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이틀 째 굶고 있어요..한번만 용서해주요.” 마트에서 분유를 훔친 여자가 눈물로 애원하자 직원은 분유값은 대신 계산해줬고, 1년 뒤 나타난 아이 엄마의 충격적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저는 마트에서 알바하는 학생이었어요. 대학교 들어가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알바를 전전하다가 제 밑에 있는 동생들도 챙겨야 할 일이 생기니까 결국 휴학을 하고 알바만 하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저는 3명의 동생과 그리고 아픈 엄마와 외할머니 이렇게 6명이서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몸이 아파서 거동을 못 하셔요. 우리 엄마는 환자셨는데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있을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저는 많게는 10살 차이나는 동생들을 다 돌봐야 했어요. 고작 20살 초반인 제가 그들을 다 먹여 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세상을 밝게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남자였어요. 하지만 어깨에 있는 짐이 어마어마하게 무거워질수록 저는 더욱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급 받은 120만 원에서 밥값,교통비.가족 식비, 동생 체험학습 비용, 할머니 약값 쓰다 보면 항상 부족했습니다. 점점 어깨는 무거워졌고 삶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와준 덕에 저는 견딜 수 있었지요. 잠깐 교회에 1년 정도 다녔던 엄마의 교회 지인분들이 엄마가 쓰러져서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혼자서 가장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매달 저희 집에 봉사를 와주시거든요.

그래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목욕도 해드리고 제 동생들에게 교육 봉사도 해주고 가장 좋은 것은 저희들에게 옷도 주시고 반찬도 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받으니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로요”

“아이고~ 아니야~!
너희 엄마가 다 친절하게 우리한테
마음을 나누어 주었으니 그 마음을 잊지 못하고
우리도 갚는 거야.
우리는 이렇게 봉사하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

“제가 꼭 성공해서
이 은혜 다 갚을 수 있도록 할게요.
반드시 성공할게요.”

“됐다. 성공한다고 독기 가득하게 살면
힘들기만 하니까 그러지 말구
그냥 행복하게 동생들이랑 건강하게 살아.
그리고 우리가 도와준 거 잊지 말고
이 마음을 잘 간직했다가
주변에 힘들어하는 이웃이 있으면
그때 도와주면 우리는 그걸로 좋아”

그분들은 정말로 천사였습니다. 마음을 나누어 주는 기분이 얼마나 행복한 기분인지 저에게 알려주시는 분들이었고 위축되고 부정적이고 항상 고민, 걱정들로 가득 차서 힘들게 살았던 저에게 큰 용기를 주신 분들이었어요. 저는 그때 결심했습니다.

“그래.. 꼭 부자여야지 남들을 돕고 사는 것은 아니잖아.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나도 그분들처럼 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굉장히 힘들고 일도 많이 해야 하는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봉사를 했어요. 대학생 연합봉사 동아리에 들어가서 시간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토요일에 봉사를 하러 가는 그런 삶을 살았어요.

하여튼 저는 그렇게 대학교 휴학을 하고 신문배달, 고깃집 알바 등 다양한 알바를 하며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저희 동네에 아주 허름한 마트에서 사람을 구하는 전단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재료나 물건들을 가져와서 팔거나 환불이나 교환이 들어와서 다시 손님에게 주기 힘든 그런 것들을 떼와서 파는 땡처리 판매점이었어요.

규모는 나름 큰데 칙칙하고 신선한 재료가 없다는 인식 때문인지 가난한 사람들만 많이 모여들었고 때문에 그곳에서는 가난의 분위기가 났습니다.

칙칙하고 어딘가 어두운 신문지 같은 그런 색감이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모르게 동질감도 느껴지는 그곳에서 사람을 구한다니 저는 바로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장님이세요?
여기 앞에 문에 붙어있는
전단지 보고 들어왔는데요.
아직도 알바생 구하시나요?”

사장님은 제가 그런 말을 한 순간 저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알바하고 싶어서 온거유?”

“네! 여기서 꼭 알바하고 싶습니다.
저 힘도 세고요. 믿을 거라고는
이 건장한 몸뚱아리입니다.
고용해 주시면, 제가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

“가만있어보자… 그럼
저기 초당 옥수수 박스 좀 옮겨봐
그리고 저거 다 끝나면 늙은 오이 진열하고
그거 다 끝나면 냉동 꽃게 빼서
작은 창구 냉동실에 넣어”

그 사장님은 저에게 질문하는 것도 없이 바로 일을 시키셨어요. 저는 그래도 면접이라도 볼 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좀 특이한 성격 같았습니다. 호탕하시면서 얼굴에는 근심 걱정 없어 보이고 되게 특이했어요.

사장님은 손님들이 들어가는 입구에 파라솔을 피고 하와이 문양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와 파인애플이 여러 개 박혀 있는 바지를 입고 계셨죠.

그리고는 선글라스를 끼고 선베드에 누워서 있었어요. 손님들이

“사장님 저거 가격이 어떻게 돼요?”

라고 물으면

“나도 몰라~ 그냥 가지고 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고 낼 수 있는 만큼 저기 앞에 있는
저금통에 넣구 가요. 나한테 물어보지 마.”

“아니. 사장님. 어떻게 그렇게 태평하게
장사를 하려고 그래요. 적자 않나요?”

“뭐 돈 벌려고 장사하나? 그냥 적적하고 그러니까
장사하는 거지~ 새삼스럽게 그런 걸 궁금해하고 있어”

사장님은 세속적인 분이 아니었어요. 낭만이 가득했고 적어도 이 시대에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분은 아니었죠. 저는 그렇게 이상한 마트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밥도 얼마나 든든하게 챙겨주시는지, 항상 사장님은 점심이나 저녁때만 되면 아예 마트 문을 받아버리고 거기 있는 식자재들로, 즉석으로 음식을 만들어 주셨어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사장님께서 예전에 유명한 중국집에서 일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국무총리한테도 음식을 해주실 만큼 실력이 좋으셨는데 우울증 때문에 마트를 인수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정말 사장님 음식 솜씨 대박이었습니다. 정말 맛있었거든요. 저는 그곳 마트에서 일하는 게 꽤나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가족처럼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부터 못 보던 얼굴에 여자가 가게를 오더라고요. 저희 가게는 오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손님들 얼굴 정도는 어느 정도 다 외우는 편이었는데 처음 보는 여자가 가게를 몇 번씩 오니까 자꾸 눈길이 갔습니다.

저는 일하다가 말고 여자가 있는 쪽을 쳐다보곤 했어요. 그렇게 행동을 예의 주시하다가 저는 발견했습니다. 여자가 물건을 훔쳐서 나간다는 것 을요.

처음에는 마트 구경만 하고 뭐 하나도 안 사고 그냥 나가더라고요. 저는 기분이 이상했죠. 그러다가 여자가 애호박이나 혹은 햇반 같은 거를 하나씩 주머니에 몰래몰래 넣더라고요.

저희 가게 식자재가 비싼 편이 전혀 아니거든요. 애호박 같은 경우는 한 개에 300원에 판 적도 많았거든요. 저는 그 여자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았지만 그렇게 훔치다가 말겠지 하는 심정으로 가만히 지켜보았어요.

아주 손버릇이 나쁜 여자이구나 이렇게만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우연히 제가 마트로 출근하다가 여자가 길 가다가 통화하는 소리를 엿들었어요.

“갚으면 되잖아요! 기다려 달라니까요?
그 사람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나를 괴롭혀요.
그리고 치사하게 내 딸 가지고 난리 치지 말고
지금은 나도 힘드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다 갚는다구요.
이자까지 합쳐서! “

어쩌다 통화 내용을 엿듣게 되었는데 여자는 반지하방 거의 창고 같은 집에서 딸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자였고 빚이 좀 많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빚쟁이들한테 시간을 좀 달라고 소리친 거였고요.

마음이 좀 착잡했습니다. 저도 가난했고 빚쟁이들한테 쫓기는 기분을 아니까 그리거 자식들은 없지만, 어린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었기 그녀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물건을 훔치는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사장님한테 그녀가 물건을 훔치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것도 곤욕스럽더라고요.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모른 척 넘어가는 것도 사장님을 속이는 짓이니까 못할 짓이었죠. 그러다가 그녀가 패딩 안에 분유까지 훔쳐서 가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보니까 햇반이랑 애호박 훔쳐서 아이 이유식 만들어주려는 것 같아 보였고 분유도 훔쳐서 애 밥으로 주고 그러는 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국 날을 잡았습니다. 그녀에게 한 번은 제대로 말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날도 그녀는 날씨에 안 맞게 긴 패딩을 입고 고개를 푹 숙인 뒤 마트에 들어갔어요.

그리곤 그녀는 롱패딩 가운데 지퍼를 열고서 분유를 넣었어요. 그렇게 그녀는 분유를 훔쳐서 유유히 태연한 척하면서 걸어 나가더라고요.

눈동자는 전혀 태연하지 않고 불안해하는 게 보였어요. 저는 그녀가 마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뒤따라가 불러 세웠습니다.

제가 그녀를 부르니 파르르 떨리는 얼굴 살이 느껴졌어요. 그녀는 토끼눈을 한 채 저를 보았죠. 그리고는 저에게

“왜 부르세요. 누구시죠?”

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말했습니다.

“저 마트 직원인데요. 분유 훔쳐가신 거 알아요.”

제가 이렇게 말한 순간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두 손을 싹싹 비비며 말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일부러 훔치고 싶어서 작정하고 훔친 건 아니고,
제가 너무 사는 게 힘들어서…
먹고사는데 돈이 없어서…
이렇게 훔치게 되었어요.
제발 경찰서에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저 신고당하면 정말 큰일 나요.
지금도 빚쟁이들한테 쫓기고 있어서
진짜 안되거든요. 부탁이에요…”

그녀는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를 곤란하게 하거나 망신 주려고 부른 게 아니었어요.

“아니… 이러지 마세요.
저는 그냥 알바생이에요.
뭐 그쪽을 망신 주려고 이렇게 부른 게 아니라,
제가 며칠간 지켜봤는데
아이를 혼자 키우시는 미혼모신 것 같더라고요.

저희 마트가 저렴한 편인데
사실 이것도 감당하기 힘드신 재정 상황인 것 같아서
그래서 고민 끝에 한번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부른 거예요. “

“죄송합니다. 정말로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반성하겠습니다.”

”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사실 저희 마트에서 분유를
사 가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재고도 많이 남기도하고 그러니까
그냥 앞으로는 분유 훔쳐가지 마시고
하루에 하나씩 그냥 가지고 가세요.
제가 아르바이트생이라서 이상으로 해드릴 수 있는 건 없고
저도 부모님 아프셔서 어린 동생들을 혼자서 키우고
그래봤기 때문에 얼마나 아이를 책임지는 게
힘든 일인지 잘 알기에 제안을 드린 거예요.

저도 동생들 혼자 키운 게 아니거든요.
사실 주변 이웃분들이 품앗이를 많이 해주고
정말로 도움을 많이 줬기 때문에
제가 덕분에 그래도 사는 데 있어서
숨통이 트이게 되었고요.
그분들이 저에게 나중에 저랑 비슷한 사람 만나면
꼭 도와주라고 하신 말씀이 있어서
제가 말을 지키고 싶어서 이렇게 제안한 거예요.
그러니까 부담 가지지 마시고
그냥 하루에 분유 하나씩 가져가세요.
저희 마트 옆에 작은 카트가 있거든요.
거기에 분유 하나씩 넣어둘게요.”

그녀는 저의 말을 듣고 정말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어요. 너무나도 서럽게 울었기에 너무 저는 걱정이 되었어요.

“괜찮으세요?
울리려고 한 건 아닌데 죄송해요.”


“누가 저에게 이렇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 것은 처음이에요.
항상 저는 사람들한테 욕먹거나 아니면
핍박받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왔는데 저에게 이렇게
도움을 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꼭 보답하겠습니다.
반드시 이 은혜 잊지 않고 꼭 기억했다가
보답할게요”

“아니에요.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 마음만 무겁고 그러니까
나중에 형편이 나아졌을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생기면 그분 도와주세요.
도와주신 분들도 저에게 그랬거든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 도와주면 그걸로 됐다고요.
하여튼 눈치 보지 마시고 분유 가져가세요.”

그렇게 저는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장님 몰래 분유 하나의 값을 제 알바비로 채워 넣었지요. 어느 날 사장님이 저에게 그러시더라고요.

“야 이제 분유가 하나씩 꼭 팔리네
분유가 안 팔려서 분유 코너를 없앨까 고민했는데
누가 꾸준히 사가니까 그대로 냅둬야겠구만
누가 그렇게 사가는 거야? 확인 좀 해보고 싶은데”

순간 저는 놀랐습니다. 사장님한테 사실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요. 하지만 언제까지 분유를 제가 사서 손님한테 기증한다는 것을 숨길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용기를 내서 사장님께 말했습니다.

“사장님… 사실은 분유 제가 산 거예요.”

“뭐? 니가 분유를 왜?
분유 사서 뭐하게 어디에 쓰려고 하는데?”

“사실은 저희 가게에
맨날 분유 훔치는 여자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빚쟁이들한테 쫓기는 형편이 어려운 미혼모였고
그래서 그냥 제가 분유 하나씩 사서 그분한테 기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계속 하루에 하나씩 분유가 팔린 거였어요.”

사장님은 제 이야기를 들은 순간,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아이구 내가 아주 알바생을 진국으로 뒀구만
우리 마트가 그런 곳이야!
내가 일부러 싼 물건들 떼오는 이유도
돈 벌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 부담 없이 오라고 그랬던 건데
아주 내 취지를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청년이구만
아주 마음에 쏙 들어!
언제 한번 여자 손님 오라고 해
아이랑 함께 내가 아주 맛깔나게 음식을 대접할 거니까.”

그렇게 사장님은 호탕하게 웃으셨어요. 꼬박 거의 1년간을 분유를 사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카트 속의 분유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녀도 더 이상 그 동네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뭔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죠.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나를 위해서 돈을 한 푼 쓰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형편은 나아지지가 않더라고요.

오히려 형편이 안 좋아졌으면 안 좋아졌지 너무 힘든 겁니다. 학교는 복학도 못하고 엄마 병세는 더 심해지고, 할머니는 병세가 심해지셔서 치료비만 200만 원이 넘고 동생들은 커갈수록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고 정말 죽겠더라고요.

제 인생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슬프고 힘들더라고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마트에서 일하는 것은 행복하고 즐겁지만 언제까지 마트에서 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어떻게 하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장남으로 사는 것은 저의 인생을 포기하고 가족들에게 희생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겨우겨우 버티는 하루살이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저희 마트 가게 앞에 못 보던 외제차가 있더라고요. 딱 봐도 억대는 넘어 보이는 그런 으리으리한 차였어요.

아니 우리 동네에 이런 차를 끌고 다니는 부자가 있었나.. 나는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신기하게 저는 외제차를 요리조리 살펴봤습니다.

갑자기 외제차에서 사람이 나오는 겁니다. 저는 토끼눈을 하고 쳐다보았죠. 외제차에서 나온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저는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몇 년 전 제가 분유를 기부했던 여자였어요. 그 여자는 누가 봐도 잘 나가는 CEO처럼 옷을 입었고 여자의 옆에는 한 남자가 있었어요.

제 얼굴을 본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제게 말했어요.

“다시 봐서 너무 반가워요.
제가 그쪽이 저에게 베푼 온정의 마음을
잊지 못하고 생각하다가
언젠간 마음을 꼭 갚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정말로 너무너무 고마워요.
그리고서는 옆에 있는 남자가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천리왕마트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재직하셨을 때
저희 아내에게 도움 많이 주시고
특히나 분유도 지원해 주셨다고요.
참 감사합니다. 저도 아내에게 이야기 듣고 많이 놀랐어요.
아직도 그런 청년이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덕분에 저희 아내랑 아이가 밥 굶지 않고 잘 살 수 있었어요.
고개 숙여서 감사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했어요. 아니 몇 년 전만 해도 엄청 힘들게 애호박 몇백 원짜리도 살 돈이 없었던 여자가 어쩌다가 이렇게 비싼 외제차를 끌고 어마어마한 갑부처럼 옷을 입고 나타나는지 저는 도무지 생각을 해도 알 수가 없었어요.

제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여자가 웃으면서 제가 말했어요.

“사실 우리 남편이 원래 사업을 크게 하고 있었다가
동업자가 뒤통수를 치고 빚만 억대로 남기고
도망치는 바람에 저희 남편이 저랑 떨어져서 살게 되었거든요.
법적인 문제 때문에 혼인도 못하고
혼자 아이 키우고 빚쟁이들한테 쫓기느라
돈도 정말 한 푼 없어요.
그때는 아이에도 분유도 제대로 못 먹여서 막막했는데
당신이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신 거였어요.
1년 동안 저에게 주신 분유 덕분에 아이 잘 키울 수 있었어요,
다행히 1년 후에 남편이 다시 혼자서 고군분투해서
투자처를 만들어 냈고 돈으로 빚 다 갚고
다시 회사를 일으켜 세운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지금 찾아왔네요. 잘 살고 있었어요?
그때 저에게 준 따뜻한 마음 고마워요..
그 마음 덕분에 제가 아직도 살아있어요.”

그녀는 저에게 명함을 내밀었고 명함을 본 순간 저는 너무 놀랐어요. 이번에 한참 핫한 스타트업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명함 속 대표와 부대표의 이름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마트에 들어온 사장님이 저를 보고

“무슨 일이야?”

하고 외쳤고 저희의 상황을 본 사장님은 단박에 알았어요.

“아이고 우리 직원이 몇 년 전에
분유 기증한 그분들이구나!
그거 내가 후원한 게 아니라,
우리 직원이 나 몰래 분유 사서 그쪽한테 준 거예요.
모르셨죠? 그동안 제가 후원해 준 줄 알았죠?
우리 알바생이 참 마음이 따뜻해요.

밥 안 먹었으면 우리 가게 와서 밥 드시죠.
제가 기가 막히게 음식 하니까요?”


여자와 남편 그리고 저와 사장님은 마트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었어요. 중국집 요리사였던 사장님은 정말 빠르게 짬뽕과 탕수육을 만들어 주셨죠.

그리고서는 저희는 밥을 함께 먹으면서 정말 많은 수다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여자는 저에게 말했죠.

“저희 남편이 이렇게 착하고 성실한 청년은
꼭 채용해야 한다고 해서 저희가 여기에 구직 제안하러 온 거예요.
제가 사실 좀 알아봤는데 어머님이랑
할머니 그리고 동생들까지 혼자서
다 책임지는 상황이라고 들었거든요.
많이 힘들죠? 저희 회사에서
사회적 환원 같은 프로젝트도 하고 있어서
도와드리고 싶어요.
또 대학생 인턴 채용 프로그램에도
전선적으로 선발하고 싶어서요.
꼭 했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보답하고 싶어요.
제가 받은 게 너무 많아서 그 마음을 다 갚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요.”

저는 인턴 제의를 받고 펑펑 울었어요. 사장님도 토끼눈을 하면서 요즘 취업하고 그러기 진짜 힘들어서 인턴 다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던데 정말 너무너무 좋은 기회 아니냐며 절대로 놓치지 말고 꼭 잡으라고 말해줬죠. 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들께서 회사에서 저를 채용해 주시겠다고 하니까 정말 뛸 듯이 기쁘더라고요.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예요.
정말로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라서
무조건 지원하겠습니다.
이렇게 저를 우선순위 고려대상으로
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최선을 다해서 한번 해 보겠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렇게 저희는 그날 중국 음식을 먹으면서 하하 호호 정말로 행복한 만담을 펼치게 되었어요. 정말로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가슴이 웅장해지기도 하고 뭔가 마음이 꽉 쪼였다가 풀리는 기분이었어요. 정말로 그날 저는 집에 가서 많이 울었던 거 같아요.

그동안 힘들게 살아왔던 것들을 다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착하게 그리고 열심히 산다는 것을 누군가 인정해 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거기서 인턴을 하다가 정규직 전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원을 받아서 제 동생들도 장학금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여자분이 저희 엄마와 할머니 약값은 평생 지원해 주시기로 약속하셨어요.

언젠간 나의 행동들이 다 돌아오는 것 같아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언젠간 시간이 흘러서 누군가가 또 나에게 도움을 주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끝까지 살아봐야 하는 게 맞다는 말을 하는 것 같네요. 저는 정말로 뜻을 이번에 절절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요즘이네요. 그럼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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