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포상 금액이지만 더 중요한게 있어..” 김판곤 감독, 말레이 국왕이 하사한 16억을 거절하며 말한 ‘소신발언’에 놀라움이 쏟아졌다

우리 한국 대표팀에게는 ‘도하의 졸전’이었지만 말레이시아는 우승 후보 한국과의 극적인 무승부로 축제 분위기에 빠졌었죠.

경기 종료 직전에 터진 동점골에 환호하며 머리를 휘날렸던 김판군 말련 대표팀 감독은 국가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김판곤 감독의 개성 넘치는 헤어스타일이 말레이시아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경기 전 “축구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패기가 말련 축구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명승부로 이어진 겁니다.

새로 즉위한 말레이 국왕이자 술탄은 김판공 감독에게 특별 보너스를 하사하겠다며 16억이라는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처음 들으시면 “강남 아파트 집값도 안 되는 거 별거 아니네” 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말련 물가에서는 엄청난 돈이긴 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대단한 것이긴 한데요. 이번 아시안컵을 위해 말레이시아에서는 선수단의 총 20억밖에 쓰지 않았다는 발표 자료가 있는 것을 보면 16억을 하사한 것은 정말 큰 규모니까요.

어쨌든 많은 이들은 김판곤 감독이 최하위 수준의 팀을 이만큼이나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대한축구협회에서 행정가 역할을 하며 지근거리에서 보고 배운 히딩크, 벤투 감독의 선수 양성 과정과 전술을 꼼꼼히 체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데요.

오늘은 김판곤 감독의 “헤비메탈 축구” 철학을 온 몸으로 빨아들이고 있는 말레이시아 축구 아직도 살아 숨쉬는 히딩크 감독의 유산과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에서 받고 있는 대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현재 언론에 따르면 지난 말레이전은  말레이 팬들에게 마치 독립기념일 행사장 같았다고 합니다. 일찍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말레이시아는 결연하게 한국에 맞섰고 팬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후반전에 한국 골대 뒤쪽에 자리 잡았던 말레이 원정팬들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맹렬하게 지지를 보냈거든요. 김판곤 감독의 경기전 기자회견장에서 말련 국민들에게 보냈던 메시지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 선수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동기부여가 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언제 또 손흥민, 김민,  이강인과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겠나. 내가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하는 말이다. 한국의 이런 멋진 선수들과 평생 동안 두 번도 경기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 준비를 잘했다. 이런 선수들과 경기를 통해 경쟁할 수 있다는 자체로 벅차오르는 것 같다. 나 역시 제대로 한 판 붙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습니다. 

말레이시아 팬들은 조별 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하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무승부에 그친 대표팀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국 팬들 중에서도 말레이시아의 깊은 인상을 받은 이가 적지 않았을 정도였죠. 말레이시아는 김판곤 감독 지휘하에 큰 동기부여를 스스로 하면서 물러서지 않았고 한국과 무승부를 거뒀는데요.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 존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판곤 감독은 “당당하게 바랍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걱정을 많이 했다. 수비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체력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계속 격려했고 우리 선수들은 정말 용감하게 한국이라는 강팀에 쫄지 않고 맞섰다. 말레이시아 축구는 이날 경기로 한국 덕분에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옆에 있던 선수 파이살 살림 역시 “월드컵 본선에서 전 세계 강호와 겨루는 팀을 상대로 경기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김민재와 손흥민이 있는 팀을 상대로 골을 넣은 것은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감격스러운 듯 말했습니다.

실제로 말련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크게 지치지 않고 한국 대표팀에 맞섰는데요. 그동안 김판곤 감독이 한식을 제공하며 밥심을 키우도록 주문한 특별 훈련 과정이 빛을 발했던 것 같은데요.  김 감독이 늘 말하던 헤비메탈 축구는 의미 있었던 겁니다. 울림을 줬다고 해야 할까요?

축구가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심상 중 가장 간절하고 겁 없는 팀만 줄 수 있는 알싸함을 볼 수 있었는데요. 포기하지 않는 투혼의 정신에 대해서는 마음속에서라도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죠.

아마 한국 팬들이 우리 한국 대표팀에 요구하는 모습도 이런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조규성 선수에 대해 중국 우레이에 서 따와 조레이라고 부르며 “머리 자르고 집중하라”는 주문을 하는 것이었겠죠.

결국 김판곤 감독이라는 한 명의 한국인 감독이 말련 하위팀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린 건데요. 이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선 김판곤 감독의 과거 이력을 살펴봐야 합니다.

김판곤 감독은 2018년 썩을 대로 썩어 있던 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을 영입하며 체계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파울로 벤투 감독을 선임하는 데 성공합니다. 한국 축구를 한 단계 성장시킨 숨은 공신이었던 셈이죠.

그런데 이때는 분위기가 정반대였습니다. 당시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감독에 대해 단연 계약을 맺었다며 잔당 적폐 세력이 집중 포화를 날렸지만 결과적으로 투명하고 철저한 검증에 따른 선임은 우리 한국 축구에도 빌드업이 가능하다는 또 멋진 결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며 당당하게 16강에 진출합니다.

우리 한국 축구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김판곤 감독의 당시 기자회견은 압권이었습니다.

벤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붙어 있던 물음표를 공식 기자회견을 자처해 설명했고 이 바람을 타며 축구협회 부회장직도 맡게 됐죠. 전 세계 어떤 팀과 붙어도 주도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철학 아래 2022년까지 축구 행정가로 활동했었습니다.

하지만 카타르월드컵이 끝나고 다시 무너진 협회에서 나온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 축구와 작별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말련 대표팀 감독직은 처음엔 난관만 가득했었죠.

특별한 것이라고는 찾아볼 곳도 없던 기반에서 단기적인 성과만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그랬죠. 김판곤 감독이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말련 기자가 집요하게 김 감독을 괴롭히며 사퇴하라는 말을 하더니, 한국을 상대로 멋진 한판승부를 벌이자 180도 돌발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결국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김판곤 감독의 신드롬이 가능했던 것은 우선 말레이시아의 유연하고 선진적인 축구 행정 정책 덕분이었습니다.

언론은 난리치지만 국왕의 비유 아래 축구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축구협회는 김판곤 감독에 대해 호의적이었거든요.

덕분에 김 감독은 전 세계에서 뛰어난 코칭 스태프를 모아 자신의 사단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고 전략분석 코치만큼은 한국인으로 모셔와 한국에선 일반화된 체계적인 코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K-싸커 코칭 철학을 바탕으로 성적 최하위권 학생을 중위권으로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식 주입교육과 반복학습을 지원했던 겁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밥심 전략처럼 아예 식사까지 한식으로 꾸려 영양과 맛을 동시에 잡는 시도도 중간 평가 ‘성공’ 성적을 받았습니다.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먹고 생활하는 문제가 율법과 연결돼 큰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말레이 국가에 직접 나서며 예외를 인정해 주자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됐다고 하는데요.

얼마 전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는 “김판곤 감독이 한국식으로 하게 두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할 정도였죠. 이런 전방위적인 지지에서 가장 먼저 체질개선하는 것은 바로 식습관이었습니다.

잘 먹어야 잘 뛴다는 한국인 특유의 밥심에 더해 스포츠 과학적인 접근으로 고단백 고지방 저탄수화물 한국식 식단을 구성한 건데요.

토종 말레이 선수들이 유럽이나 남미 그리고 동아시아인들보다 작은 피지컬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었죠. 효과는 생각보다 더 대단했습니다.

선수들이 후반전에 급격히 떨어지던 체력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단적으로 우리 대표팀 선수들과의 체력 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사례가 있기도 하죠.

이렇게 든든하게 밥 먹고 또 전사적인 기질을 가르친 김판곤 감독 덕분에 말레이 선수들은 이제 강팀을 상대할 때도 그다지 쫄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 감독 부임 이래 선수들이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됐고 팬들도 경기를 주도해서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겁니다.  앞으로도 좀 더 긍정적이고 주도적이면서 도전적인 축구로 승리하는 방식을 추구하려 한다고 하죠.

김 감독은 이런 태도를 과거 벤투 감독에게 배웠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강팀을 만나도 약팀을 만나도 똑같은 접근 방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강팀과도 똑같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이죠. 그래서인지 선수들은 자신만만합니다.

자만과 당당함이 한끗 차이라고들 말하죠. 이들은 자만이 아니라 당당함이 있습니다. 제대로 준비했으니 잘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이죠.

김판곤 감독 특유의 지도력이 힘을 내고 있다는 생각인데요. 말레이시아 김판곤 감독 부임 후 2년도 안돼 피파 랭킹이 154위에서 134위까지 20계단이나 뛰었습니다.

김판곤 감독은 언젠가 말레이시아가 피파랭킹 100위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성장세라면 목표하는 아시안컵 16강 진출과 피파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일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죠.

물론 아직은 박항서의 베트남 수준의 성과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로 차근히 올라가다 보면 한국인 감독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평을 받게 되는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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