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산소에 가려는데 꿈에 나와 절대 오지 말라는 엄마…” 꿈자리가 흉흉해서 출근해버렸는데, 배달 간 집의 대문을 연 순간 난 그만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얼마 전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마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부족한 것이 많은 30대 남자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고 이후부터는 쭉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저를  늦게 가지셔서 힘들게 낳으셨다고 하셨어요.

그때가 제가 19살을 넘어서던 겨울이었을 거예요. 추운 겨울 집 앞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흰색 푸들 강아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어머니께서 강아지를 무작정 집으로 데려오셨습니다.

강아지를 병원에 데려갔는데 이 작은 강아지가 임신을 했다고 합니다. 늦게 임신을 해서 출산이 많이 힘들 거라는데 어머니께서는 그런 강아지가 마치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너무나도 안쓰러워 하셨습니다.

어머니도 힘든 노산을 경험하셨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삼촌이 강아지를 보러 집에 오셨습니다. 삼촌은 어머니의 하나뿐인 형제로 어머니보다 세 살 많은 오빠셨어요.

어머니처럼 삼촌 역시 평소에 강아지를 좋아하셨는지 강아지가 너무 안쓰러우면서도 예쁘다며 매일같이 집으로 걸음하셨습니다. 어머니와 삼촌은 강아지의 이름을 행운이라고 지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약 한 달 동안 행운이에게 지극정성을 다하셨어요. 하지만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했던 어머니는 새끼를 품은 행운이를 돌보는 것은 힘들어 보이셨습니다.

저 역시 행운이가 예쁘긴 했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집에서 행운이를 돌보는 것보다 아르바이트가 더 중요하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저는 집에 돌아오면 늦은 밤이었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 오후였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예뻐하는 단순한 마음만으로는 행운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삼촌께서는 그런 우리 집에 매일같이 들려 우리를 대신해 행운이를 돌봐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있었던 삼촌께 결국 행운이를 보내게 되었고 삼촌은 매우 기뻐하며 행운이에게 사랑을 주셨습니다.

“아휴~ 너희 삼촌은 날 닮을 게 없어서 결혼했다 이혼하는 것까지 닮아 혼자 사는 게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저렇게 강아지를 가족으로 삼아 잘 지내는 걸 보니 눈물이 난다. 서로에게 좋은 가족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해야지 “

어머니께서는 늘 세 살이나 많은 오빠를 동생 취급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틱틱대며 말씀하셔도 마음은 늘 삼촌을 생각하시는 분이셨어요.

” 승현이 네가 삼촌 댁에 자주 들려서 행운이도 자주 보고 그래라~ 알았지? “

저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행운이를 보러 삼촌댁에 자주 놀러갔고 예전보다 훨씬 삼촌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삼촌도 내심 싫지 않으신 눈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행운이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작고 뽀얀 것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고 간지러웠어요. 저는 새끼 강아지들이 너무 예뻐서 삼촌 댁에서 며칠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총 5 마리의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행운이 품에 벌러덩 드러누워 살던 삼촌의 댁은, 짧고 강렬했던 화목함을 뒤로하고 곧 이별의 장이 되었습니다.

시름시름 앓던 어미 강아지 행운이는 결국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남아있는 새끼 5마리를 모두 키울 수 없었던 삼촌은 한 마리만 남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입양을 보내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촌과 어머니께서 정말 많이 우셨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특히 행운이의 죽음이 다 자기 잘못인 것 같다며 밤마다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눈물들 속에서 남겨진 소중한 한 마리의 아이가 바로 행복이입니다. 행복이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작고 귀여운 행복이를 보며 행운이의 죽음은 점점 제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도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 어미 강아지 행운이의 죽음은 너무 큰 슬픔이었나 봅니다. 집에 데리고 있었던 시간은 겨우 한 달 남짓이었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달라고 늘 진심으로 바랐던 엄마였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죽음이 어미 강아지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어머니께서는 행운이의 죽음 이후로 눈에 띄게 어두워졌으니까. 제가 금방 털고 일어났으니 엄마 역시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제 자신이 바보 같고 한심합니다.

행운이가 떠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시지 않던 술도 자주 마시고 계속해서 우울한 어머니 앞에서 제가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제 모습에 충격을 받으셨는지 다음날 밝은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 엄마 이제 다 털어버리고 살려고 운동도 시작할 거야. “

어머니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밝게 변하셨습니다. 목소리 톤도 올라가고 아침마다 제게 파이팅이라는 문자도 보내고는 하셨습니다. 정말 운동도 열심히 다니셨어요.

피곤해하면서도 운동은 꼬박꼬박 나가셨습니다. 저는 다시 어머니께서 건강한 일상을 되찾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늦었지만 어머니께 애정 표현도 많이 해드렸습니다. 그렇게 평화가 찾아온 줄만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께서 숨을 거두셨습니다.

아침이면 늘 저보다 먼저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 엄마였는데, 열려 있어야 할 방문이 닫혀 있어 들어가 보니 어머니께서 미동도 없이 가만히 누워 계셨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했어요.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당장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떠올리는 것만으로 미칠 것 같습니다.

신이 정말 세상에 존재한다면, 어떻게 하루아침에 멀쩡한 사람이 싸늘이 죽도록 내버려 둔단 말인가, 그렇게 저는 미쳐 갔습니다. 엄마가 누웠던 자리에서 학교도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울었어요.

원래도 말랐던 몸이지만 살이 쭉쭉 빠져 40kg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삼촌께서는 그런 저를 혼자 둘 수 없다며 억지로 삼촌 댁에 살게 하셨습니다. 삼촌은 저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반박할 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휴학을 했습니다. 괜찮은 척 저를 살리겠다고 데려온 삼촌이지만 삼촌 역시 괜찮지 않다는 걸 삼촌의 집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깔끔했던 삼촌 집은 온데간데없고 엉망진창이 되어있었어요. 삼촌 역시 저처럼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삼촌께선 말씀하셨습니다.

” 집이 엉망이지?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 둘이 낫지 않겠나 싶어서 승현아… 그래도 삼촌은 행복이가 있어서 그나마 살아지더라. 너도 행복이랑 같이 지내다 보면 좋아질 거야. 행복이가 천사다 천사”

삼촌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행복이가 양말 한 짝을 물고 제게 다가왔습니다. 뭐가 그리 반가운지 사정없이 흔드는 꼬리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 삼촌 우리 청소하고 밥 먹을까요? “

그때였어요. 행복이가 물고 있던 양말을 내팽개치고 제 품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 얘가 왜 이래~? “

” 걔는 밥 소리하면 지 밥 주는 줄 알고 반가운 척 한다. 행복아~ 밥 줄까? 밥 먹자~ 이리 와 “

좋아서 얼굴을 마구 앓던 행복이가 밥 먹자는 소리에 삼촌에게로 달려가고 저는 눈물을 닦으며 다짐했습니다. 일단 살고 보자고 그렇게 삼촌 댁에서 저는 다시 살아볼 마음을 먹게 되었어요.

이왕 휴학을 한 거 삼촌이랑 행복이한테 잘해주자고 어머니한테 못 해드렸던 만큼 다녔던 치킨집에서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삼촌 살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리고자 집안일과 행복이 돌보기를 하며 지냈습니다.

엄마 생각에 수시로 슬픔이 불쑥불쑥 찾아왔지만 슬픔에 잠길 틈도 없이 놀아달라고 보채는 행복의 덕에 금방 털어내곤 했습니다. 빠진 살을 다시 찌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치킨집 사장님은 삐쩍 마른 저를 보며 늘 안타까워하셨습니다.

” 이렇게 작고 비실해서 어떻게 군대 가고 여자는 어떻게 만날래? “

삼촌도 사장님도 일부러 살찌는 것들을 사다 먹이셨지만 겨우 50킬로를 넘기고 이상으로는 찌지 않았습니다. 키가 작아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흘러 휴학했던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솔직히 저는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컸습니다. 하지만 삼촌께서는 무조건 대학은 나와야 한다며 저를 말리셨고 저는 결국 복학을 했습니다. 복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니 제 생각은 더 뚜렷해졌습니다.

학교를 그만둬야겠다. 남들처럼 평화로이 공부할 게 아니라, 나는 하루빨리 돈을 벌어야겠다. 하지만 삼촌은 단호했습니다.

” 니가 그러면, 내가 너희 엄마한테 뭐가 되냐! 나도 마지막 오빠 도리는 할 수 있게 해줘. 부탁이다.”

삼촌은 제가 학교를 관두겠다고 할 때마다 엄마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삼촌께 짐이 되지 않고 삼촌과 함께 잘 살고 싶었기에 자퇴를 하고 싶었고 삼촌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기에 자퇴를 삼촌과 의견 대립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흐를 때에도 행복이는 저희 두 사람 사이에서 징검다리 같은 역할이 되어 주었습니다.

애교쟁이 행복의 앞에서는 단 10분의 냉랭함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꼬박 흘렀고 저는 결국 졸업을 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도 치킨집 아르바이트는 계속했습니다. 힘들어할 때마다 삼촌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너 그렇게 멸치처럼 말라서 군대도 못 간다는데 다른 애들보다는 훨씬 일찍 사회생활 시작하는거다. 그러니 대학 졸업하고 돈 벌어도 안 늦어.”

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자리부터 찾았습니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학과에 심각한 취업난은 저를 고통 속으로 내몰았습니다. 잘 풀리지 않아 힘들어하는 저를 보며 치킨집 사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 너 몇 년 동안 일하는 것 보니 잘하더라, 직장 찾을 때까지 너 직원으로 고용할게. 내가 전부 아르바이트로만 고용하지만 너 워낙 잘하고 또 다른 애들이랑은 달리 너는 나랑 함께한 세월이 있으니 대신 아르바이트 하던 때랑은 일하는 범위가 다를거야, 그 대신 급여도 높게 쳐줄게. 편안하게 생각해보고 말해줘라. 너 평생 여기서 일하라는 건 아니다. 딱~ 직장 찾을 때까지만! 그때까지만이야! “

사장님의 말씀에 저는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방 업무부터 시작해 간간이 배달까지 하는 치킨집의 첫 직원이 되었습니다. 사장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시간은 잘도 흘렀습니다.

삼촌과 사장님은 비슷한 연배여서 그런지 두 분이 술도 자주 마시며 금방 친해지셨습니다. 두 분이 술을 드시는 날은 꼭 가게에 행복이를 데려와 가게 문을 닫고 제가 튀긴 치킨을 안주 삼아 그렇게 드셨습니다. 저와 행복이는 자연스레 자리에 참석하곤 했어요. 그러다 저는 취업을 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그런 좋은 직장은 아니었지만 더 오래 두 분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아 망설임 없이 출근을 했습니다. 사실 같은 사람을 뽑아준 회사에 고맙기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회사에 적응하던 그맘때쯤이었을 거예요. 별안간 삼촌께서 백수가 되셨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게 들려주시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회사에서 나가라는 식으로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삼촌은 애써 웃으셨지만 제 눈에는 한없이 슬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친한 친구가 되어버린 치킨집 사장님 눈에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 여보세요. 승현아 오늘 별일 없으면 가게에서 너희 아빠하고 술이나 먹자 “

사장님은 줄곧 저희 삼촌을 저희 아빠라고 부르시곤 했습니다. 저는 친구 아들이라고 부르시면서요 저는 삼촌과 행복이와 함께 여느 때처럼 치킨집으로 갔습니다. 사장님은 치킨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시며 궁시렁대셨습니다.

” 승현이 너 없이 다시 나 혼자 하려니 몸이 너무 지친다. 치킨도 예전처럼 맛있지가 않고…”

” 에이~ 맛있는데요. 사장님~! “

” 그래~ 니 입에나 맛있지, 요새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 나 오늘 두 사람 부른 거 한 가지 돌발 사항이 있어서다”

” 무슨 일인데? 나 이제 가게 접으려고”

” 멀쩡히 장사 잘 되는 가게를 왜? “

” 몸도 힘들고 아들이 이제 일 그만두고 집에 들어와서 살라고 했어. 아들 자랑은 아니고…”

” 아니 그래도 멀쩡히 장사 잘 되는 가게를 왜…?”

” 말은 알겠다고 했는데, 다 접고 떠나기가 영 아쉬워 정이 많이 들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혹시 네가 해볼 생각은 없나 싶어서 내가 의도한 건 진짜 아닌데 내가 가게 접기로 마음먹고 나니까 갑자기 니가 별안간 백수가 됐잖아. 진짜 의도한 거 아니거든. “

” 내가 요리에 영 소질도 없고 한 번도 안 해본 초짜인데 어떻게 가게를 해 “

” 아이고 사람아 니 아들 승현이도 하는 걸 니가 못할까! 친구 좋다. 이참에 서로서로 윈윈해 보자고~ 수입도 꽤 괜찮아서 남 주기 아까워서 그러지~ 승현이 네 생각은 어때? 너희 아빠가 영 소질이 없을 것 같으냐? “

사장님의 질문에 힐끔 쳐다본 삼촌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새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저는 괜히 죄송한 마음에 눈물이 흘렀습니다. 제가 대답도 하지 않고 눈물부터 흘리자 삼촌과 사장님이 매우 당황하셨어요. 다짜고차 눈물부터 흘리는 제 자신이 저도 답답했습니다.

“왜 울어 갑자기”

” 죄송해서요. 삼촌 저도 멀쩡히 제 앞가림 잘하는 놈이었으면 삼촌 편히 쉬시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텐데 제가 못나서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드님 너무 훌륭하시고 좋은 분인 거 알지만 자격지심에 눈물부터 흘러 당황케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 승현아 미안할 것 없다. 삼촌도 잘난 것 하나 없는데 뭐…”

” 아니 이 두 부자가 왜 이래? 오늘 그만들해! 이야기 꺼낸 사람 민망하게 멋들하는 거야. 됐어 무르자 물러! 못 들은 걸로 해! “

” 아니 그러지 말고, 내가 하지! 좋은 친구 둬서 이렇게 좋은 기회 쉽게 잡는 사람이 또 있겠어? 나 좀 알려줘… 자네처럼 단골손님 많이 이끌면서 잘 사는 법, 손님들이 사장 바뀌고 맛까지 바뀌었다고 떠나가면 그거 참 곤란하잖아.”

삼촌께서는 그렇게 사장님께 가게를 저렴하게 인수받아 장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서류상의 이름만 변경되었을 뿐 가게에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 삼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날이 갈수록 커져 갔습니다. 삼촌은 정말이지 오래전부터 장사를 해왔던 사람처럼 능숙하게 일을 해나가셨습니다. 그렇게 2년이 또 흘렀습니다.

행복이가 5살이 되었어요. 여전히 사랑스럽고 명랑한 행복이와 제법 직장인 태가 나고 제법 사장 태가 나던 저희 세 사람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엄마를 그리워할 때 울지 않고 웃으면서 그릴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은 롤러코스터라고 했던가요. 만약에 제 인생의 주인공이 정말 나라면 그렇게까지 힘든 일만 있어도 되는 거였을까요? 엄마처럼 아빠처럼 섬겼던 삼촌마저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사연을 보내기 위해 지나온 날들을 되새기며 행복했던 순간들을 써내려갈 땐 그때의 생각으로 한없이 행복했다가 힘들었던 순간들을 되새겨야 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자꾸 팬을 놓게 되네요.

삼촌께서는 늘 한 살이라도 젊게 바쁘고 활기차게 살기 위해 노력하셨지만, 몸속에서 자라나는 암세포를 차마 제때 발견하지 못하시고 늘 제 걱정 우리 두 아들놈의 건강만 생각하시다 그렇게 생을 마감하셨어요.

왜 하늘은 제게 이렇게 잔인하고 나쁘게만 구는 건지 솔직히 이런 말에서는 안 되는 말이라는 거 알지만 더 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더 살아야 멋하겠나 싶었습니다. 남은 것은 행복일 뿐인데 행복이마저 제 곁을 떠나면 그때는 정말 어떡하지 그냥 내가 먼저 떠난다면 한 번 더 이런 고통을 느끼는 일은 없지 않을까? 못난 생각이라는 거 알지만 삶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나쁜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불도 켜지 않고 하루 종일 누워 있으니 행복이가 제 곁을 파고들고 얼굴을 마구 핣더라고요. 순간 짜증이 났습니다.

” 저리가! ” 소리를 지르며 행복이 얼굴을 밀쳤습니다. 제 팔에 밀려난 행복이가 잠시 조용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발을 핣더군요. 간지러움에 발을 피하려 이불을 살짝 틈 사이로 갸우뚱 저를 바라보는 행복이가 보였어요.

누가 얼굴에 찬물을 끼앉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하루 종일 저만 보고 기다렸을 텐데 저도 눈치를 보느라 힘든 하루였을 텐데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밥도 안 챙겨주고 아주 고문을 시켰더라고요. 당장 일어나 밥을 한가득 부어 주고 행복이에게 말했습니다.

” 미안해…내가 정신도 못 차리고 바보처럼 굴어서 미안해…배 많이 고팠지? 나 진짜 나빴지 미안해 우리 행복이 행복이는 행복만 해야 하는데… 너만 두고 가려고 해서 미안해…”

행복이는 좋아하던 밥도 뒤로 하고 제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마구 훑아주었습니다. 그게 꼭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죽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되었습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엉엉 소리 내어 울다가도 그렇게 저를 달래는 행복이에게 미안해 숨죽여 눈물 한참 흘린 저를 달래주고서야 허기진 배를 채우려 허겁지겁 밥을 먹는 행복이를 보며 다짐했습니다.

얘가 사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살자, 삼촌이 돌아가시고 한동안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광을 냈습니다. 잡생각 있는 덴 청소만 한 게 없다고 말씀하시던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은 엄마랑 삼촌은 하늘나라에서 만났을까?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보면서 그렇게 청소를 하고 있는데, 의자에 대충 걸려있던 삼촌 옷에서 툭하고 봉투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통장에는 쪽지 하나가 붙어 있었습니다.

‘승현아’ 세 글자로 시작되는 쪽지에 벌컥 눈물부터 났습니다.

“승현아 삼촌이 그동안 너 생각하며 모은 돈이다. 너를 두고 찍 간 내 여동생으로 생각하고 또 내 아들로 생각하며 오래 함께 하려 했는데 너무 빨리 떠나서 미안하다.

하지만 너는 사는 동안 늘 강인했던 내 여동생의 하나뿐인 아들이고 행복이를 끝까지 안아줄 유일한 보호자야..꼭 이겨내리라 믿는다. 삼촌이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서 많이 못 주고 가서 미안해 최승연 최행복 내 아들들 행복해라. 사랑해 “

봉투 안에는 삼촌께서 인수하셨던 치킨집에 관련된 서류와 통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통장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또 한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기고 말았습니다. 저는 부엌으로 가 밥솥을 열었습니다. 오래되어 누렇게 변한 밥들이 납작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딱딱하게 굳은 밥을 입속에 구겨 넣었습니다. 살아야 했습니다.

남아있는 밥을 입에다 구겨 넣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이제 뭘 하지 삼촌께서 남기고 간 서류를 쥐고 고민 끝에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호 한 번에 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 사장님 좀 도와주세요. “

당장 가게에서 보자는 사장님의 말씀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 행복아 금방 갔다 올게~”

냅다 가게로 달렸습니다. 현관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것도 모른 채 사장님께서는 마치 기다리고 계셨다는 듯 준비해 두었던 절차들을 순차적으로 처리해 주셨습니다. 삼촌께서 돌아가시기 전 미리 두 분이 준비를 하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저는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치킨집 장사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사장님께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꽤 긴 하루였습니다. 집에 가서 행복이 삶아줘야지 맛있는 닭가슴살을 가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열려있는 현관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도둑이라도 든 줄 알았어요. 놀란 마음에 신발도 벗지 않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행복아 꼬리를 흔들며 달려나와야 할 행복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온 집안을 뒤졌지만 행복이의 모습은 코빼기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한참을 뒤지다가 현관 앞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습니다.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이거 혹시 꿈인가…?’ 밤새 온 동네를 뒤지며 행복이를 찾아보아도 행복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벽볼을 붙이고 인터넷에도 올려보면서 행복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말짱 도루묵이었습니다.

혹시나 집에 돌아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현관문도 열어두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행복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보다 제가 행복일을 혼자 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 저를 미치게 했습니다.

” 야 이 자식아! 계속 이렇게 가게 문도 안 열고 한심하게 지내려고 나한테 새벽부터 도와달라 전화한 거냐? “

” 사장님 죄송합니다. 행복이를 찾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

“그래 니 마음 안다 근데 나한테 죄송할 건 없다. 일단은 가게로 나와라, 문 열어라… 행복이도 치킨집 하루 이틀 다닌 게 아닌데 혹시 모르지 않아? 이리저리 찾다가 가게라도 오게 될지… 맛있는 치킨 냄새 기억해서 찾아오게 될지…”

행복이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사장님의 말을 따라 결국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매일 가게로 나가면서도 매일 길거리를 돌아다니느라 하루 종일 집을 비우면서도 현관문은 꼭 열어두었습니다.

치킨을 튀기고 배달을 나가고 길거리에 지나가는 강아지만 보아도 눈물이 났습니다. 혹시나 배달관 손님 집안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잔혹하고 끔찍한 3년이 잘도 흘렀습니다. 저는 참 잔인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집 밖으로 떠들게 하고도 밥도 먹고 똥도 싸고 잠도 자고 술도 먹고 사람들하고 때로 웃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았으니까요. 주변 사람들은 다들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말뿐이었습니다. 말을 들으면서 역정을 내면서도 사실 제 속으로 포기하려는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멍청하게 살아갔습니다.

그렇게 3년을 울며 다짐하고 망가지고 반복하며 살았음에도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몽땅 잃어버린 슬픔과 우울은 불쑥불쑥 예고 없이 저를 찾아왔거든요.

‘개인 사정으로 쉽니다. ‘

내일은 엄마랑 삼촌을 모셔둔 납골당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날밤, 가게 문 앞에 써놓을 문구를 적어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 삼촌 꿈속에서 엄마와 삼촌이 멀리 서 계셨습니다.

저는 반가운 마음에 냅다 달려가며 엄마와 삼촌을 불렀습니다. 제 목소리를 듣고 엄마와 삼촌이 저를 돌아보셨습니다. 두 분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가 저를 향해 소리치며 말씀하셨습니다.

” 승현아 오지 마, 엄마랑 삼촌은 괜찮으니까. 오지 마 “

” 그래 승현아 너희 엄마는 이 삼촌이랑 잘 지내고 있으니까. 오지 말고 가서 일이나 해라 “

분명 달리고 있는데, 가까워지지는 않고 엄마와 삼촌은 오지 말라 말리기까지 하시니 너무 답답했습니다. 나는 너무 반가운데 왜 저러시지…? 엄마! 삼촌! 다시 한번 외치며 발을 내디는 순간, 엄마와 삼촌 앞에 커다란 대문이 나타나고 두 분이 문을 걸어 잠그셨습니다.

” 괜찮다니깐! 돌아가! “

잠에서 깨어나 버릇처럼 칫솔을 물고 세면대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평소처럼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저녁 타임에 비하면 낮에는 그렇게 주문이 많지 않은 편이라서 제가 직접 배달을 하거나 하는데 그래서 그날도 주문이 들어와 치킨을 포장해서 배달을 직접 갔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 띵동 치킨입니다. “

” 왕왕! 왕! 왕 !왕! “

강아지를 키우는 모양인지 초인종 벨소리에 집 안에서 강아지가 열심히 짖어댔습니다. 행복이가 절로 생각났습니다. 벌컥 현관문 열렸습니다.

” 안녕하세요. 이모 치킨 왔습니다~”

치킨을 받으러 나온 사람은 중학생 정도로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습니다. 아이가 치킨 봉투를 받아들으며 안쪽에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그때였습니다.

‘ 토도톡 톡톡’ 익숙한 강아지 발걸음에 저도 모르게 발 아래로 눈이 갔고 그곳에는 행복이가 제 정강이를 마구 긁으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 야 흰둥아 너 왜 그래? 하지마! 죄송합니다. “

” 이모 빨리 와 보세요. 흰둥이가 아저씨 괴롭히는데 “

” 어머어머 죄송합니다. 흰둥아 이리와! 어머 얘 왜이래? 흰둥아~! 아우 죄송해요.”

저는 가지고 있던 배달가방을 현관에 내려두고 강아지를 향해 자세를 낮추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제 얼굴을 마구 훑아오는 강아지 주인의 당황하는 소리가 자꾸 들려왔지만 자꾸 이상하게도 강아지를 떼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몸을 뒤로 하고 다시 이름을 불러보았습니다.

” 행복아? “

역시나 다시 제게 달려들어 얼굴을 훑아대는 강아지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이 자체였습니다. 빠르게 흔들어대는 꼬리와 애교 섞인 행동에 마치 예전의 행복이를 대하듯 배를 쓰다듬고 귀 옆을 긁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행복이 예전 모습처럼 배를 옆으로 뒤집고 발라당 드러눕는 게 아니겠습니까? 눈물이 마구 흘렀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남자아이가 치킨을 내려두고 강아지를 끌어안으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 얘 행복이 아닌데 흰둥이인데 아저씨 왜 그래요?!”

” 미안해… 죄송합니다. 저희 행복이랑 너무 닮아서요”

주인은 아이 품속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강아지와 현관 바닥에 꿇어앉은 저의 무릎을 말없이 번갈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주인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에 저는 입을 틀어막고 남의 집 현관문 앞에서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 흰둥이 데려온 지 3년 정도 된 걸로 알아요. 그때 저희 어머니가 길에서 얘가 자꾸 따라오는 걸 못 지나치셔서 그때 동물병원에서 흰둥이가 5살쯤 되는 것 같다고 했었어요. 지금은 그러니까 8살쯤됐죠…”

여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아지가 결국 아이의 품을 박차고 다시 제게로 달려들었습니다. 온몸을 마구 제게 비벼오는 작은 생명체는 행복이 이미 틀림없었습니다.

혹시 행복이라는 아이는…?”

” 저의 행복이는 3년 전에 제가 잃어버린 아이예요. 정확히 그때가 5살 되던 해였어요”

” 어머 맞나 봐요! 어떻게!”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틀어막고 등을 돌렸고 저는 행복이를 끌어안고 엉엉 터져 나오는 울음을 뱉어냈습니다. 지난날 그때처럼 품에 안긴 행복이가 제 눈물을 마구 훑아주었습니다. 현관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하준아 식탁 가서 먼저 치킨 먹고 있을래? 이모 흰둥이 때문에 이 아저씨랑 이야기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

여자는 자신을 이모라고 부르는 아이를 주방으로 보냈고 현관에 주저앉은 제 앞에 마주 앉아 핸드폰 속 자신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 여기 이게 3년 전 흰둥이 아니 행복이에요. 저희 어머니가 동물을 참 좋아하셨는데 마지막 작별이 늘 자신 없어서 집에 들이지 못하셨어요. 근데 어느 날 그런 어머니 앞에 얘가 나타났고 어머니는 운명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저희 집으로 와서 사랑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해 어머니께서 한참 편찮으셔서 정신없이 병원을 다니는 와중에도 얘는 늘 한 몸이었어요. 저도 사랑 많이 줬어요. 늘 작별 인사를 자신 없어 하시던 어머니께서 그렇게 급하게 본인이 먼저 떠나시고 저한테 남았어요. 죄송합니다. 버려진 아이라고만 생각했어요. “

여자는 핸드폰 속 행복이의 사진들을 계속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속 행복이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사랑받는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한참 핸드폰 속 행보기에 빠져 사진을 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 집에서 지내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요.

” 잘 지냈네요. 우리 행복이…감사해요. 이렇게 사랑으로 정성으로 대해 주셔서 행복아.. 난 이제 가야겠다. 사랑받고 지내서 다행이야… 밥 잘 먹고 말 잘 듣고…알았지? 행복하게 지내… 감사합니다.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저기 저는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고 또 닦으며 서둘러 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왕왕 행복이가 짖는 소리가 문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어쨌든 행복이를 잃어버린 건 나인데, 무작정 다시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진 속 행복이의 얼굴을 보니 정말 행복해 보여서 어쩌면 나보다 더 좋은 가족을 만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무작정 문 밖으로 뛰쳐나온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더 이상 행복이 짖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가게로 돌아가 다시 장사를 하고 다음날이 될 때까지 제 머릿속에는 행복이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전화가 울렸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치킨집입니다.”

” 여보세요. 저기 혹시 어제 백조 아파트 배달 오셨던 분 계신가요?”

” 어떤 일 때문이신가요? “

” 강아지 때문에 행복이요. “

” 행복이가 왜요 무슨 일이 있나요? “

” 아뇨~! 혹시 그분이세요? 행복이가 어제 이후로 밥도 안 먹고 계속 현관문만 바라보고 있어서요. 아무래도 어제 만나고 다시 헤어진 것 때문이지 않을까 해서요….”

” 행복이가요? “

” 네 괜찮으면 다시 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애가 너무 아무것도 안 먹고 힘이 없어서…”

”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

저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백조 아파트로 달려갔습니다. 밥도 안 먹고 힘도 없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혹시나 내가 또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거면 어쩌지 강아지들은 주인이 자기를 버려도 주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주인을 잃어버리고 놓쳤다고 생각한다는데 혹시나 지금도 자기가 나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면 어떡하나 싶어서 겁이 났습니다.

‘ 딩동 ‘

초인종 벨소리가 차마 끝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문을 열어준 여자의 발 아래로 행복이가 우다다닥 달려와 다리에 매달렸습니다. 미칠 것 같았습니다. 내가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었어요.

” 흰둥이가 그쪽 기다리고 있는 거였어요. 어떡해…정말! “

” 행복아… 미안해 “

” 저기요… 제가 어제부터 많이 생각을 해봤는데 데려가실래요? 흰둥이 아니 행복이요. 행복이는 저희 집에서 사는 것보다 그쪽 집에서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서요. 행복이라는 이름처럼 그냥 뭔가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 왠지 그렇게 하셨을 것 같아서요. 행복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셨을 것 같아서요. 제가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네요. “


” 정말 그래도 되나요? “

” 그럼요 잃어버렸던 가족을 다시 찾았는데, 계속 떨어져 살게 하는 건 진짜 얘를 위한 일이 아니니까요…”

본인도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행복이를 위한 선택이라며 제게 데려가라고 말씀하시는 그분에게 몇 번이나 사과와 감사 인사를 드렸는지 모르겠습니다.

” 저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데려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인사 나누시길 시간이라도 더 드리면, 어떨까요? 제가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

” 아니에요. 그럼 시간 동안 행복이가 또 힘들어할 것 같아요. 원래 이별이라는게 예견된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늘 갑작스럽고 준비 없이 찾아오는 게 이별이니까. 행복이와의 이별은 다른 이별들에 비하면 기분 좋은 이별인 것 같아요. 행복을 위해 보내주는 거니까 행복할 테니까. 행복이 더 멋진 이별을 겪는다고 생각하려구요. 정말 괜찮아요. “

행복이는 그렇게 순식간에 제품에 안겨 그동안 사랑해줘서 고마웠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집을 떠나왔습니다. 집을 떠나서면서도 저희 집으로 행복이와 함께 들어가면서도 마음이 내내 불편했습니다. 제 손으로 누군가의 이별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행복이는 돌아온 집에서 쿵끙거리며 냄새를 맡기 바빴고 그렇게 그날 하루 장사를 접고 하루종일 행복이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춥고 차가웠던 집안에 그제야 온기가 도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집으로 배달을 가기 전날 밤 꾸었던 꿈이 생각났습니다. 납골당에 가려던 책에 대문을 굳게 닫으며 오지 말라고 연신 말씀하시던 엄마와 삼촌 혹시 엄마와 삼촌은 제가 이렇게 다시 행복이를 만나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계셨던 걸까요?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요?

그날 꿈속의 엄마와 삼촌 말을 듣고 납골당에 가지 않길 참 잘했다. 그날 쉬지 않고 장사를 하고 배달을 가길 참 잘했다. 행복일을 끌어안고 수십 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는 행복일을 돌봐주셨던 분의 배달 연락처로 문자를 남겼습니다. 행복이가 밥을 먹고 장난을 치는 동영상을 함께 보내며

” 안녕하세요. 행복이 형입니다. 행복이 소식 궁금하실 것 같아서 염치불구하고, 메시지 보냅니다. 행복에는 잘 적응한 듯 싶습니다. 그동안 행복의 물건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는데 그러지 않길 참 잘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다시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리우시면 언제든 이 번호로 연락주세요. 행복이도 많이 그리워할 거예요. 혹여 연락이 불편했다면, 죄송합니다. “

라고 문자를 보내고 저는 장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평소처럼 장사를 끝내고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도 답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괜한 짓을 한 건가… 마음이 많이 불편하셨으면 어쩌지? 선을 넘는 행동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묵직해져 그리고 그런 마음도 하루 이틀이 지나니 잊게 되더군요.

행복이와 다시 만난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했기 때문일까요? 그날과 비슷한 시간에 들어온 치킨 주문과 주소지를 보고 심장이 쿵하고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행복일을 돌봐주셨던 집이었습니다.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 들었지만 평소보다 100배 아니 천배 만 배는 더 정성을 다해 조리를 했습니다. 집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자 머쓱한 표정을 한 여자분이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 안녕하셨어요. “

” 네 안녕하세요. “

” 여기 맛있게 드세요. “

네 감사합니다. 저 행복이 잘 지내나요? “

” 네 잘 지내고 있어요.”

” 다행이네요. 요즘 자꾸 꿈에 나와서 한번 여쭈어봤어요. 까불던 애 하나가 없어지니 저도 모르게 공허해서 죄송합니다. “

” 제가 천벌 받을 짓을 했어요. 저한테 힘든 이별이었으면 손님께도 힘든 이별임이 틀림없으셨을 텐데…”

” 아니에요. “

” 그런 의미로 말씀 드린 건 아니었어요. 제가 괜한 말씀을 드렸어요. 괜찮으시다면, 행복이 사진이나 동영상 좀 보여드릴까요?”

” 네 그럼요. 좋죠. 지난번에 보내주신 것도 자주 꺼내보고 있어요. 답장을 드리는 게 부담이 될까 답장 못 드렸는데…”

” 그러셨군요. 아니다. 혹시 괜찮으시면 행복이랑 같이 산책 가실래요. 오늘 행복이랑 소풍 가려고 이것만 배달하고 문 닫을 생각이었는데 “

” 정말요 그래도 될까요? “

” 네 집에 가서 금방 옷만 갈아입고 행복이랑 같이 다시 올게요! “

갑자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말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혼란스러웠지만 혼란스러운 머리와는 달리 꽤나 차분한 말들이 입 밖으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계획에도 없던 소풍 이야기를 들먹이며 거짓말까지 능수능란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뻔뻔한 연기력으로 셋이서 함께 산책을 하자는 말을 뱉어놓고도 차분하게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행복이를 불렀습니다. 행복이와 함께 집을 나서는 거리의 바람이 거짓말처럼 따뜻했습니다.

” 흰둥아~! “

행복이는 반가움의 꼬리를 흔들며 여자분에게 안겼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얼굴을 보고 있으니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행복이를 보고 있어야 할 시선이 저도 모르게 여자분을 향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행복이와의 반가운 인사를 마친 여자분이 고개를 들어 저를 쳐다봤습니다. 깜짝 놀라 휙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봤습니다. 나쁜 짓을 몰래 한 사람처럼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 근데 겨울에는 어디로 소풍을 가죠? “

한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12월 아무래도 저는 다른 곳으로 소풍을 떠나게 된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바람이 따뜻한 봄바람처럼 느껴지고 흩날리는 작은 진눈깨비가 연분홍 벚꽃잎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렇게 조심스럽게 시작된 저의 사랑은 오랜 시간 동안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천히 다가가 결실을 맺었습니다. 행복이가 12살이었던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저희 혼주석은 삼촌의 친한 친구였던 치킨집 사장님께서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결혼식 날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리신 분은 아마 사장님이실 거예요. 식을 올리는 내내 눈물을 참았던 저라도 사장님과 포옹을 하는 순간만큼은 눈물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서로에게 신중하고 또 신중했던 저희였던 만큼 앞으로는 정말 아픈 일 없이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믿습니다.

부끄러움 많고 볼품없는 저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힘이 되어주고 사랑을 주었던 사장님 행복이 그리고 지금 저의 아내까지 이 모든 인연이 꼭 엄마와 삼촌이 맺어준 인연 같아 더 특별하고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귀한 인연을 더 소중하게 끝까지 지켜낼 수 있도록 힘차게 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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