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게 무심했던 시어머니..”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지냈는데, 시어머니의 뜻밖에 ‘행동’에 난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반 여성입니다. 제가 이렇게 사연을 보내게 된 이유는 저희 시어머니 때문인데요.

우선 제 사연을 소개를 하자면 엄마는 1년 전에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빠와 남동생 둘이 살고 있고 저는 결혼해서 아이가 하나 있고 남편과 사이는 좋은 편입니다. 

그리고 남편은 시부모님 다 계시고 위에 누나 한 명 있어요. 시댁과 큰 마찰이나 문제는 없었는데 시댁 식구들은 굉장히 무뚝뚝해요. 

표현을 잘하거나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해야 할까요? 부드럽거나 살가운…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냥 딱 할 말만 하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결혼 전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때도 저희가 조금 일찍 도착을 해서 제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는데 시어머니는 무표정한 얼굴로 저에게 “왔나?”라고 말을 하셨어요.

저는 그런 시이머니 모습에 조금 서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말 반갑게 맞아 주실 줄 알았는데 첫 느낌이 많이 쌀쌀맞은 느낌이어서 조금 주눅도 들었던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은 워낙 표현을 잘하셔서 시댁의 분위기에 더욱 적응이 잘 안되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집안으로 들어갔고 시댁식구들은 다들 말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시누이도 있었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말이 없더라고요. 그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던 저는 ‘시댁식구들이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렇게 서러운 마음이 생기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그렇게 시엄머니와 시누이가 음식을 준비했는데 저도 눈치가 보여 쫄래쫄래 주방으로 들어갔더니 시어머니는 그런 저에게 “니는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말투가 너무 단호해서 저는 다시 겁을 집어먹고는 거실로 나왔는데 잠시 후 시누이가 베란다에 가서는 엄청 큰 상을 가지고 와서는 상다리를 펴더니 행주로 상을 깨끗이 닦았어요.

그리고 곧 주방에서 반찬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저는 너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무슨 잔칫상 같았거든요. 전도 종류별로 다 있었고 제가 처음 본 음식도 엄청 많았고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도 엄청 많았어요.

그렇게 밥상이 차려졌고 밥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제가 그날 치마를 입고 갔어요.

그러다보니 바닥에 앉기가 조금 불편했지만 갑자기 시누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방으로 들어가더니 담요하나를 가지고 나오더니 제 다리 위에 살포시 올려놔 주었어요. 그리고는 저희 남편의 등짝을 퍽 하고 치더니

“뭐 하노! 니?”

라고 말을 하며 남편을 째려봤는데 남편은 멋쩍은 듯이 웃었고 고 저는 그런 시누이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누이는 그저 살짝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었어요. 밥을 먹을 때도 다들 별말이 없어서 저도 정말 열심히 밥만 먹었던 것 같아요.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에 밥을 먹는 내내 밥그릇만 바라보느라 밥알이 몇 개였는지 알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죠.

그런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그런 저의 밥 위에 음식을 올려놔 주셨는데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 위주로 올려놔 주시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넙죽넙죽 음식을 받아먹었어요.

그때 저는 그것이 우연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제가 시댁에 인사를 가기 전에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봤다는 것을요.

남편도 워낙 말이 없는 사람이라 저에게 그러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니 저는 꿈에도 몰랐을 수밖에요..

그렇게 식사를 하고 간단한 대화를 했는데 시부모님들은 저에게 많이 물어보지도 않았고 부모님 안부와 뭐 간단한 것들만 물어봤던 것 같아요.

저는 이것저것 물어볼까 봐 나름 많이 준비해 갔는데 그냥 일상적인 것들만 물어봤고 잠시 후에는 저희 보고 빨리 올라가라고 재촉을 하셨어요. 길이 막힌다고 하시면서요.

“빨리 가라, 차 막히면
올라가는 데 힘들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저에게 다음에 또 보자고 하셨고 저희는 그렇게 급히 올라왔습니다.  시댁식구들이 참 무뚝뚝하고 살갑지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올라오는 내내 기분은 나쁘지 않더라고요?

참 이상한 일이었어요. 그냥 표현이 별로 없는 것이지 나쁜 분들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희는 별문제 없이 결혼을 했고 저희 부모님은 시부모님을 엄청 좋아하셨어요. 가식적이지 않고 진국이시라고 늘 칭찬하셨죠.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것이 저희 엄마와 시어머니는 참 잘 지내셨어요. 두 분이 정 반대인 성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정도로 잘 지내셨죠.

두 분이 같이 있으면 저희 엄마는 계속 말을 했고 시어머니는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 저희 엄마랑 있으면 그렇게 무뚝뚝하던 시어머니가 자주 웃는 모습을 보이곤 했으니 그것도 참 신기했어요.

하지만 살면서 시어머니에게 서운한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시어머니는 잔소리가 조금 많은 편이었어요. 말은 별로 없지만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갔고 많이 혼내시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철이 없었기에 그런 시어머니에게 그저 서운할 뿐이었죠. 물론 시어머니도 저에게 서운한 점이 왜 없으셨겠어요.

제가 가끔 그런 시어머니에 대해 저희 엄마에게 불만을 토로하면 저희 엄마는..

“세상천지에 너희 시어머니 
같은 분이 어디 있는 줄 알아?
사돈 어르신이 화를 냈다고 하면
너가 뭘 크게 잘못한 것이구만\
너가 한 행동들은 쏙 빼놓고
사돈 어르신이 화를 낸 것만
기분 나쁘다고 하면 어떻게 하니?”

라며 되려 저를 혼내셨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맞춰가며 가족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생겼는데요.

저희 엄마가 암으로 많이 아프셨는데 아빠도 저희도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시댁에 알린 것인지 남편과 시부모님이 병원이랑 이것저것을 다 알아봐 주셨어요.

그리고 시누이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저희 아이를 돌봐 주었어요. 시댁 가족들 모두 비상상태에 무슨 훈련이 되어 있는 것처럼 움직였어요. 그런 시댁식구들에게 정말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그런데 모두가 노력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엄마는 1년 정도 항암 치료를 받으시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시고 마셨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세상이 무너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엄마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시댁 가족들은 모든 것을 다 섬세히 챙겨주셨고 시어머니는 저에게

“니는 맏딸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데이!
알것냐? 정신 바짝 차리고
사돈 어르신 잘 챙기거라”

라고 말을 했지만 저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터라 누구를 챙기고 할 그런 정신이 아니었죠. 그런 저에게 시어머니는 잔소리를 하셨습니다.

“얼른, 사돈 어르신 
걱정 끼치지 말고 밥 먹어라.
니가 그리 울기만 하고
밥도 안 먹으면 
사돈 어르신 심정이 어떻겠나?”

라며 저를 나무라셨는데 저는 그 당시 그런 시어머니가 정말 짜증났어요. 

“어머님!!
저 좀 그냥 두세요.
제발!”

이라며 울면서 처음으로 시어머니에게 말대꾸를 한 것 같네요. 하지만 시어머니는 그 뒤에도 꿋꿋이 저에게 잔소리를 했고 틈틈이 제 입에 무엇인가를 넣어 주셨어요.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받아먹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엄마 장례식을 치르고 저는 거의 한 3개월을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살았는데 시누이가 저희 집에 자주 와서 그런 저를 챙겨 주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 저에게 짜증이 날 법도 했는데 시누이는 무슨 사명감 같은 것을 갖은것처럼 정말 잘 참아주었어요.

제가 가끔 짜증도 막 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씩 정신을 차려 갈 무렵, 저희 아빠와 동생이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안 계시니 밥은 어떻게 드시는지, 집안 살림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제야 걱정이 되기 시작해 친정으로 갔었죠.

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냉장고에 반찬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제가 아빠와 동생에게

“이 반찬들 다 뭐야?
사 왔어?”

라고 물었는데 아빠는

“그 많은 것을 사 오기는
어디서 사 오겠니?
사돈 어르신이 보내주셨어”

라며 웃으셨어요. 저희 아빠가 웃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아빠가 정말 힘이 들어서
입맛도 없었는데
참~ 산사람은 살아진다고
사돈 어르신이 보내 주신
반찬으로 요즘 삼시 세끼
아주 잘 먹고 있다.
사돈 어르신 음식 
아주 맛이 있어”

라며 다시 웃으셨어요.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제 동생은

“누나? 그런데 사돈 어르신은
아빠와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계신 거야?”

라며 제게 물었는데 저는 그만 눈물이 앞을 가려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라고요… 그렇게 저희 가족들은 시댁 가족들의 정성으로 조금씩 회복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빈자리는 어찌할 수 없었지만 그러한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남편과 시댁 가족들은 정말 많이 애써 주셨어요.

시어머니는 그렇게 한동안 음식을 해서 택배로 보내주시거나 가끔은 저희 친정에 직접 방문하셔서 음식을 가져다주시기도 하셨어요.

시어버지가 운전을 해서 같이 오셨을 때 저희 시어버지 차에 음식을 가득 싣고 오셨는데 음식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 주시고는 저희 아빠에게

“사돈! 오늘은 우리가
사돈한테 밥 좀 얻어먹으로 왔어요.
괜찮지요?”

라며 활짝 웃으며 근처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셨어요. 그러면 저희 아빠와 술도 한 잔씩 하시고 저희 집에서 자고 가시고는 했는데 오실 때마다 저희 시어머니의 잔소리는 끊이지를 않았죠. 하지만 이제는 저도 익숙해져서인지 

“아이고~ 우리 어머이~
잔소리 또 시작하셨네” 

라고 웃어넘기곤 했지요. 그렇게 별일 없이 시간이 지나갔는데 얼마 전에 저희 시어머니 때문에 제가 다시 펑펑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얼마 전 저희 엄마 제사였는데요. 저는 제사 음식을 한 번도 해 본 적도 없었고 저희 친정도 제사를 따로 지낸 적이 없었어요. 큰 댁에서 지내고는 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시댁 제사에 참석을 자주 한 것도 아니었고 저는 그렇게 첫 엄마 기일을 앞두고 눈앞이 깜깜했었습니다. 저는 엄마 기일을 앞두고 제사 음식을 사기로 했습니다.

아빠도 괜히 번거롭게 하지 말자며 제사 음식을 잘하는 곳을 알아보라고 했고요,. 그런데 그때 시어머니가 저에게 전화를 했어요.

“사돈 기일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알고는 있나?”

라며 역시나 시어머니 말투답게 물어보셨어요. 저는 그런 시어머니에게

“그럼요. 어머니.. 당연하죠!
저 이제 애 아니라니까요”

라고 투덜댔는데 시어머니는 저에게 

“제사 음식은 내가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그레이~
사돈 첫 기일인데
내가 챙겨야 하지 않겠나?

이 엄마가 다 준비해서
니그 아버지랑 같이
올라갈 것이니까 
그리 알고 있으레이”

라고 말을 하셨어요. 저는 그런 시어머니에게 괜찮다고 한사코 가절했지만 시어머니는 되려 저에게

“니가 단디 착가하고 있는 모양인데
니그 엄마랑 나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알긌냐? 나한테도 좋은 친구나
마찬가지였단 말이다,

너만 슬프고 보고 싶은 줄 아나?
나도 사돈이 보고 싶고 그렇단 말이다.
내가 꼭 해주려고 했다.
내가 친구한테 그정도도 못해주나?”

라고 말을 하셨어요. 단 한번도 속마음을 표현하지도 않았던 시어머니가 저에게 처음으로 속마음을 이야기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시어머니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거든요. 저희 엄마와 시어머니는 참 안 맞은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잘 맞았으니까요. 

그리고 엄마의 첫 기일에 시어머니는 제가 음식을 준비해서 올라오셨고 제가 저희 집에서 같이 만들자고 했지만 시어머니는 

“니는 거추장스럽데이~
내 혼자 하는 게 편하다”

라며 또 핀잔을 주셨어요. 그렇게 시어머니 덕분에 저희 엄마의 첫 기일을 잘 마쳤어요. 

여전히 시어머니는 저에게 잔소리도 많이 하시고 혼도 많이 내시지만 이제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기에 그냥 웃으며 넘기고 있답니다.

어머님! 저는 어머니의 커다란 사랑에 감히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늘 부족한 며느리지만 항상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머님!  많이 많이 사랑해요!

Desktop*
X

Leave a Comment

error: Content is protected !!
Days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