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한지 2년차 주부입니다. 얼마 전에 정말 놀라운 일을 겪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했는데요.다들 그러시겠지만 평소 아파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그러지 못했어요.
저도 회사를 다녔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으니까요 .다만 바로 위층 아줌마와 그 아들들의 얼굴만 알고 있는 정도였어요. 위층 아줌마가 얼마 전에 이사를 왔는데 떡을 들고 오셨거든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바로 위층에 이사왔습니다.
우리 집에 아들이 둘 있거든요.
저희가 최대한 층간 소음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할게요.”
아줌마와는 서로 막 친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아줌마는 맛있는 음식을 하고 나면 저에게 가져다 주곤 했었어요.저도 맛있는 과일이나 과자 등을 사서 윗집에 가져다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줌마는 제게 물었습니다.
“저기 새댁 집에 별일 있는 거 아니죠?“
제가 그냥 습관적으로 대답을 했는데요.
” 아뇨 별일 없는데 왜 그러세요?”
” 지금이요? 무슨 급한 일이세요?”
“혹시 지금 잠깐 시간 좀 괜찮아요?”
위층 아줌마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 그게 내가 한동안은 그냥 계속 지켜보기만 했는데
내가 새댁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우리한테 항상 잘해주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계속 마음에 걸려서요.
저기 혹시 말이에요?
사람들이 그쪽 남편 보면서
수군거리는 거 모르고 있죠?
우리 동에 401호 여자
혹시 아는 사람이에요?”
저는 놀라서 말했습니다.
” 아니요 저는 전혀 모르는 분인데요?
저는 우리 아파트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아줌마는 이상하다는 듯이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 그러니까 내가 봐도 그런 거 같던데,
근데 남편분이 왜 401호를
들락거리고 있는 거죠?
이 아파트에 소문 다 났어요.
경비 아저씨도 알고 있을 정도예요!
거기 401호 아줌마가 이혼하고
혼자 애를 키우고 있거든요.
근데 새댁 남편이 거기를 자꾸
들락날락하니까 이상한 소문이 나는 거죠”
말을 하던 아줌마가 걱정스럽게 제 안색을 살폈습니다. 저는 너무나 큰 충격에 잠시 넋이 나갔던 거 같아요.
저는 일단 남편에게 모른척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몇 날 며칠을 고민만 했어요.
저는 새언니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고 도와달라고 했어요. 그러고는 남편이 퇴근하기만 기다려다가 미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언니와 저는 남편이 401호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저는 그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 그럼 지금껏 한 아파트에서 두 집 살림을 했다는 얘기네요?”
우리는 401호 앞으로 갔고 급히 초인종을 눌렀어요. 남자아이가 문을 열어줬는데요. 제가 그 아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어요.
” 맙소사” 라는 말이 제 입에서 튀어나왔어요. 아이가 남편이랑 너무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괜히 수군거린 것이 아니구나.
그리고 곳 401호 여자가 나왔어요.
“누가 왔어?”
저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 않고 말았습니다. 곧 안에 있던 남편이 놀라서 나왔는데요.
” 여보! 당신이 여긴 어떻게?”
라며 저를 부축하려고 했어요!
“만 지지 마! 어디서 그 더러운 손으로 우리 올케를 만져?”
라고 새언니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 아닙니다 오해예요, 오해 여보 진짜 오해야 오해!”
” 내가 다 설명할게, 그러니까 우선 안으로 들어와”
저보다 새언니가 더 흥분하고 있었고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401호 여자가 말했어요.
” 저기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우선 들어오시죠.”
” 그렇지 않아도 따로 한번 만나서
말하려고 했었는데 오빠도 저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아서
일을 이렇게 키웠네요.”
401호 여자가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저를 바라봤어요. 사실 제가 주저앉은 이유가 그녀 가도 남편과 똑같이 생겨서 놀라서였습니다.
남편 얼굴에 머리만 길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그런데 겁먹은 아이가 신랑한테 삼촌 이러면서 안기는 거예요! 남편이 그런 아이를 들어서 안으며..
” 아냐, 괜찮아!
숙모가 화가 많이 나서 그러니까.
준이가 이해해 줄 수 있지?”
” 숙모가 원래 엄청 착한 사람인데
삼촌 때문에 화가 많이 나서 그래”
아이는 저를 보고 ‘숙모 숙모’라고 반복했어요. 그 순간 401호 여자가
“새언니! 너무 죄송하고 반가워요.”
“새언니는 몰랐겠지만
전 언니가 출근할 때마다
몰래몰래 숨어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모르셨죠? 죄송해요.”
” 괜히 저 때문에 언니가 맘고생을 했네요.”
새언니와 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우선 확실한 것은 여자와 우리 남편이 불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남편이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아주 오래전에 남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시어머님도 몸이 많이 아파 정말 어쩔 수 없이 쌍둥이 동생을 입양 보냈고 남편과 동생은 그 뒤 서로 잊고 살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동생을 꼭 찾아야 한다고 마지막 유언을 남기신 적이 있었대요.
그리고 기적처럼 어렵게 동생을 찾았는데 부잣집으로 입양 보낸 동생은 그 집에 아들이 태어나면서 힘든 삶을 살았고 결국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집을 나와 혼자 살다 결혼을 했는데 그마저 이혼을 하게 된 거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카는 신이 나서 나와 새언니에게 ‘숙모! 숙모!’ 하며 불렀고 얼떨결에 새언니는 저와 함께 준이의 숙모가 되었습니다.
엄마와 둘이서만 살면서 가족이 얼마나 그리웠을까요? 갑자스럽게 가족이 많이 생겨서 조카는 신이 나 보였습니다.
그 순간 꽁꽁 얼어있던 제 마음이 녹았던 거 같아요. 물론, 둘 다 저를 속인 것은 정말 잘못한 것이지만 어린 조카에게 좋은 가족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윗집 아줌마를 다시 만났는데요.
” 세상에나 어쩌면 그런 일이 다 있어요?
친 여동생이라면서요?
지금 생각해 보니 눈이 똑같았어 그렇죠?”
“신기하네 진짜?
무슨 이런 일이 다 있어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가족을 이루며 시누이와 조카와 여행도 다니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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