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가 5년 연속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김밥·소주·라면·짬뽕 등 ‘서민 음식’ 가격이 크게 올라 체감 외식물가 상승률이 높아졌습니다.
지금 당장 천 원을 쥐고 밖으로 나간다면 무엇을 살 수 있을까요. 기껏해야 편의점에서 껌 한 통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밥을 서민 음식이라 부르기 어려울 만큼의 고물가 시대인 지금, 강북 북부시장 하나김밥에서는 1000원에 김밥 한 줄을 살 수 있습니다. 강순희 할머니는 30년째 김밥 가격을 유지한 채 장사를 하고 계시는데요
할머니의 가게는 ‘전 국민이 적자라고 확신하는 가게’, ‘오히려 손님들이 야단치는 가게’로 먹방 유튜버 영상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서울 강북 북부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번듯한 간판도 없이 노란 현수막에 적힌 가게 이름 네 글자가 전부입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법 한데요.
층층이 쌓여있는 계란판, 의자에 놓여있는 쌀가마니, ‘김밥 한 줄에 1,000원’ 문구가 적힌 색 바랜 종이가 김밥 가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남는 것이 없어 보이는 이 김밥 장사를 할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운영하는걸까요?
김밥 줄수를 말하면 바로 김밥을 말기 시작합니다. 바스락거리는 김 한 장,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에 단무지, 계란, 햄, 오이가 차곡차곡 들어가야 우리가 아는 김밥이지만 이곳의 김밥은 조금 다릅니다.
어느 날은 햄이 두개 들어가는 날도 있고 단무지가 안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할머니의 기분 따라, 재고 상황에 따라 그날 그날 재료는 달라지죠.
“할머니 왜 김밥 장사를 하세요?” 라는 질문에 할머니는 답했습니다.
“살기 위해서지 뭐…돼지 고깃집부터 시작했지. 애들이 엄마가 공장 다니는 거 안 좋아할 거라고 해서 장사를 시작했어. 구멍가게도 하고 김치 장사, 국수 장사, 부침개 장사 할 수 있는 건 다 하다가 김밥 가게로 30년 동안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거야.”
할머니가 장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온전히 가족을 위해서였습니다.
“남편이 아팠어. 남편이 몸이 안 좋은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우리 남편은 산에서 농삿일을 하던 사람이었어. 무섭지도 않고 겁도 안 내고 산에서 그렇게 일했어.”
뇌졸중을 앓던 남편이 농사로 가족 모두를 먹여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처해서 가장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장사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요. 할머니의 장사에 수익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김밥 한 줄에 1000원이라는 가격도 하나김밥 가게를 이전 주인에게서 이어받았을 때 그대로의 가격이었습니다
“수익 같은 거는 안 생각해. 입에 풀칠할 정도는 먹고 살 수 있고, 그냥 자주 오는 단골들 얼굴도 보고, 사람들이랑 수다 떠는 게 좋아서 하는 거야. 가격 올리는 거? 생각도 안 해봤어. 그냥 내가 조금 덜 벌면 돼.”
헐머니가 지금까지 장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오로지 손님 때문이었습니다. 장사를 끝내고 집에 돌아가면 할머니를 반기는 이는 없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자식도 세상을 떠나면서 할머니에게 남은 것은 하나 김밥뿐었죠.
할머니는 김밥을 찾아와 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강순희 할머니의 건강 상태는 좋지 못하다고 하는데요. 3년 전 인근 아파트 근처에서 차량에 살짝 부딪혀 넘어진 이후로 허리 통증이 생겼고 후유증도 심해졌다고 합니다.
김밥을 싸는 손의 떨림은 점점 심해지고 김밥 한 줄 잘라 옮기기에도 힘이 들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계속 김밥을 마는 이유, 천 원 김밥을 고집하는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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