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건강한 모습으로 미국을 여행하던 배우 안재욱은 갑작스럽게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그는 사투를 벌였고, 90% 이상 후유증이 발생하는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심각한 질병에서 후유증 없이 살아남았다.
채널 A 예능 프로그램 ‘아빠는 꽃중년’에 참석한 안재욱이 미국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상황을 전했다.
이날 출연진들은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안재욱은 “난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래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수술하고 눈을 딱 뜨니 ‘내가 깨어있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근데 눈을 뜨기 싫었다”라며 “‘하늘에 감사함을 느끼는 건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거구나’ 싶더라. 나는 (내가 쓰러진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당시 이 상황이 꿈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옆에 있던 김구라가 “큰 병을 앓은 사람들은 원래 그런 거 같다. 자기 부정을 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을 거다”라고 하자, 신성우는 안재욱을 보며 “얘도 불굴의 투지를 갖고 운동했다. 스스로 미심쩍었을 거다. ‘과연 예전처럼 다시 활동이 가능할까’”라고 전했다.
안재욱은 “솔직히 회복 과정을 지켜보니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지금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며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건강 외에도 병원비에 대한 걱정이 컸다.
오랜 기간 배우 생활을 하며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던 그였지만, 미국의 병원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한국인으로서 미국 여행 중 사고를 당한 안재욱은 보험이 없는 상황이라 병원비가 더욱 많이 나왔다.
2014년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현장 토크쇼-택시’에 출연해 당시 한 달간 입원했다고 밝힌 안재욱은 “미국 여행 중 밥을 먹던 도중 속이 안 좋았다. 피로가 쌓여서 그런가 보다 하고 숙소에 올라갔는데 명치 부분에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답답한 느낌을 없애려 구토를 하려고 했는데 목 뒤부터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쓰러지기 전 상황을 묘사했다.
지주막하출혈은 뇌졸중의 일종으로 쉽게 말해 뇌 표면의 동맥이 손상되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뇌혈관에 작게 부풀어오른 돌출 부위를 주머니모양 동맥류(혹은 뇌동맥류)라고 하는데 이것이 터져 혈액이 누출되는 경우가 지주막하출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주막하출혈로 새어나온 혈액은 뇌와 두개골 사이의 공간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이때 뇌 척수액과 혼합되는데 이로 인해 뇌압 상승하며 뇌의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다.
뇌동맥류 파열의 경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가 전체의 3분의 1(약 33%)밖에 되지 않는다. 생존률은 33%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환자의 3분의 1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이송 도중 또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비만 한화 약 4억 원에 달해
그렇게 쓰러진 그는 한 달 동안 누워있어야 했다. 당시 한 달 동안 누워있던 상황에 대해 안재욱은 “수술 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면서 “하루하루 계획 없이 지내다가 몸이 걸어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 내가 정말 행운아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비가 45만 달러(한화 약 4억 원) 정도가 청구됐고, 매달 그 자리에서 바로 낼 수 없어 한국에 돌아와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병원비가 비싼 이유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 특성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보험 혜택이 없기 때문에 응급 상황 시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미국 보험 회사들은 병원 측과 의료 서비스 비용을 협상해 할인을 받지만, 외국 환자는 이러한 혜택이 없어 비싼 요금을 지불하게 된다. 안재욱도 주변 의료계와 법조계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협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재욱은 지주막하 출혈로 쓰러졌지만 회복 후 2014년 10월 뮤지컬에 함께 출연했던 9살 연하 최현주와 연인으로 발전, 2015년 결혼했다. 이후 2016년 첫째 딸을, 2021년 둘째 아들을 얻었고, 배우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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