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지는 말아주세요” 한 행위예술가가 관객에게 6시간 동안 몸을 맡기면 벌어지는 충격적인 일

행위 예술가의 대모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1994년 그 당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행위 예술 공연 <리듬 0>을 시도해보기로 합니다. 마리나는 6시간 동안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든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기로 한건데요.

그리고 그녀의 주변에는 케이크, 빵, 포도, 깃털, 장미, 칼 ,도끼, 채찍, 사슬, 못. 가위, 권총 한 자루와 총알 한 발 등 다양한 72가지의 도구들이 있습니다.

이 도구들을 자기자신을 동상처럼 설치하고 관객들에게 6시간 동안 테이블 위에 있는 도구로 자신에게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말했죠.

마리나는 “테이블 위 72가지 도구를 원하는 대로 저에게 사용하세요. 나는 객체입니다. 공연 중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말그대로 동상처럼  서있었고 관객들은 당혹감을 표했죠. 누군가는 가만히 선 그녀를 보고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고, 또 누군가는 신기하다 듯 연신 사진을 찍기에 바빴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초반에는 처음 몇 시간은 매우 평화로웠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만히 서있는 마리나에게 관심도 없었으며 관심이 있는 사람들 행동조차도 꽃과 꿀 등 쾌락적 도구만 사용하는데 그쳤었죠.

하지만 어떤 행동을 해도 마리나가 가만히 있자 프로젝트 시작 3시간 후  관객들은 행동은 점점 수위가 높아졌고 한 순간에 놀랍도록 거칠어진 관객들은 준비된 도구들로 그녀의 옷을 찢고 벗겨내는데요. 

한편, 절반 정도의 관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크게 당황하며  마리나의 얼굴을 닦아주는 사람, 급하게 알몸의 그녀에게 옷을 입혀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이는 립스틱을 집어 들고 그녀의 몸에 온갖 모욕적인 낙서를 아로새겼고, 누군가는 그녀의 머리에 술을 부었고, 번쩍 들어 테이블에 눕혀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도 마리나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자, 관객들은 더더욱 흥분하게 되죠. 심지어 어떤 남자는 칼로  그녀의 몸에 상처를 내고 피를 빨아먹기도 하며  총을 겨누고 발사하려다가 제지당한 남자도 있었습니다.

몇몇 관객들은 그녀의 상처를 지혈하고 낙서를 지워주며 그녀를 보호하려 애썼지만 군중들의 광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앞서 그녀에게 다시 옷을 입혀줬던 관객들이 놀라서 무대로 뛰쳐나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관객들과 싸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관객들 간의 싸움에 혼란이 극도로 달했을 때, 거짓말처럼 약속한 6시간의 포퍼먼스가 지났습니다. 6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던  마리나는 동상에서 사람으로 돌아와 천천히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마리나에게 파괴적은 행동을 했던 그 사람들은 마리나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데에 급급했습니다.

마리나는 공연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자, 처음 보는 흰머리가 자라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이렇게 회고할 정도로, 이 공연은 그녀에게 있어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었습니다.

육체적 고통의 한계 다음으로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한계를 실험했던 그녀의 행위예술은 초인적인 인내심 덕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퍼포먼스를 마친 마리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에게 내재되어있는 잔혹성을 폭로하고 싶었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폭도로 변한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해당 공연 <리듬0>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작으로 남게 되며 그녀의 명성을 더더욱 드높이는 데 일조합니다. 이후로도 2500km를 맨몸으로 걷는 등 끝없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수많은 고통을 인내하는 다양한 행위예술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리나가 유일하게 인내하지 못한 행위예술이 있었습니다. 2010년 진행된 ‘예술가가 여기 있다’에서는 테이블 하나를 상에 둔 채  관객과 그녀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서로 바라만 보는 공연이었습니다.

시선을 마주한 관객들은 웃거나, 울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마리나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미동조차 없이 관객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관객들 사이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자리에 앉은 남자를 본 그녀는 웃다가 침을 삼키더니 이윽고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합니다.

남자의 이름은 우베 라이지펜, 일명 울라이로 불렸던 그는 그녀와 같은 행위 예술가이자 한때 그녀의 연인이었던 남자였습니다. 헤어진 지 22년 만에 다시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65년 인생 최초로 마리나는 공연 도중 규칙을 깨고, 먼저 손을 내밉니다. 행위예술가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이 행동에 울라이는 미소를 짓고는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죠.

울라이가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도 그녀는 한참 동안 눈물을 훔쳤습니다. 하지만 관객들 중 그 누구도 공연을 망친 그녀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72가지 도구로도 그 어떤 고통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던 그녀의 인내심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허물어져버린 것이죠. 이 감동적인 공연은 폭력보다 사랑이 강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관객들 인생 최고의 공연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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