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와 공병을 주워 어렵게 모은 6천 만 원을 고스란히 기부한 60대 여성이 있습니다. 매일 폐품 주우러 나가는 박화자(60)씨는 자기 몸 추스르기도 힘든 말기 암 환자입니다.
13년째 주변 공장단지에서 폐품을 주워 판 돈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생 등을 도와 온 박씨는 2년 전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도 기부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나눔의 기쁨’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폐지를 주워 기부한지 어느덧 15년째, 박 씨는 아직 이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하는데요. 그는 아직 동이 트지 않는 거리, 매일 오전 6시면 채비를 마치고 일하러 갑니다.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장 시절인 2009년 면장으로부터 명절 불우이웃 돕기를 제안 받았을 그 무렵, 고물상을 하는 친구에게서 폐지를 주우면 돈을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남편이 장만해준 구형 경차 마티즈를 끌고다니며 마도산단 일대에서 폐지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종이는 물론 온갖 폐품들로 종류를 늘려갔고 차도 1톤 트럭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목돈을 모아 10년동안 면사무소에 기부한 금액은 어느덧 7천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런 그는 청천벽력 같은 말기암 진단을 받고도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평소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거의 매일같이 폐품을 주워 왔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젊은 사람들조차 힘들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수집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 씨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도움 받는 사람이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하다보면 나 자신이 더 행복해진다”며 기부의사를 밝혔습니다
박 씨의 선행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한 대기업은 그에게 의인상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박씨는 이때 받은 상금 1천만 원마저 그대로 면사무소에 되돌려 기부했습니다.
“몸도 아픈데 왜 다 기부만 하느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남이 버린 물건으로 한 일 때문에 받은 돈이잖아요. 그러니까 상금도 내 돈이 아니죠. 대단한 일 한 것도 아닙니다.”
평소에는 농사를 짓는 박씨 자택 주변에는 곳곳에 음료수캔 같은 폐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자신의 도움을 받은 이들에게 되레 감사 인사를 전한 박씨는 소위 ‘가진 자’들에 대해서는 쓴 소리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그는 “버려진 물건으로도 남을 도울 수 있는데 부자들은 뭐하는 겁니까. 더 벌겠다고 싸움만 하고 불법에 투기에… 죽으면 주머니에 한 푼도 없는 건데 왜 움켜쥐려고만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말했습니다.
박 씨는 “아깝다고만 생각하면 절대 할 수 없다”라며 힘들게 번 돈일수록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면 그 만큼 자신에게 ‘더 큰 행복’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씨는 남은 인생 목표에 대해 묻자 “공부를 해보고 싶다. 더 살지, 죽을지 모르지만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해보고 싶다”며 못 다 이룬 꿈을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상이 돼버린 나눔에 대한 계획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더 늙어서 폐지도 줍지 못하게 되면 직접 기른 농산물을 나눠주러 다니면서라도 봉사를 계속하겠다”는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