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청소를 하다가 일어난 일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어르신 한 분이 세면대 앞에서 아무 말도 없이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얼굴은 창백해 보였고, 눈동자도 뭔가를 찾고 있는 듯한 불안한 모습을 하시더니 잠시 중심을 잃고 쓰러지셨습니다.
저는 바쁜 일정이었지만 그런 어르신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물어보니 어르신께서는 물 한 잔만 마시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도 꼭 존댓말을 쓰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르신의 옷은 허름해 보였지만 눈빛은 굉장히 맑고 또렷했습니다. 제가 그분을 바라보며
“저기 조금만 가면
정수기가 있습니다.
구축해 드릴테니까 같이 가시죠.
걸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고맙소, 그럼 나 좀 조금만 잡아 주겠소?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 지니까
초면에 실례 좀 하겠습니다“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어르신은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며 제가 가르쳐준 곳으로 함께 이동했습니다.
그런 어르신을 모시고 직원 휴게실로 들어갔고 어르신을 쇼파에 앉혀 드린 후 정수기에서 물을 담아서 드리고 어르신이 약을 꺼내 드셨어요.
어쩌다 화장실에서 혼자 계셨던 걸로 보였는데, 제가 가족 연락처를 물어봤지만 괜찮다며 거절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르신이 저에게
”고맙소, 젊은 사람이
요즘 사람들 같지 않고
참 마음이 따뜻하네요.
덕분에 내가 신세를 많이 졌소“
라며 제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많이 아프셔서 누워 계시는데
어르신보면 저희 어머니가 생각나서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죠.“
라며 제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습니다. 어르신은 제 유니폼 입은 걸 보시더니
”이 호텔에서 근무하세요?
이렇게 좋은 직원이 근무하는 거 보니
참 좋은 호텔인가 봅니다.“
”저는 이 호텔 직원이 아니라
그냥 용역직으로
청소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호텔 직원 되려면
엄청 힘들다고 들었어요.“
제가 다시 웃었습니다.
”그렇군요.
젊은 사람이 참 열심히 사네요.“
라고 웃으며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다 어르신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제 어머니는 아파서 누워 계시고 거기다 연세많으신 할머니까지 제가 모시고 살고 있어서 제가 돈을 벌어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처음 보는 어르신한테 그런 말을 왜 하고 있나 갑자기 제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했는데요. 그 순간 누군가 휴게실 문을 벌컥 열고 박대리가 들어왔습니다.
”야! 너 일어나고 뭐하고 있어.
지금 휴직 시간이야
호텔 관리자 박 대리가
저에게 소리 질러댔어요.“
저는 그런 관리자를 보며
”죄송합니다. 어르신 한 분이
몸이 안 좋으신 것 같아서
물 좀 드렸습니다.“
라고 제가 말을 하고 있었는데, 박대리는 저에게
”어디서 핑계대고 있어.
그리고 휴게실에 누가 이상한 사람
데리고 들어오라고 했어?“
라며 박 대리는 계속해서 흥분한 채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저는 그런 박대리에게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대리님 죄송합니다.
조금 이따 점심시간에 제가 일 더 할게요.
근데 큰소리는 좀 자제해 주세요.
지금 이 어르신이 몸이 안 좋으세요.“
제가 박 대리에 눈치를 보며 말을 했지만,
”당신이 지금 노인네를 왜 신경 쓰고 있어?
당신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박 대리는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어요. 그런 박 대리를 보며 어르신은 자리에 일어나셨습니다.
”저는 이만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아예..어르신 나가셔서 왼쪽으로
쭉 돌아가시면 엘리베이터가 있을 겁니다.
그거 타고 나가시면 됩니다.
조심해서 가시고 건강 관리 잘하세요.“
라며 제가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참 답답하네! 빨리 가서 일하라고“
라며 박 대리는 다시 저를 재촉했어요. 그런데 순간, 할아버지가 뒤를 돌더니 박대리에게 다가갔습니다.
”거기 직원도 이 호텔 직원인 거 같은데,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고객 앞에 두고 그렇게
막말을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네요.“
라며 어르신이 말을 했어요. 박대리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가짢다는 듯이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할아버지가 뭔 상관이에요.“
라며 박 대리가 신경질적으로 물었고 할아버지는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나도 이 호텔에 고객이 될 수 있는 거 아니겠소?“
하지만 그런 어르신의 말에 박 대리는
”할아버지 혹시 이 호텔 객실 이용금액이
얼만지 알고 말하는 거예요?
할아버지처럼 이런 옷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라며 다시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보다 못한 저는 어르신을 모시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어르신 저랑 같이 나가시죠. 죄송해요.“
제가 어르신의 팔을 이끌고 그곳을 나아버렸는데 등 뒤에서
”에이 재수 없어.
이제 하다 어디서 거지까지 끌어들여서
사람 골치 아프게“
라며 박 대리가 큰소리로 중얼거렸어요. 하지만 저는 모른 척하고 급히 어르신의 팔을 잡아 끌었습니다.
”아니, 젊은 사람이 어떻게 말을
저렇게 할 수가 있어? 그래?“
어르신이 한숨까지 쉬면서 말을 했어요.
”어르신… 사실 제 왼쪽 귀가 난청이 좀 있어서
여기도 어렵게 들어왔거든요.
물론 보청기를 끼긴 했지만,
가끔 잘 못 들을 때도 있어서
사람들이 불편하긴 할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짤리면 갈 데도 없어서
대리님 심기 건드리면 안 되거든요.
많이 놀라셨죠?“
라며 제가 어르신을 바라봤는데요 어르신은 미안한 듯 바라며보시며
”괜히 나 때문에 이따가
더 혼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괜찮아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따가 커피 한 잔 사다 주면서
싹싹 빌어야죠. 뭐..
그래도 저 같은 사람 받아준 것만 해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라고 말을 하며 제가 쑥스러운 듯이 웃었어요. 어르신은 제게
”고마워요. 내가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근데 이것도 인연이라고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이름이라도 알아두고 싶네요.“
라며 제 손을 꼭 잡으며 물으셨습니다.
”아..네.. 저는 김도영입니다.
어르신 앞으로도 항상 몸 관리 잘하셔서
건강하셔야 해요.“
그러고는 어르신이 혹시나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가시는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어르신은 제가 얼른 가시라고 손짓을 했지만, 저는 알겠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 뒤 저는 다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날 박 대리한테 불려가서 아주 귀가 따갑게 잔소리를 들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우리 용역회사 소장님까지 불러서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해댔어요. 그러다가 소장님과 제가 어렵게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소장님은 무슨 일이었길래 박대리가 흥분했냐고 묻더군요.
”무슨일 있었어?
자네가 그럴 사람도 아닌데..“
”아니.. 어르신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요.
약을 드셔야 한다는데 물이 필요하시다고 해서
그랬는데 괜히 때문에 소장님까지 험한 꼴 당했네요.
죄송해요.“
”됐어. 그럴 수도 있지.
박 대리 인간 저거 참 인성 자체가
글러먹었어 그럼 아까 자네한테도
막말 심하게 했겠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괜히 소장님한테
민폐 끼치는 거 같아서
죄송할 뿐이죠.
항상 많이 도와주시는데
정말 죄송해요.“
제가 소장님께 진심으로 다시 사과를 드렸어요. 우리 소장님은 참 좋은 분이셨어요. 제 귀가 조금 안 좋은 걸 알고도 기꺼이 저를 채용해 주시며 제게 항상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꼭 좋은 날 올 테니까“
라며 항상 제게 용기를 주시는 분이셨거든요. 거기다 소장님뿐만 아니라 저와 같이 청소 용역하시는 분들도 항상 저를 챙겨주셨어요.
같이 일을 하시는 이모님들조차도 집에서 김장을 했다며 제껏까지 챙겨 주시기도 하고 어느 날은 이거 우리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콩이라며 참 많이 챙겨도 주셨는데요.
사실 제 삶이 굉장히 힘들기도 했지만,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참 잘 보낼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을 하면서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고 할머니까지 챙기면서 정말 정신없이 살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갔는데 주방에 과일부터 소고기까지 뭐가 잔뜩 있었어요. 그걸 보고 놀란 저는 엄마에게
”엄마 이거 뭐야?“
라고 물었는데
”그거 니네 회사에서
너한테 보낸 거라고 하던데?“
오히려 엄마가 놀라서 제게 다시 물었어요. 우리 회사에서 나한테 이런걸 줄 리가 없는데…라고 생각하며 소장님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소장님. 혹시 회사에서
과일이랑 소고기 이런 거 보냈어요?“
”아니, 회사에서 누가 그런 걸 보내?“
소장님도 놀란 듯이 제게 물었고
”그래요. 누가 우리 집에 왔었다는데
김두영 씨 집이 맞냐고 묻더니,
어떤 젊은 남자가 잔뜩 놓고 갔다는데요?“
”글쎄 아무튼 우리 회사에서 보낸 건 아니야.
근데 자네 이름 말하고 두고 간 거라면
누가 아는 사람 사람이 들고 왔겠지“
소장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어요 그렇게 그날 우리 가족은 소고기를 구워서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입 안에서 살살 녹더라고요.
우리 어머니도 몸이 안 좋아서 음식을 잘 못 드셨었는데 그날은 소고기를 참 많이 드셨으니까요?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났을까요? 이 호텔 본사 직원이라는 사람이 우리 용역회사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여기 혹시 김도영 씨가 어떤 분이시죠?“
라며 저를 찾았고
”제가 김도영인데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저랑 같이 좀 가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라고 말을 했어요. 그 사람의 말에 제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도 그랬던 것이 검정색 양복을 입은 사람이 갑자기 저를 찾아와서 같이 가자고 하는데 그저 놀랄 수밖에요.
모습에 옆에 있던 우리 소장님은
”저기 누구신데, 이러시는 거죠?
우리 직원이 뭐 잘못했나요?“
저와 남자 번갈아 가며 바라봤어요.
”아뇨 그게 아니라, 저는 호텔
본사 비서실에서 나왔습니다.
저희 팀장님이 빨리 모시고 오라고 해서요.
죄송하지만 그래서 그러니까
같이 빨리 좀 가주시면 안 될까요?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을 듣던 순간 제가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어요. 짧은 시간 동안 정말이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생각나지 않았고 단 얼마 전에 모르는 할아버지 한 분을 직원 휴게 공간으로 모시고 들어간 거 그것 때문인가 하여튼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어요.
그리고 잠시후, 검정 양복을 입은 남자가 불안해 보이는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뭐가 잘못되거나
그런 건 아닌 거 같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라며 저를 위로했지만, 저는 이미 혼이 반쯤 나가 있었기에 사람의 말이 온전히 제 귀로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저는 죄 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푹 숙인 채 덜덜 떨미 검정 정장을 입은 남자를 따라갔고 잠시 후에 비서실 팀장이라는 사람이 호텔 내에 있는 식당 룸으로 저를 데리고 들어갔어요.
그리고 곧 방 문이 열렸지만 너무 떨려서 감히 거기조차 들 수가 없었는데요. 갑자기 누군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냈는가?
내가 보낸 과일이랑 소고기는
잘 먹었고?“
그제서야 제가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봤고 룸 테이블 정 가운데에 한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셨는데 저를 보며 활짝 웃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까지도 저는 할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새 날 못 알아보는 모양이구만…“
이라며 할아버지가 다시 활짝 웃고 있었어요. 그런 할아버지를 보는데 문득 누군지 생각이 났습니다. 할어버지가 여기 왜 계시는건지 의와했습니다.
”어르신 잘 지내셨어요?
오늘은 안색이 좋아 보이시네요. 다행입니다“
”잘 지내고 있었나?
그때는 정말 고마웠네.
내가 은혜 꼭 갚는다고 하지 않았었나“
라며 어르신이 다시 활짝 웃었어요. 그렇게 다시 제 정신이 돌아왔고 제가 주변을 둘러봤는데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어요.
저는 사람들을 보며 제가 주눅이 들어 다시 고개를 숙였고 제 모습을 보던 어르신은 그 양복입은 남자들에게 다들 나가 있으라고 말하셨는데 그때 비서 한 분 빼고는 전부 나갔습니다.
”어르신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놀라서 물었는데요. 제 옆에 있던 비서실 팀장이
”어르신이 아니고 회장님이십니다.“
라는 말을 했어요.
”네? 회장님이요?“
무슨 말인건지..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는데요.
”괜찮네 회장이고 나발이고
그때 자네가 안 도와줬으면
큰일 날 뻔했는데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나“
라며 회장님이 다시 큰소리로 웃었어요.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앉게나 회장님이 저에게 의자를 권했고 제가 의자에 앉았는데요.
”잘 지냈고?“
”네 어르신,
아니 회장님도 잘 지내셨어요?
건강은 어떠세요.
제가 끝까지 모셔다 드렸어야 했는데
그날 그렇게 가시고나서
계속 걱정이 됐어요.“
그때 제 마음은 진심이었어요.
”알고 있네. 자네가 나 몰래
내 뒤에서 계속 날 바라보고 있더만
다 알고 있었네..고맙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그래도 안색이 많이 좋아지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제가 기쁜 표정으로 말을 했어요. 그렇게 저는 제가 일하는 특급호텔 회장님과 독대를 하게 되었고 제게 이것저것 물어보시던 회장님이 자네 지금 일에서 얼마나 받고 있나 제게 물었어요.
”네?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
”왜긴 왜겠나,
내가 자넬 스카우트하려고 하지“
라며 회장님이 큰소리로 껄껄 웃으셨어요.
”저를요? 아닙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다고요.
괜찮습니다. 저는 지금 하는 일도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때쯤 저는 정말 당황하고 있었는데요.
”자네, 혹시 운전을 할 줄 아나?“
”운전이요? 운전은 할 줄 압니다만
여기 들어오기 전에 배달 일을 조금 했었거든요.“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 제가 물었는데요.
”수행 운전기사가 몸이 안 좋아서
얼마 전에 그만뒀거든.
그래서 비서실 팀장이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날 자넬 보고
딱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내 운전기사라고 해도
뭐 많이 할 것 도 없네 출퇴근하는 거
그것만 해주면 되고
나머지는 워낙 나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서
운전할 일도 별로 없긴 할 거야“
라며 회장님이 다시 활짝 웃었어요.
”그래서 그날도 혼자 오셨던 겁니까?“
”그렇다네 내가 온다고 하면,
다들 난리를 치지 않겠나
그래서 너무 번거롭기도 하고,
그냥 혼자 다니고 있네
그리고 나는 오래전부터 수행비서 없이
홀로 호텔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다니는 게 몸에 배서 그렇게 다니고 있네
그날은 내가 평소 지병이 있긴 했는데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나도 당황하고 있었지..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는데
그날 약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지..
거기다 자네가 그렇게 날 도와주기도 했고..“
어떤가 한 해볼 텐가?”
회장님이 다시 물었고 아무리 그래도 저같이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감히 회장님 운전기사를 하겠습니까? 물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거든요. 고민하고 있는 저를 보시더니
“운전 사는 정규직인데도
그럼 자네는 우리 호텔 정규직이 되는 거야.
거기다 원래는 처음 입사하면
사원부터 시작하는데
자네는 특별채형으로
대리부터 해줄 건데 싫다는 건가?”
회장님이 저를 놀리듯이 바라봤어요.
“네? 대리요? 정말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회장님이 다시 껄껄 웃으시더군요. 사실 제가 말이죠. 그동안 대리에 맺힌 게 많았거든요. 그 박 대리 말입니다. 사람한테 하도 시달리다 보니 대리라는 직책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얼마나 대단하길래 연세 많으신 우리 소장님한테까지 그렇게 함부로 하나 그런 생각이 들쩡도었으니까요? 제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자
“어때? 한번 해볼 텐가
그럼 자네도 그 박대리란 사람하고
같은 직책이 되는 건데
아니면 괘씸한 박 대리 한번 보라고
과장으로 달아줄까?”
“어우…아닙니다.
근데 제가 진짜 잘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 어머니 소원이
제가 정규직이 되는 것이긴 한데 말입니다.”
라며 조용히 말을 했는데요. 제 말에 회장님은
“암.. 자네 정도면 잘 할 수 있고 말고
그럼 나는 하는 걸로 알고 있겠네”
“네.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순간 제가 벌떡 일어나서 구십 도로 허리속에 인사를 했어요. 그런 저를 보면 그래 우리 열심히 해보자고 회장님이 제 등을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잠시 회장님이 비서실 팀장에게
“내가 부르라고 했던 사람은 불렀는가?” 라고 물었어요.
“네, 회장님 지금 밖에 대기 중입니다.
들어오라고 할까요?”
“그래, 들어오라고 하게나”
라는 회장님의 말에 문이 열렸고 한 남자가 쭈뼛쭈뼛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는데 자세히 보니 박 대리였어요.
그리고 그런 박 대리를 보던 제가 순간 벌떡 일어나서
“아니? 박 대리님 여긴 어떻게..”
놀라서 물었고 그런 제 모습을 보던 회장님이 박 대리를 보며
“박 대리라고 했는가?
혹시 자네 나 기억나나? ”
회장님이 박 대리에게 물었고 박 대리 얼굴은 새 하얗다 못해 새파랗게 질려 있었어요.
“네…회장님
기억납니다”
“아니잖나,
내가 왜 회장님인가?
그냥 거지 노인네 아니던가?”
회장님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는데요.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미처 못 알아 뵙고
큰 실수를 했습니다.”
순간 박 대리 허리가 90도로 접혀져 있었습니다.
“자네는 인성 자체가 잘못됐구만.
그날 내가 회장인 걸 못 알아봐서
지금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구만”
회장님이 박 대리를 노려보며 물었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박 대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어봤습니다.
“자네가 한 행동 자체가 문제란 말일세,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는 것도 문제인데
용역회사 직원이 자네 밑에 부하 직원인가?
그리고 아무리 부하 직원이라고 할지라도
어떻게 그렇게 막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용역회사 직원은 우리 회사의 협력회사 아닌가?
그런데 자네가 한 행동은 우리 회사의
얼굴에 먹칠 하는 행동이었네, 알겠나?”
그때쯤 회장님의 표정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박대리는 그런 회장님을 보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박 대리가 울먹이며 말을 했어요.
“어디 협력회사 직원에게
반말을 한단 말인가?
우리 회사 직원 수준이
그거밖에 안 된단 말인가?”
회장님이 한숨까지 쉬었고
”김부장 들어오라고 하게“
회장님이 다시 누군가를 찾았어요. 그리고 잠시 후에 김부장이라는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자네는 도대체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건가?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게나“
”회장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됐네, 나가보게나“
라며 회장님이 둘을 내보냈어요. 그리고는 언제 그러냐는 듯이 온화한 표정으로 제게 다시 말을 거셨습니다.
”자네는 다음 주부터 나올 수 있겠나?“
”지금 하던 일 마무리하고
바로 출근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회장님께 다시 허리 속에 인사를 드렸어요.
”그래, 그럼 곧 다시 보자고“
라며 회장님이 활짝 웃으며 나가셨습니다.
그렇게 얼마 뒤 저는 회장님의 운전기사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정말 감동받은 것이 말이죠. 회장님이
”김 대리, 정규직 되는 게 어머님 소원이셨다며?“
라고 활짝 웃으시며 제 명함까지 다 준비해서 주시면서 가서 어머님께 정규직 됐다고 말씀하라고 하시더라라구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김 대리 앞으로 잘 부탁하네‘
그렇게 저는 회장님의 운전기사로 근무를 하고 있었고, 휴무 날 전에 일했던 곳으로 맛있는 것을 잔뜩 사서 찾아봤는데요.
”아유 우리 김대리님 왔구만“
이라며 소장님이 제 손을 꼭 잡았어요.
”왜 그러세요. 쑥스럽게..“
”내가 자네는 잘 될 줄 알았어.
자네가 좀 성실했나
정말 잘 됐구만“
”아니에요. 소장님이랑 여기 이모님들이
다 챙겨주셔서 제가 잘된 거예요.
저도 항상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을 했는데 소장님이 저를 꼭 끌어안고는 눈시울를 붉혔어요.
”내가 그동안 그놈의 박 대리 때문에
아주 한이 맺혔었는데 10년 묵은 체증이
싹 다 내려가는 것 같다“
라며 큰소리로 웃으셨어요. 그러다가
”자네 혹시 그소리 들었어?
박 대리 말이야. 지방으로 발령 났어
들리는 소문으로는 문책성 인사라고 하던데
근데 그 성격에 반성이나 하겠어?“
소장님이 꼬시다는 듯이 말을 했어요. 진짜요.. 박 대리는 진짜 좀 심하긴 했어요. 소장님한테조차 막말할 때마다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말이에요.
그렇게 소장님과 저는 한동안 대화를 했고 뒤에도 저는 그곳에 자주 들러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곤 한답니다.
참 힘든 인생이었지만 쨍하고 해 뜰 날이 있다고 저에게도 그런 날이 왔네요. 앞으로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를 모시고 잘 살아가겠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의 사연은 여기까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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