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으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도 출연했던 김정자(83)씨가 숙명여대 신입생이 됐다. 숙대 졸업생인 손녀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고 싶다고 밝힌 김씨의 바람이 이뤄진 셈이다.
김씨는 1941년생으로, 중학생 때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학비가 부족해 간호사로 일하다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로 인해 노숙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한 대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던 어느 날, 한 학생이 노트 한 장을 찢어 ㄱ, ㄴ을 써주며 이름 쓰는 법을 알려줬다. 그날 김씨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처음 마주하게 됐다.
하나둘씩 한글을 터득하며 더 많은 것이 궁금해진 김씨는 딸을 미국으로 보내는 공항에서 “한글도 모르는데 영어를 어떻게 아나. 딸을 보내는데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라며 글을 모르는 설움에 눈물이 앞섰고, 그때부터 공부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길거리에서 받은 부채에서 만학도들이 다니는 ‘문해 학교’라는 것을 알게 돼 처음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로 그는 “모든 것이 즐겁고 눈을 뜨니 좋다”며 “내 인생을 살아온 거 보면 꿈만 같고 이제 와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내 인생에 공부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이런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5년 동안 결석 한 번 없이 공부에 매진한 끝에 2024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4년 만에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다시 출연해 “손녀딸이 숙명여대를 졸업했는데 자기 학교가 최고라고 자랑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도 가고 싶다”며 “성적표를 받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좋았지만 숙대 영문과는 조금 힘들 것 같다. 숙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과를 지망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사회복지전공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된 김씨는 “3월에 입학하면 더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나이가 많아서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배워도 자꾸 잊어 먹겠지만, 그래도 다니기는 열심히 다닐 것”이라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연필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공부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올해 함께 입학한 새내기 학생들에게는 “전공을 살려 자신의 진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 우리 손녀처럼 실력이 금방 늘 것 같다”는 덕담도 건넸다.
숙명여대 총장은 김씨를 학교 캠퍼스로 초청해 장학 증서와 명예 학생증을 전달하며 따뜻한 용기와 격려를 전했고, 학교 측은 김씨의 학업을 응원하는 의미로 1년간 장학금을 지급하고, 해외에 있는 손주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싶다는 김씨의 소망에 보탬이 되기 위해 영어 교육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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