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에 사는 60대 아버지와 40대 아들이 아내이자 어머니에게 나란히 자신의 간 한쪽씩 이식해 어머니를 극적으로 생명이 위태롭던 살려낸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이 가족은 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극복해내며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씨는 10년 전부터 병환으로 치료를 받아와 오랜시간 투약 생활로 인해 부작용이 생겨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서규병(69)씨와 아들 서현석(40)씨 부자는 본인의 간이라도 이식해야겠다는 생각에 의사에게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의료진은 남편 서씨의 수술을 쉽게 허락할 수 없었습니다. 나이가 고령인 탓에 자칫하다간 수술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아들 서현석씨 역시 간이식을 온전하게 진행할 수 없어,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아내이자 어머니를 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와 아들은 결국 2:1 방식으로 고씨에게 이식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남편 서씨와 아들 서씨 부자는 의료진을 설득한 끝에 서울 아산병원에서 고명자(68)씨에게 각각 자신의 한쪽 간을 떼어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서씨는 수술을 위해 경찰관 퇴직 후 다니던 직장까지 떠나야만 했습니다.
장시간 이어진 이식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고명자씨 회복이 늦어져 3주 동안 중환자실 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는데요. 부자는 한동안 가슴을 졸이며 지켜봐야 했습니다.
유리창 밖에서 한없이 서성이던 서씨 부자는 차츰 고씨의 건강이 회복하자 일반 병실로 옮기고 나서야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회복 동안 말을 할 수 없었던 고씨가 건넨 화이트보드에는 “아들, 엄마가 미안해. 잘 먹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 .” 먼저 번에는 내가 섬망이 너무 심했대. 이제는 괜찮아. 소중한 간을 줘서 매일 한 번씩 만직 있어” 등 삐뚤삐뚤한 손 글씨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들 가족에겐 서로의 의미가 매우 컸는데 특히 첫쨰 아들이 심장판막증으로 치료 약이 없어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진단을 받았지만 기적같이 살았고, 첫째 아들은 결국 대학 졸업한 뒤 직장 생활을 하다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런 아픔을 안고 살아왔던 고씨는 아들과 남편에게 이식받은 간으로 아직도 아침마다 수술 자국을 매만지곤 한다는데요. 아픔의 시련을 딛고 서로가 희생한 만큼 더욱 단단해져 화목한 가정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한편 서씨 부자는 독립운동가이자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서성섭씨의 아들이자 손자이기도 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서성섭씨는 어린 시절 강원 홍천군의 한 국민학교 연못에 무궁화를 몰래 심다가 일본 순사에게 발각돼 고향을 떠나 피신했습니다. 그는 한국전쟁 땐 소대장으로 참전해 홍천 삼마치 전투에서 조국을 지키다 전사, 지금은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건강히 사셨으면 좋겠다”, “힘든 결정이었을텐데 앞으로는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바란다”, “세분 모두 수술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이제 행복만 가득하길 바란다” 등 여러 응원의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