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경찰이 봉쇄하고 있는 참사 현장 입니다.

이 골목에서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이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쟁반에 초 2개와 국과 밥, 배와 감 등으로 상을 차려 나온 중년 남성은 골목 한가운데 돗자리를 폈습니다.
돗자리에 자신이 차려온 제사상을 올려둔 그는 신발을 벗고 절을 올린 뒤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구요..

잠시후 경찰이 상인을 제지합니다.
그러자 해당 상인은 경찰에게 “이거는 봐줘야 해. 여기는 현장이야, 현장. 현장이니까 애들에게 밥 한 끼 먹여야 될 것 아니에요”라고 말했고 “저기(제사상)는 놔둬요”라며 “손도 대지 마라”라며 울부짖듯 말했습니다.


신랑의 끝에 상인도 경찰도 울음을 터트립니다. 서너 명의 경찰이 그를 말리기 위해 모여들었지만 이내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했고,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상인은 그날 가게 문을 개방해 많은 부상자들을 구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생명이 그의 눈앞에서 죽어갔다고 합니다.

제사상을 차린 이상인은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서 10년 넘게 옷가게 ‘밀라노컬렉션’을 운영 중인 남인석씨(80)입니다.
남씨는 참사 당시를 회상하며 “애들을 살리지 못한 것이 그냥 다 내 죄 같고, 다 내가 잘못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시 가게 문을 닫고 쉬고 있는데 밖에서 ‘사람 엎어졌다’ ‘살려달라’ 비명이 들리더라”며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신발이 벗겨진 애들이 가게로 쏟아졌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애들을 내가 다 빼낼 수도 없고, 경찰이랑 소방관들이 밑에서 올라오길래 ‘뒤로 가서 빼라’ 소리를 질렀다. 이래선 안 된다고. 그러니까 뒤로 돌아가느라 한참 시간이 걸리고 안타까워서 죽겠는거라”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중간 울음이 터진 남씨는 “어린 애들이 죽어가는데 어른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라며 한참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들도 고생했다. 그 사람들 원망하면 뭐하나. 다 지나갔는데 네 탓 내 탓 하지 말고 우리 전체가 죄인인데 누구 탓할 거 없다. 어른들이 잘못한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영상을 본 한 시청자는 “울음이 터진 상인분과 경찰분들 보며 같이 웁니다. 고인분들 부디 이제 아프지 말고 맘껏 숨 쉬며 지내길….미안합니다”라고 시청 소감을 남겼습니다.

다른 시청자들도 “밥 차려주신 아버님 정말 감사합니다”, “상인분이랑 경찰분 우는 거 보고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지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라며 영상에 댓글을 적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차린 제사상이 화제가 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현재 남씨가 운영 중인 가게 블로그 방명록에는 ‘희생자들이 떠나는 길에 밥을 대접해줘서 고맙다’는 시민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시민은 “사장님 덕에 많은 별이 위로받았을 것이다. 영상보고 한참을 울었다”며 “죄책감 갖지 마시고 많은 생명 구하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글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