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몸 팔던 여자친구..” 어느날 잠적하더니 5년 뒤 결혼식에서 나타난 그녀의 모습에 결국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많이 아픕니다. 그런데 저는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습니다. 어제는 그 사람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돈 빌리러 다녔습니다.

가는 곳마다 퇴짜를 놓고는 미안하단 말도 잊어버리지 않고 하더군요. 우연히 알게 된 일자리, 돈을 많이 받습니다. 이 남자 저 남자, 몸 파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더러운 돈이라도 그를 고치고 싶었습니다. 그가 매일 새벽이 되어야 들어오는 내가 궁금한지 이것저것 묻습니다. 난 그냥 새벽 시장에서 옷가지를 내다판다고 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이라고 내 손을 꼭 잡으며 눈물까지 글썽입니다. 이 바보 같은 남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술 날짜 이제 겨우 이틀 남았습니다. 그동안 몸 팔아가며 모은 돈으로 부족해 마담언니에게 까지 돈을 부탁했습니다.

그가 고맙다며, 몸 낫기만하면 저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그그가 낫기만 한다면 저는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는데…

돈 많은것도, 커다란 집도, 비싼 차도 필요 없습니다. 난 그만 있으면 되는데..

수술 날입니다. 그가 무서운지 어디 가지 말고 여기 꼭 있으라고 합니다. 난 그러겠노라며 그가 수술실 입구까지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냥 발길을 돌려 버렸습니다.

그를 보내고 얻은 병입니다. 곧 있으면 죽는다고 합니다. 어찌 이렇게 까지 키웠냐며 의사가 당황해합니다. 일을 하면서도 전혀 몰랐던 병이었습니다.

큰일입니다… 다음주면 그 사람 결혼식인데… 이런 꼴로 어떻게 그 사람을 볼지… 아픈지도 몰랐습니다. 그가 다 나아서 다른 이와 결혼을 하게 됐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 사람 날 잊지 못하고 방황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다행입니다…그래도 가슴 한 구석이 이렇게 아픈 걸 보면 내가 그 남자를 많이 사랑하긴 사랑하나 봅니다.

그 사람 결혼식장 앞, 사람들이 분주하게 지나다닙니다. 저 멀리 그가 보입니다. 그녀도 보입니다. 참.. 예쁩니다

이런… 또 말썽입니다. 또 눈앞이 흔들거립니다. 그를 봐야 하는데.. 마지막 가는 길 외롭지는 않게 그를 눈에 담아야 하는데…

결국 예식장 앞에 앰뷸런스가 오는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가 나옵니다. 무슨 일이냐며 사람들을 제치고 다가옵니다.

얼른 고개를 돌려보려 했지만 몸이 움직여 주질 않습니다. 그가 나를 보고 울고 있습니다. 난 그저 웃으며 들어가라고 눈짓합니다. 

그가 알았다며 입만 뻥긋거립니다. 잘하는 거겠죠…? 이렇게 보내는 게 잘하는 거겠죠? 

남자의 글

아무것도 없는 나, 그런 나 하나 믿고 여태껏 날 돌봐준 그녀입니다. 밤마다 아파는 나.. 한숨도 제대로 못 자고 날 간호해 준 그녀입니다.

돈을 빌리려는지 이곳저곳 전화를 하다가 옷을 차려입고 나가 한참 뒤에 오더니 취직이 됐다고 합니다.  어디인지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매일 밤을 늦게 들어옵니다. 가끔 진한 술 냄새가 진동합니다. 무슨 일을 하냐 물어본 내 대답에 옷장사를 한답니다. 거짓말입니다. 이 여자… 내 앞에선 거짓말도 못하는 여자입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날 위해 자신의 몸을 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못난 나는 그냥 보고만 있었습니다.

저같은 놈도 살고 싶은가 봅니다. 그녀를 이렇게 까지 버려가면서까지 살고 싶은가 봅니다. 

제가 고개를 숙이면 그녀는 더 숙이곤 울면서 미안하다고 자기가 미안하다면서 내 손을 잡고 울기만 합니다.  이 여자… 참 못됐네요… 당신이 미안하면 난 어쩌라고…

내일이면 수술인데 그녀가 많이 불안해 보이네요. 이젠 다 나으면 그녀와 행복하게 살 겁니다.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고생시킬 순 없으니까요.

열심히 일해서 그녀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집도 사고, 그녀와 어디든 갈 수 있는 차도 살 겁니다.

무서우니 어디가지 말라고 그녀를 잡아둡니다.  날 바라보는 그녀… 슬퍼 보입니다.자꾸만 불안합니다. 어디론가 흩어져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정신이 돌아와 찾은 사람은 그녀였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쪽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뭐가 싫어 날 떠난 걸까요…

마음이 약해 제대로 화도 못 내는 사람, 내가 얼마나 힘들게 했으면 날 떠난 걸까요.. 며칠, 몇 달을 그렇게 그녀를 찾으며 지냈습니다.

돌아보니 한 것이 없습니다. 그녀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일을 합니다. 그녀가 왔을 때 좀 더 괜찮은 남자가 되어 있어야 할 테니까요..

번듯한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녀를 꼭 닮았습니다. 긴 머리 하며, 커다란 눈,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앞에선 언제나 미안하다 말하는 그녀의 말투와 꼭 닮았습니다.

사랑을 할 수 있답니다. 그녀를 잃어버린 내가 다른 이와 사랑할 수 있다 합니다.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난 죽어도 할 말은 없습니다. 바보 같은 저는 결혼까지 합니다. 

결혼식날입니다. 날씨가 맑습니다. 내가 무안할 정도로 날씨가 맑습니다. 옆에 제 신부도 환하게 웃습니다. 

그런데…제 눈앞에 그녀가 보입니다. 웃고 잇습니다. 이젠 환영까지 보이나하고 다시 고개를 돌리니 그녀가 휘청거립니다. 어디가 아픈 걸까요?

그러면 안 되는데, 나 보고는 건강하라 해놓고 지금 달려와 날 안아준다면 모르는 척해 줄텐데.. 날 두고 간 거 모두 용서해 줄 건데 나가버립니다. 바보 같은 저는 그저 보고만 있습니다. 

결혼식 앞에 앰뷸런스 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사람들을 체치고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녀가 쓰러져 있습니다.

앰뷸런스 침대에 누워 날 바라보고 웃고 있습니다. 어쩌면 좋습니다, 날 더러 들어가라 손짓합니다.

난 그러겠노라 하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한데 웃고 있습니다. 이 사람… 참 바보 같습니다.

의사가 그녀가 이젠 얼마 살지 못할 거라 합니다. 날 고치고 얻은 병이었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이렇게 착한 그녀인데 데리고 가겠다뇨…

제 옆에 있던 그녀가 누구냐고 물어봅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이 여자, 그냥 아는 남동생이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난 어쩌라고 이렇게 마지막까지 착한 겁니까.

좋은 날에 이렇게 아파 미안하다며 그만 돌아가라 합니다. 저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너무 화가 났습니다. 바보 같은 그녀에게 욕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이 사람, 끝까지 미안하다고만 하고 갔습니다. 부모도 형제도 없는 이 사람 장례식장은 허전합니다. 나라도 있어야 그녀가 조금은 따뜻해 보이겠죠. 

나도 늙어 죽음의 문턱 앞에 다다랐습니다. 그녀를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을 만나서 난 행복했습니다, 당신의 눈물로 난 행복했고, 당신의 아픔으로 난 웃을 수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녀가 차마 하지 못했던 이 사랑한다는 말, 내가 대신하려 합니다. 괜찮겠죠? 그래도 그녀가 미안하다 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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