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들어서…” 10분마다 응급 환자 나타나자, 파업 중 몰래 출근해 환자 돌본 전공의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반발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전공의가 몰래 출근해 환자를 돌본 사실이 전해졌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엿새째인 25일 뉴스1은 한 병원 응급실 상황을 전했다. 전공의 A씨는 주변에 알리지 않고 이날 응급실에 출근했다. 그는 사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잠시 병원을 떠났었다.

원래 이 응급실엔 전문의, 전공의, 인턴 등 의사 3명과 간호사 7명이 근무했다.  그러다 인턴과 전공의가 출근을 안 하자 평일에는 전문의 1명이 응급실 전부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이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는 A씨는 휴일에라도 돕기 위해 응급실에 나온 것이다. A씨가 나온 일요일, 환자는 10분 마다 도착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전공의 일부는 A씨처럼 슬며시 출근하고 있다. 몰리는 환자와 이를 맞는 전임의·교수·임상강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B씨는 “대형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에서 근무하는 일부 전공의는 외부에는 함구한 채 몰래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오전 9시쯤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80대 여성 환자가 베드에 누운 채 도착했다. 이 여성은 심부전 환자로 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졌고, 폐에 물까지 찬 상태였다.

A씨는 결근 중 주변에 알리지 않고 응급실로 출근한 상황으로 곧바로 환자의 검사를 진행했다. 환자의 염증 수치는 정상보다 약 10배 높았고, 요로감염 증상도 보였다. A씨는 전문의 B씨에게 결과를 보고했고 B씨는 이뇨제 투여 지시를 내린 뒤 건너편 베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의 1명이 응급실 전체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이에 A씨는 후일에 더 바쁜 응급실 상황을 우려해 몰래 병원에 나와 환자를 맞이한 것이다.

이날 응급실엔 10분마다 한 명씩 환자가 들어왔다. 씨는 “응급실 환자는 매일 평균 최소 100명에서 최대 150명에 달하는데 의사 1명만으론 응급실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오전 10시쯤 사이렌 소리와 함께 또 한 번 119구급차가 도착했다. 한 고령의 남성이 휠체어에 탄 채 환자분류소 안으로 이송됐다. 남성은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였다. 머리를 제대로 들지 못해 무릎에 머리를 파묻은 채 앓는 소리를 냈다.

응급실에는 노인뿐 아니라 10대 학생 등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가 찾아왔다. 오전 11시쯤 손가락에 휴지를 잔뜩 감싼 여자아이와 부모가 응급실로 뛰어들어왔다.

어린 아이는 의자에 손가락이 낀 채 넘어져 피를 많이 흘렸다. 깁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뒤이어 들어온 10대 여학생은 “전날부터 계속 구토 증상을 보인다”며 힘겹게 대기 의자에 앉았다. 함께 온 엄마는 학생의 배를 만져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전날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을 접질린 50대 남성 환자와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는 70대 남성 환자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쉴 틈 없이 응급실로 들어왔다. 오후 1시가 되자 병상의 약 70%가 찼고 응급실 내부는 더욱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찾는 소리가 들리자 A씨와 B씨가 숨 가쁘게 환자 침대를 오갔다. B씨는 “오늘은 다행히 교통사고 환자나 응급 환자가 아직 없어서 동시 진료가 가능한 것”이라며 “단순하게 보이지만 일반 병원에서 할 수 없는 봉합 수술 환자라도 오게 되면 바로 손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전공의 대부분이 떠난 병원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이 2~3배 가량 더 일하며 버티고 있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가 일어난 지 일주일째,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대형 병원들은 수술과 진료 일정을 절반까지 줄였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는 전임의들마저 병원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이지 조선대 병원에서는 재계약을 앞둔 4년 차 전임의 14명 중 12명이 재임용포기서를 제출하고 3월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자 전국 일선 검찰청이 검·경협의회를 통해 경찰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신속한 사법 처리에 대비하고 있다. 

진료 중단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의사면허 정지·취소’ 등의 행정조치와 고발 조치를 할 계획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 무단이탈에 따른 병원 현장 피해 신고 사례를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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