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개월 차에 접어든 신입사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신입의 할머니는 매일 회사로 전화를 거십니다. 전화를 거셔서 하시는 말씀은 항상 똑같습니다.
“우리 상수 일 잘하고 있나요~?
우리 손자 잘 부탁해요”
치매를 앓고 계신다는데 우리 손자 잘 부탁한다는 말씀은 잊지 않고 매일 하십니다. 처음에는 회사 대표번호로 전화하셨는데…
“네, ㅇㅇ입니다. 네? 상수요?”
“김상수 씨, 할머님이 회사에 전화를 하셨는데요?”
“어… 죄송합니다!!!”
신입이 매번 여기저기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다니길래 따로 불러서 사정을 들어보았습니다
“그게.. 사실.. 저희 할머님이 치매이신데
제가 졸업했던 대학교에도 전화하시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시거든요.
취직하고 수첩에 번호를 적어드렸는데
괜히 적어드린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래도 내 손자
잘 부탁한다는 말은
잊지 않으시는 할머니이신데
얼마나 감사하냐,
이제 할머니한테 회사번호 대신
내 자리 직통 번호 적어드려”
“네…. 네?!”
“전화는 내가 받을게~
내가 어르신 상대를 좀 잘하잖아”
그렇게 4개월 정도 신입사원의 할머니께서 전화가 올 때마다 매일 통화를 했습니다. 신기한 게 주말에는 전화가 안 왔지만 이제는 어쩌다 전화가 없으면 걱정되더군요. 늦게까지 전화가 없으면 내가 먼저 전화를 하기도 했었죠.
“아 네 여보세요? 상수 할머님!
저 손자분 회사 선배인데요
아.. 네… 모르신다고요…?”
가끔은 기억을 못 하실 때도 있으시더군요. 심지어 내가 회의 중이거나 업무 때문에 전화를 못 받았을 때 다시 전화를 드려도 기억을 못 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손자분 회사 선배예요.
손자분이 일을 너무 잘해서요~”
할머니는 그러냐며 아주 좋아하실 때도 있고, 손자가 직장을 다니는 줄도 모르실 때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날에는 신입이 졸업한 학교에 전화하셨을 거 같습니다.
그러고는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리 손자 잘 부탁한다고… 다른 것은 다 잊어도 내 새끼 사랑하는 마음은 잃지 않으시는 듯합니다.
“거기 우리 상수 일 잘하고 있나요?”
“아~네, 그럼요~ 김 사원
열심히 일 잘하고 있다니까요~”
그런데 요즘 들어 할머니의 목소리에 힘이 없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더군요.
“할머니 건강하셔야 해요!
나 속상할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