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월 25일 성균관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방금 처음 본 할아버지를 미행하다가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밤, 치매가 의심되는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집에 무사히 돌아가실 때까지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간 한 대학생이 올린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대학생의 착한 미행은 네티즌들의 마음에 따뜻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해당 사연은 아래와 같습니다.
오늘 11시에 공부를 끝내고 자취하는 오피스텔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가 현관문에 계셨는데 나를 너무 뚫어지게 보시길래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 할아버지, 여긴 어쩐 일이세요? “
” 오늘 은행 안 열어?”
은행..? 우리 오피스텔 2층에 은행이 있긴 한데… 이런 시간에 은행을 왜 찾으시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 할아버지, 지금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닫았어요. “
” 응?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줘 “
” 지. 금. 은. 시. 간. 이 너무 늦. 었. 다. 고. 요! “
” 응? 뭐가 늦었는데? “
귀가 안 좋으신 건지.. 할아버지는 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시고 한쪽 눈만 계속 찡그리시는 게 눈도 말 안 보시는 거 같아 보였습니다. 시간도 늦었는데 그냥 무시할까 생각하다가…
” 아, 오늘… 은행 가려고 아침에 나왔는데… 오늘 며칠이야?”
” 네? 아, 오늘 24일이요 “
” 25일 아니야? 아이고 내가 착각했네 “
할아버지가 혹시 치매를 앓고 계신 건가 싶었습니다.
” 집은 이 근처세요? “
” 어, 이 근처여 “
”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할아버지 “
” 아니야 괜찮아 “
” 할아버지 그래도…”
” 아니야 괜찮대도 “
그렇게 말씀하시곤 할아버지는 그대로 오피스텔 밖으로 나가시는데 저는 차마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맞벌이하시느라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등이 굽으신 모습도 괜찮다며 한사코 거절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치매에 걸리신 것 같아 걱정도 되고…
파출소에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길을 잃었다고 신고할까 생각도 했지만 만약에 치매가 아니면 할아버지 마음에 상처 입으실까 봐 차마 신고는 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에 저는 할아버지가 집에 잘 들어가시는지 확인하기 위해 미행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비가 억수같이 오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우산을 지팡이로 쓰면서 비를 흠뻑 맞으며 걷고 계셨어요.
(분명 이 근처에 산다고 하셨는데… 왜 20분 동안 계속 걷고만 계시는 거지..?)
2,3번 정도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할아버지를 보고 나는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드렸습니다.
” 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
” 응? 누구여? “
할아버지는 날 못 알아보는 눈치셨습니다.
” 저, 아까 그 은행에서 본 것 기억 안 나세요? “
” 어? 맞네 “
” 할아버지 그러니까 집이 어디신데요? “
” 응? 이 근처야 “
” 할아버지 제가 택시 부를 테니까 집에 모셔다 드릴게요 “
” 아니여 슬슬 가면 돼… 괜찮아 “
할아버지는 결국 계속 거절하시곤 다시 혼자 집으로 걸어가셨습니다. 다행히 우산은 쓰고 계셨지만 나는 걱정이 더 커져서 끝까지 할아버지를 미행하기로 했습니다.
20분쯤 더 걸었을까? 할아버지는 드디어 허름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면 전 안도했습니다.
그렇게 40분간의 미행이 끝나고 계속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걸어오는데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낡고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가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겹쳐 보였습니다.
그렇게 새벽 밤에 30분 동안 울면서 집으로 걸어온 것 같아요. 누군가를 미행하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할아버지가 안전하게 집을 찾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
<이 사연은 성균관대 대학생의 실화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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