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는 중학교 때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때 당시엔 학생이 임신하면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엄마는 학교를 자퇴하고 작은 월세방을 얻어 저를 낳아 키우셨죠.
“오빠 지금 어디야?
나 한 끼도 못 먹었어.
빨리 들어와”
“ 오빠, 오늘은 꼭 들어올 거지?
믿는다… 우리 딸도 아빠 보고 싶대.”
하지만 아빠는 너무 어렸기에 이런 엄마가 귀찮고 싫어서 아예 잠수를 타버렸다해요. 그런 엄마는 홀로 저를 키우기 버거웠기 때문에 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엄마…이런 일로 전화해서 미안.
나 쌀이 떨어졌어.”
“ 아휴…아픈데는 없고?
그래, 더 필요한 건 없니?
엄마가 그놈 집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생활비 보태줄게.”
엄마는 친정에서 생활비를 조금 받아 저를 키우셨어요. 그래서 저희 집엔 흔한 카메라도 하나 없었죠.
“아이고~ 우리 아기 이쁜 짓 하는 거 봐~
너무~ 예쁘다!
이쁜 내 딸 이렇게 이쁜 모습
눈에 영원히 닮고 싶은데 어떡하지?”
우리 엄마는 제 어릴 때 모습을 어떻게라도 남겨놓고 싶으셨대요. 그래서 거의 매일 모나미 볼펜과 색연필을 이용해서 저를 그리셨죠.
“ 와 완성이다.어쩜 똑같네.”
근데 그림을 잘 그리시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자라서 초등학교 6학년 학년이 되었을 때 같은 반 친구를 우리 집에 데려와 논 적이 있었죠.
“우와.. 아니…너네 집 진짜 좁다!
다 합쳐도 우리 집 안방만 해~”
““야, 그러지 말고 내 방에서 빨리 놀자.”
“응응~ 근데 이 책꽂이에
이거 뭐야? 앨범이야?
나 구경해볼래!
어…? 이거 뭐야?
사진인 줄 알았더니, 다 그림이잖아.
이건 너 어렸을 때야?”
“보지마”
“너 근데 왜 카메라도 없어?
왜 전부 그림뿐이야?”
“ 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저는 친구들에게 창피해서 엄마가 저 어릴 때 그린 그림을 전부 찢어버렸어요.
“그거 너네 엄마가 직접 그리신 거 아니야?
그렇다고 그걸 왜 찢어?”
“ 신경 쓰지 마! 이거 그냥 쓰레기야!”
그런데 그날 밤 …
“우리딸 엄마 왔다.
밥 먹었어? “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엄마는 찢어진 앨범을 발견하고 선 곧 울기 시작하셨어요.
“엄마… 미안…
아니 친구들이 놀려서~”
다음날 엄마는…
“ 응 엄마 벌써 일어났어?”
거실에서 엄마는 등이 하염없이 굽은 채로 쓰레기통 안에 그림 조각을 이어 붙이고 계셨어요.
“딸 부끄럽게 해서 엄마가 미안해…
근데 이건 엄마 보물이야.”
“ 엄마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미안해 엄마 내가 잘못했어.”
전 따뜻한 엄마 말투 때문인지 엄마 보기가 미안해서인지 두 볼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습니다.
성인이 된 저는 사진작가가 되었어요.
“짜잔! 엄마 !
|따끈따끈한 6월달 앨범이 나왔어요.”
그리고 엄마에게 매달 한 권의 앨범을 만들어 드리고 있죠.
“우와 ~우리 딸 솜씨 좋다.
어떻게 모델보다 더 이쁘게 찍어놨냐.”
“ 무슨! 엄마 보물 책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지 뭐.
근데 엄마는 어떻게 그림으로
내 특징들을 잘 담을 수가 있었을까?”
“그거야 우리 딸을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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