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부족한 할머니와 손녀에게 국밥을 대접한 사장님..” 어느날 국밥집 앞에서 손님수를 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본 가게 주인의 ‘행동’에 할머니는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국밥집 주인 강 씨 아저씨는 손님을 기다리며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의 손님들이
한차례 지나간 뒤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때늦은 점심을 찾는 손님이
몇은 더 있음 직한 무렵이었지요.

그때 문에 달아놓은 풍경이
‘댕그렁’ 소리를 냈습니다.
강씨 아저씨가 신문을 밀치며
벌떡 일어섰습니다.

천천히 문이 열리면서
머리카락이 허연 할머니가
들어섰습니다.

그 뒤에 열 살도 채 안돼 보이는
소년이 마치 꼬리를 잡고 있듯
할머니의 한 손을 꼭 잡고
따라 들어왔습니다.

옷차림이 남루하고,
얼굴에는 궁기가 흐르고 있었죠.

“이쪽으로 앉으세요”

강 씨 아저씨는 가운데 자리에 있는
식탁 의자를 빼내 놓았습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등받이를
쓰다듬으며 여기 앉으라며
턱짓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머뭇거렸습니다.

“저… 저어… 쇠머리국밥 
한 그릇에 얼마나 하나요?”

“사천 원 받습니다”

강 씨 아저씨는 사람 좋은 웃음을
온 얼굴에 가득 담아 보이며
대답했습니다.

할머니는 조금 몸을 돌려
허리춤에서 주머니를 꺼냈습니다.

그 주머니 안에 든 동전까지
조무락거리며 헤아려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그 자리에 소년을 앉히고,
할머니는 맞은쪽으로 가서 앉았습니다.

“한 그릇만 주세요”

“예?”

“난 점심을 이미 먹었다오”

“아, 예. 맛있게 말아
드리겠습니다”

강 씨 아저씨는 그들 앞에
물 잔을 놓고, 주전자로 물을
‘쪼르르’ 따르며 말했습니다.

조금 뒤, 강 씨 아저씨는 
깍두기 접시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어서 국밥 한 그릇을 할머니와
소년의 가운데에 놓았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구수한 냄새가 풍겼습니다.

“아가야, 많이 어서 먹어라”

소년은 한 숟가락 푹 떠서
입에 막 넣으려다가 할머니를 바라고 보는

“할머니, 정말 점심 먹었어?”

“그럼, 배불리 먹었다.
너나 어서, 어서 먹아라”

그제야 소년은 국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이 게걸스레 먹는 동안
할머니는 깍두기 하나를 손으로 집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국밥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습니다.
뚝배기를 얼굴에 뒤집어쓰듯
마지막 국물 한 모금까지
‘후룩’ 마셨습니다.

어느새 뚝배기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서 혀로 입술을 핥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단 강 씨 아저씨가
그들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오늘 참 운이 좋으십니다.
할머니는 오늘 우리 집의 
100번째 손님입니다”

“뭐라고요?”

할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 씨 아저씨를 쳐다보았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 불안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그날의 100번째
손님께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작은 복권을 하나 타신 셈이지요”

할머니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웬 횡재냐?” 하는 기색을 굳이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게 정말인가요?”

“아, 그럼요. 오늘은 그냥 가시고,
다음에 또 오십시오”

한 손으로 돈주머니를 꼭 쥔 할머니는
쪼글쪼글한 주름살 속에 
숨겨두었던 반색을 죄다 드러내며
환히 웃었습니다.

문을 열어주며 할머니와 소년을
배웅하는 강 씨 아저씨는
그보다 더 밝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2개월쯤 뒤, 할머니와 손자가 또
강 씨 아저씨네 국밥 아저씨네 
국밥집에 들렀습니다.
그들을 알아본 강 씨는 대뜸

“할머니는 참 복이 많이 시군요”

하며 반겼습니다. 
이번에도 100번째 손님의 행운을
그들에게 안겨주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강 씨 아저씨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가 
길 건너 쪽에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낯익은 소년을 발견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왔던 그 소년이었습니다.

강 씨 아저씨는 한참 유심히 살핀 뒤에야
소년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국밥집에 손님이 한 사람 들어올 적마다
돌멩이 하나씩을 땅에 그린
동그라미 안에 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심 손님이 거의 끊어진 뒤에
그 돌멩이를 헤아려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기껏해야 돌멩이는 50개도 안되었던 것입니다.
사흘째 내리 그 아이를 본 강 씨 아저씨는
아내를 보내 무슨 까닭인지 넌지시 알아보게 했습니다.

한참만에 돌아온 아내의 얼굴빛은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내일모레가 쟤 할머니의 생신이래요.
할머니께 국밥을 대접해 드리려고
언제쯤 오면 100번째 손님이 될 수 있는지를 
셈 치고 있었나 봐요.”

이미 100번째 손님에 대한 사연을
알고 있던 그의 아내가 일러 주었습니다.

“이거 야단 아니야?”

강 씨 아저씨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나절 내내 “이거 야단 아니야!”를
연발하던 강 씨 아저씨가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러더니 전화기 앞에 붙어 앉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댔습니다.

“과장님이세요?
모레 점심시간에
저희 국밥집에 오십시오
별일은 아니고요.
평소에 도와주셔서 점심 한 끼
대접하고 싶어서요.
친구분들하고 같이 오시면
더 좋습니다”

“여보게, 날세,
모레 점심시간에 우리 집에 오게.
무슨 날은 아니고,
그냥 점심 한 끼 같이 먹고 싶어서 그래
지구언들도 함께 와”

강 씨 아저씨는 전화번호를 적어놓은
수첩을 뒤적이며 한참 동안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죠.

드디어 그날이 되었습니다.
강 씨 아저씨네 국밥집 건너편 길에
소년이 나타났습니다.

혼자가 아니고 할머니랑 같이였습니다.
강 씨 아저씨네 국밥집에 손님이
한 사람 들어갈 적마다 
동그라미 속에 돌멩이 하나씩을 넣었습니다.
강 씨 아저씨는 부인과 함께
가끔 창밖으로 그 모습을 엿보았습니다.


여느 날과 달리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풍경이 ‘뎅그렁 뎅그렁’
잇달아 울렸습니다.

얼마 뒤였습니다.

“할머니, 어서 일어서!
벌써 99번째 손님이 들어갔어.
다음이 100번째 말이야”

소년이 서둘러 할머니의 손을
잡고 끌었습니다.
소년은 할머니의 귀에 대고
나직이 속삭였습니다.

“그래, 고맙다”

할머니는 더없이 행복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이 일어선 자리 옆에는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
민들레의 철 늦게 피운 꽃
한송이가 노랗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날, 진짜 100번째 손님이 된
할머니는 또 따뜻한 쇠머리국밥
한 그릇을 대접받았습니다.
식당 안을 그들먹하게 메운
손님들은 아무 영문도 몰랐죠.
아내가 강 씨 아저씨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습니다.

“여보, 저 아이 앞에도
한 그릇 내놓읍시다”

하지만 강 씨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쉿, 그런 말 말아요.
저 아이는 오늘 안 먹어도 
배가 부르는 법을 배우는 거요”

그러면서 턱끝으로 할머니와
아이 쪽을 가리켰습니다.
할머니는 천연덕스럽게 혼자서
국밥을 ‘후룩후룩’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눈길은 할머니의
숟가락을 따라 계속 국밥 그릇에서
입으로 오락가락했습니다.
그러다가 몰래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너 정말 배 안 고파?
좀 남겨 줄까?”

“난 안 먹어.
정말 배 불러. 이봐”

아이는 짐짓 배에 바람을 가득 넣어
앞으로 쑥 내밀었습니다.
그러고는 깍두기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날름 넣고
우직 씹었습니다.
전에 할머니가 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뒤로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강 씨 아저씨네 국밥집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정말로
100번째 손님이 되어 국밥을
공짜로 먹는 사람이 날마다 
생기기 시작했죠.

가끔은 200번째 손님이 되어
같이 온 살람들까지 공짜로 국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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