져가 버린 것 같았어요. 저는 뒤늦게라도 수습하기 위해 얼른 그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없는 번호라고 뜨더군요.

딸도 없는데 그 돈마저 없으면 저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당장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 녀석은 이미 여러 건 사기로 고소가 되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며칠 내내 집안에서 괴로움에 술에 의지하며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어요. 몇 날 며칠 술만 마시자 속이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이대로 눈을 감기만을 간절히 바랬었죠. 그런데 삶은 제게 포기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어? 환자분! 정신이 좀 드세요?” 

일어나 보니 제가 병원에 누워있더군요. 누군가의 신고로 병원에 온 걸까요… 제가 눈을 뜨자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행이라고 하는 말까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사 옆으로 그토록 보고 싶었던 딸이 저를 내려다보며 울고 있더군요. 다 자기 탓이라면서요.

“아빠 미안해요.. 아빠가 이렇게 힘들고 괴로워하는 줄도 모르고
나만 행복하겠다고 가버렸으니 다 내 탓이에요..
나 아빠 안 보고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자식을 낳아보니..
아빠가 날 어떤 맘으로 키웠는지 알 것 같은데…
그래서 이대로 아빠를 포기할 수 없어요”

라며 울부짖는데, 딸 옆에는 여전히 그 나이 든 남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 품에는 작은 아이도 안겨있었는데 보는 순간 제 손주라는 것을 알았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딸은 저와 같이 살았을 때보다 혈색도 안색도 훨씬 좋아 보였고 살도 통통하게 붙어 행복함이 묻어 있었습니다.  손주인 아이를 슬쩍 보니 우리 딸 어릴 적이랑 아주 똑 닮아 있더라고요.

딸은 제 초췌하고 마른 모습에 가슴이 아팠던지 눈물을 뚝뚝 흘리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딸이 원망스러운 나머지, 이게 다 딸 때문이라는 생각에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엉망인 몸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해 몇 달 동안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아주 큰 병실을 혼자 쓰고 있었는데, 딸과 그 남자가 제가 걱정스럽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뭘 이고 지고 오며 뺀질나게 드나들더라고요.

여전히 고집만 남았던 저는 제 눈에 흙이 들어와도 절대 두 사람을 받아줄 수 없다고 그 병원에 있는 내내 딸을 앗아간 녀석한테 말했습니다.

제 고약한 말에 그러거나 말거나 그러려니 넘겨버리고 딸과 그 남자는 매일 같이 찾아와서 제 수발을 들어주었습니다.

병원비는 돈 좀 있다던 사위가 다 부담한 것 같았습니다. 제가 누려보지 못한 호화스러운 병원 생활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갑갑해져만 갔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회진 오는 의사에게 제 상태가 어떤지 언제까지 병원에 있어야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지금도 속이 많이 안 좋으세요.
검진 결과, 위에서 작은 혹도 발견돼서 치료했고요.
그러니까 좀 더 편히 쉬다가 가시죠.
뭐 어때요, 눈치 보실 거 없으세요.
여기 따님.. 그러니까 사모님 병원이시잖아요.”

저는 의사가 제 몸에서 작은 혹을 떼어냈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는데.. 이 병원이 그러니까.. 내 딸의 병원이라는 말에 더 깜짝 놀랐습니다.

“뭐요? 사모님이 누구요? 
내 딸이 병원 사모님이라고요?”

“네. 아버님 따님이 여기 실질적인 대표세요.
딸 참 잘 키우셨습니다.
세상에 아버님께선 무슨 복을 그리 다 받으셨는지,
어떻게 우리 병원장님 같은 인성 좋고
능력 있으신 분을 사위로 맞이하셨대요?
대단하세요 정말…”

수간 머리가 띵해져 오며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맙소사… 얘기 끝에 저는 깨닫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멱살 잡고 후드려 패던 반백살 사위가 사실은 의사였고 병원장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저는 너무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고,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마음이 스르르륵 풀리며 이상하게 불안한 와중에서도 묘하게 안심이 들었습니다.

도중에 딸이 들어와서 의사에게 더 이상 자세한 건 물어볼 수가 없었는데, 

“아빠..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저도 그 사람도 아빠가 그 사람이 가진 것 외에
그 사람 자체만으로 보고 사위 삼아주길 바랐는데,
편견을 깨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여기 병원 다니기 시작했는데
병원장님이었던 그이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어요.”

딸은 담담하게 그 남자가 이 병원의 원장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기분이 좀 이상하더군요. 겉으로 보이기엔 맹하고 허술해 보이는 양반이 병원장이라니… 이건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빠.. 사실 나 시댁 쪽에서도 결혼허락받지 못했어..
이이네 쪽에서도 내가 너무 어리고 집안도 별로라고 탐탁지 않아 했어
내가 조건보고 이 남자와 혼인신고한 줄 알고 나도 시어머니랑
시누이들한테 머리채 몇 번 잡혀봤어…
근데 다행히 애 낳고 잘 사는 모습 보여주니까
조금씩은 마음을 열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것도 시간이 필요한 문제 같아.. 아빠처럼”

딸의 이야기를 듣고 참.. 미안했습니다. 딸에게 힘이 돼주지 못할망정 짐이나 되고 부담이나 줬으니… 그렇게 딸은 사위와 저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렸습니다.

이후 저는 병원에서 퇴원해서 딸네 집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위가 고급승용차를 운전하며 제 운전기사 노릇을 자처하는데, 제게 살뜰하게 아버님, 아버님 하며 제 비위를 맞춰주려 노력하더라고요.

“아버님.. 내 집처럼 편하게 있으세요.
저는 지희를 위해서라면 모든지 할 수 있습니다.
지희 아버님이시니 제 아버님이시죠.
비록 동생뻘 되는 사위이지만
제가 온 힘을 다해 아버님께 
잘 모시고 효도하겠습니다.
절대 아버님, 다시는 혼자서 술마면서
살게 하지 않을게요…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곳은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곳에 지어진 단독주택이였는데 어마어마한 대저택에 딸이 살고 있더군요. 마당만 수백 평이었고 거의 화원을 옮겨놓은 수준으로 고급스러웠습니다.

집안에는 유럽풍 대리석이 바닥에 깔려있었고 주변 장식품이나 그림들도 드라마에서 본 재벌집처럼 모든 게 비싸보였습니다.

어찌 되었든 저는 지금, 딸이랑 사위 덕분에 고급저택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사위와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요. 

사위가 반백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들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얼마 후,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딸은 얼마가지 않아 둘째를 갖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집에 머물고 있는 게 눈치 보여 나가겠다고 해도 붙잡고 매달 두둑이 용돈을 주며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사위가 가끔 저랑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지내다 보니 사위가 그 누구보다도 인성이 바르고 좋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딸이 역시, 아무나 좋아할 사람이 아니었는데, 제게 인사하러 온 첫날 사위에게 모진 말을 했던 것이 내심 미안해지더라고요.

제 사연을 보고 더러는 제가 참으로 간사해 보일 수도 있겠지은, 저는 누구라도 제 상황이 온다면 저와 똑같은 선택을 했으리라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는 합니다.

사위도 그랬을 거라 합니다. 본인은 저보다 더했을 거라면서요. 아주 치를 떤다는 얼굴을 하며 게거품 물고 쓰러졌을지도 모른다는 표현까지 쓰더라고요.

저보고 뒤늦게라도 결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사랑하다는데 반백살 넘은 사위가 애교까지 받게 되었네요. 아무튼 딸덕에 예쁜 손주들도 보고 든든한 사위도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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